‘재수 없는 사람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속담처럼 일복 많은 사람은 뭘 해도 일거리가 쏟아지게 마련이다. 나도 그런 부류 중에 하나였다. 2006년 여름 대리구 청년담당으로 발령 받자마자 내게 주어진 과제가 한국 청년대회(Korea Youth Day)였다.
이미 2~3년 전부터 전국 청년담당 신부들이 모여서 ‘한국의 가톨릭 젊은이들에게도 세계 청년대회의 뜨거운 감동을 느끼게 해 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정작 주교회의로부터 행사 결정이 나고 실제적인 준비 단계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전임 신부가 인사발령으로 빠지고 내가 그 자리에 들어 간 것이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는 상황에서 답답하고 난감한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모두들 마음을 모아 행사를 준비하니 막막하고 불가능해 보이던 일이 서서히 윤곽이 잡히고 일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물론 가장 많이 고생한 분들이야 행사를 전담한 제주교구였지만, 어떻든 한국 교회사에 길이 남을 큰일을 직접 준비하고 참여했다는 자부심을 느끼는 기회였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돈과 시간, 인력이 동원되는 큰 행사를 준비하면 꼭 듣게 되는 얘기가 있다. 바로 “행사를 위한 행사, 전시용 행사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청년대회를 준비하면서도 이 화두는 우리 안에서도 끝없이 제기됐다. 어떻게 하면 청년들이 한 번 모이고 흩어지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그들 가슴 깊이 하느님을 체험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였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대회 폐막미사를 하면서 깨끗이 사라졌다. 왜냐하면 청년들의 열정은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크고 뜨거웠기 때문이다. 우리가 준비하고 계획한 것 이상으로 그들은 받아들이고, 체험하고, 느끼고 있었다. 하느님께서 하신 일이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흔히 어른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감성적이고 주관적이라서 어떤 일이든 쉽게 싫증을 내고 돌아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오히려 그동안 가슴속 깊이 숨겨 두었던 신앙에 대한 열정과 주님에 대한 사랑을 표하고 불태울 곳을 찾지 못해서 방황하고 있었다. 그들은 교회 안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찾지 못해서 밖에서 방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한국 청년대회를 준비하고 참여하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교회가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열정을 불태울 기회와 공간을 마련해 주기만 한다면 그들은 언제든지 교회 안에서 기쁘게 생활하고 봉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을 발견한 것이다.
이제 예수님께서 가난한 과부의 아들을 일으켜 세우신 것처럼 교회가 힘을 모아 젊은이들을 일으켜 세워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젊은이야 일어나라!”(루카11,14)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모든 젊은이들이 주님과 함께 벌떡 일어서는 그런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강진기 신부 (대구대교구 1대리구 청년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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