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되고 싶다"
넘치는 ‘끼’로 웃음 전하며 열린교회 알리는 메신저로
아낌없이 다 주리라~ 내 모든 걸~ 당신 품안에~
시린가슴 덮어주는~ 햇살같은 내 사랑~
하느님께 봉헌하는 기도 같기도, 연인에게 읊조리는 사랑고백 같기도 한 가사다. 그러면 음율은? 트로트(Trot)다. 게다가 노래하는 이는 가톨릭 신부다.
신부가 트로트를?
아하, 행사 때 한번 부른 모양이지….
아니 이건 시작일 뿐이다. 이 트로트의 주인공은 본격적으로 음반을 내고 데뷔한 ‘가수 신부’, ‘신부 가수’란다.
한국가톨릭교회에서 처음으로 트로트 가수로 데뷔한 이는 바로 김선태 신부(대전교구 성남동본당 주임)다.
지난 4월초, 김신부는 오랜 꿈인 트로트 가수로서 첫 음반을 냈다.
음반에서는 구성지고 멋드러진 음색이 막힘없이 흘러나온다. 트로트 특유의 꺽어지는 기교와 발성은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수준이다.
특히 음반 타이틀곡 ‘예쁜 당신’과 ‘인생’은 ‘화장을 지우는 여자’ 등으로 유명한 작곡가 김정호 교수에게 받았다. 또 신곡 외에 ‘울고넘는 박달재’ ‘갈대의 순정’ ‘영영’ 등 잘 알려진 곡도 음반에 실었다. 그런데 음반 자켓은, 꾸미지 않은 외모에 로만칼라를 한 보통의 사제 모습이 차지하고 있다.
신부가 왜 굳이 ‘트로트 가수‘로 나섰을까?
사실 평소에도 김신부는 ‘끼’가 넘쳤다. 트로트는 어릴 때부터 친숙하고 워낙 즐기는 음악 장르였다. 신자들과 함께하면 늘 노래로 웃음을 선사하는 신부, 노래 잘하는 신부로 정평도 나 있었다.
그래도 김신부가 음반을 낼 마음을 먹자 주변에서는 사제의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때 주변의 또다른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특히 후배신부들은 사회에 가톨릭교회를 친근하게 알릴 수 있는 기회라며 힘을 줬다.
그가 말하는 ‘좋은 노래’는 누구하고든 부담없이 즐기고 어울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김신부는 이번 음반 발매도 신자들 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로 만들겠다며 강한 포부를 내비쳤다. 비신자 누구든 ‘그 노래 좋던데, 가수가 가톨릭 신부래’라고 말하며 신부와 성당과 친숙해지도록 만들고 싶다고.
가수로서 성소자들에게 희망도 주고 싶었다. 다원화된 현대사회 안에서 사제직보다 연예인 등 인기직에만 호감을 몰고가는 청소년들에게 사제들도 전문가수 등 일반인들이 하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김신부가 트로트를 부르고 음반을 내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더욱 겸손히 신자들의 삶을 이해하게 된 것이라고. 예전엔 TV에서 가수들이 노래하는 모습만 봐도 ‘나도 저 정도는 한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음반발매는 녹록한 작업이 아니었고, 밑바닥에서부터 자신을 돌아보고 노력하며 세상에서 살아가는 신자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
“노래를 하면 그 가사 하나하나가 신자들을 위한 화살기도가 됩니다. 인생의 깊이가 녹아든 가슴 찡한 가사들을 노래하다보면 신자들이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들이 마음 속에 와닿지요….”
자신에게 주어진 트로트를 노래하는 탈렌트. 그것으로 인해 자신만이 신나는 것이 아니라 교회에 조금이나마 도움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김신부의 마음이 음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음반문의 042-625-2662 대전 성남동본당
사진설명
▶녹음작업을 하고 있는 김선태 신부.
▶첫 앨범 '예쁜당신'
기사입력일 : 2008-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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