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된 참여’ 위한 실질적 제도 마련을
교회 내에서 여성이 차별없는 입지를 갖추고, 능동적인 활동을 펼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성을 동등한 동반자로 인지하는 의식 확산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여성의 균형잡힌 참여 기회 제공을 위해서는 보다 실질적인 제도와 프로그램을 실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같은 내용은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여성소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주교)가 4월 10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연 세미나에서 발표됐다.
‘교회 내 여성인력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는 한국교회 내 여성신자들이 수적 우세와 역동적 활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변적 위치에 머무른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 관심을 모았다.
세미나에서는 이상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가 ‘여성 인력 활용의 정책 방향과 교회 내 여성인력 활용 과제’에 대해, 박은미 가톨릭대 인간학교육원 교수가 ‘여성의 교회활동 실태와 안정적인 신앙생활을 위한 제언’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이어 논평에는 박정우 여성소위 위원 신부와 권경수 한국가톨릭여성연합회 회장이 각각 나섰다.
이상화 교수는 발표에서 교회 내 의사결정과정에서 여성이 소외되는 ‘변화없는’ 현실을 재차 언급하고 이와 관련해 교회 내 성직자와 리더들의 고착화된 의식을 시급한 개선사항으로 지적했다. 박은미 교수는 발표에서 우선 ‘여성사목’의 의미조차 명료하게 세워지지 않은 현실을 지적하고 나섰다. 아울러 박교수는 현재 교회 내 여성인력, 특히 고급인력들은 교회 안에서 봉사를 원하고 있지만 활동영역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발표자들은 각각 남녀 동반 협력적 사목 영역을 정착하기 위해 우선 교회 내 성별분리통계 구축 등을 통해 여성신자 현실을 분석하고 구조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논평에서도 발표자들은 취업과 가사, 출산, 육아 등을 병행하는 여성신자들의 현실적인 문제 등에 대해 교회의 의식이 낮다고 지적하고, 여성신자들이 각자의 전문적 역량을 교회 내에서도 펼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한편 주교회의 여성소위 위원장 염수정 주교는 이번 세미나에서 “교회 내 여성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비슷한 논의가 이어지는 것은 교회와 여성이 서로 함께 논의하는 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여성들 자신 뿐 아니라 남성신자들과 사제들이 현실의 문제를 보다 명확히 인지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끌어나가기 위해 앞으로도 서로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노력이 지속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래는 세미나 발제와 논평 요약이다.
발제 1. ‘여성인력 활용의 정책 방향과 교회 내 여성인력 활용 과제’
이상화 교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의사결정과정 여성참여 확대해야”
여성들의 사회 참여는 생애주기와 함께 나아가는 경향이 크다. 즉 출산 육아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문제점도 심각하다. 이에 따라 여성 신자들 또한 아무리 봉사의식이 투철하고 참여의지가 있어도 현실의 삶을 배려하는 교회 내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으면 교회 내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현대사회에서는 남녀 구분없이 활동 방향이 모색되어야 한다. 어떤 한쪽은 베푸는 쪽이고, 한쪽은 받는 쪽이라는 구분이 없어지고, 각각 다름을 인정하고 각각의 경험을 바탕으로 협력해 나아가야 한다.
교회 내 여성인력을 올바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사결정과정에 여성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가 계속 방치될 경우 여성신자의 이탈과 교회 내 봉사자 감소 등 갈등상황 발생을 우려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교회 발전 또한 여성신자 성장과 함께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교회 여성의 리더십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 또 기존에 성별로 구분된 교회 역할의 구도를 과감하게 변화시켜 여성에게 지도자로 활동할 기회와 여건을 평등하게 제공하고, 특히 전문직 여성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고 인적자원을 올바로 활용하기 위해 전문성에 맞는 활동 영역을 지원,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활동을 위해 우선 교회 내 성별분리통계 등 활동 지표를 구축해 여성신자의 현실을 분석하고 구조 변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논평 1. ‘교회 안에 여성 지도자를 키우자’
박정우 신부 (주교회의 여성소위 위원)
“여성 유급봉사자 활용 고려하자”
일반사회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참여를 위해 각종 정책을 마련하는데 반해 한국 가톨릭교회는 여성인적자원 활용에 대한 사목적 대비가 부족한 것은 물론 문제의식조차 없는 듯 하다.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게 될 경우 교회 내 봉사자는 더욱 줄어들고, 교회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여성들의 소외감과 불만도 커져 이탈이 우려된다.
교회 내 여성인력 활용을 위해 구체적인 사목적 제안으로 우선 각 본당 유급봉사자 활용을 고려해볼만 하다. 상담, 사회복지, 유아교육 등 분야에서 본당 각 위원회 등과 연계해 운영할 수 있다. 또 전문직 여성들이 역량을 펼치기 위해 교구 차원의 독립 조직을 갖춰 활동하는 것도 좋다. 각종 연구, 교육활동, 자선사업 등이 이뤄지고 있다.
많은 열정과 재화를 투자해 사제를 양성하고 교회 지도자로 만들듯, 교회 내 여성지도자 양성을 위해 신학 등을 가르치는 기회와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각 수녀회가 고유의 카리스마와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해 여성을 교회 지도자로 키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본당 등과는 동등한 협력자로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도 적극 고려되길 기대한다.
발제 2. ‘여성의 교회활동 실태와 안정적인 신앙생활을 위한 제언’
박은미 교수 (가톨릭대 인간학교육원)
“여성사목 관련 교육 강화 시급”
통계청에 의하면 2006년도 고졸여성의 대학진학률은 81%로 꾸준한 증가추세에 있다. 맞벌이 부부 가정 또한 우리 사회와 교회의 일반적인 모습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의 현실적인 변화에 맞춰 교회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일까.
이번 발표를 위해 인터뷰한 교회 내 여성들의 의견에 따르면, 이들은 교회 내 여성인력이 활용되는 다양한 장이 열린다면 활동하겠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가사와 취업,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여성의 현실에 대해 교회가 별로 배려하고 있지 않아 안정적인 신앙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가정에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에 대해서도 사제들은 여전히 보수적인 태도를 드러낼 뿐, 남성의 적극적인 상호보완 활동을 촉구하는 교회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여성 전문 인력이 교회 내에서 활동할 장은 매우 협소하며, 사목자의 활용의지도 여전히 낮다.
이에 따라 일선 본당에서는 젊은 부부를 배려하고, 가족 구성원 각각을 배려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목자의 의식과 실천의지 개선 또한 필수적이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여성사목에 대한 개념을 올바로 세우고, 체계적인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특히 신학교 교과과정에서부터 여성사목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하며, 여성사목 전담기구를 통해 각 본당 활동을 적극 독려해야할 것이다.
논평 2. ‘역량있는 여성지도자를 적극 수용하자’
권경수 회장 (한국가톨릭여성협의회)
“여성 스스로 자존감 높여라”
21세기는 3F 즉 Female(여성), Fashion(유행), Feeling(감성)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모든 분야가 여성 친화적인 발전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세상은 변화와 개혁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데 반해 교회는 너무 소극적이거나 제자리 걸음에 있다는 것이 현장에서의 지적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여성을 과거 가부장제도의 편중된 시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어디서든 세계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고, 여성들이 자신의 힘을 필요한 곳에 쏟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20~40대 젊은 여성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교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면 교회 성장에도 큰 몫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여성평신도들은 각자가 교회 구성원임을 의식하고 자존감을 높여야 할 것이다. 교회의 보수적인 장벽에 부딪칠 때 여성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도자적 용기를 가져야 한다.
또한 교회는 다원화된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가치실현을 위해 인재양성이 시급함을 인식하고, 보수적인 장벽을 낮춰 많은 역량있는 지도자들을 적극 수용함으로써 활발한 복음의 장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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