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로마를 간 적이 있다. 신자라면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 ‘성 베드로 대성당’을 방문했다. 웅장한 외관과 실내 구조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지만 이내 마음이 편해졌었다. 누구나 자유롭게 어디서나 기도를 하는 모습, 그리고 눈길 닿는 곳마다 신앙 유산이라는 생각에 신자로서의 자부심도 느꼈다. 비견할 순 없지만 분당요한성당(주임 윤재익 신부)을 찾아가는 날에도 성당의 외관에 압도당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큰 성당이 있었나’하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다.
위엄 넘치는 현대식 ‘로마네스크’
연 건평 2만304m², 지하 5층 지상 5층의 화강석 붙임 현대식에 로마네스크식을 가미한 건축물. 수용인원만 3000명이라는 대성당은 한 영화의 홍보 문구였던 ‘중요한 건 크기다’(Size does matter)란 말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성당 내에 있었던 1시간 남짓한 시간. 중요한 건 크기가 아니라 따로 있었다.
본당은 1993년 1월 설립됐다. 2년 뒤에 야탑동성마르코본당과 분당성마태오본당을, 1997년엔 이매동성바오로본당을 분가시킬 정도로 성장세를 거듭했다. 역사를 논하기엔 모자란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 그러나 본당은 역사에 비해 다양한 활동으로 지역주민들의 신앙생활에 일조하고 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신앙생활을 위한 ‘문화시설’이라고 할까. 성당 입구 5개 중 부출입구 두 곳의 문에는 ‘12사도’ 부조를 새겨넣었다. 로마의 라테란 대성당 안에 있는 성인상을 부조로 한 것이다. 성당 1층 홀에 있는 ‘피에타상’은 성 베드로 대성당에 소장되어 있는 것과 똑같은 크기이며, 이 같은 크기로는 미국과 대만에 이어 세 번째로 안치된 것이라 한다. 성당 내부에는 50m에 이르는 모자이크 타일벽화가 있다. 이 벽화는 천지창조부터 부활까지의 내용을 주제로 제작됐다.
신앙과 문화의 공간으로
이러한 사목적 배려는 세월이 흘러도 대대로 이어갈 교회 건축물로서 영적 양식의 공급처가 되어 그리스도의 평화와 사랑이 샘솟는 신앙적 원천의 역할을 하기 위함이다. 이와 함께 본당은 다양한 부속시설을 운영 중이다. ‘성물방’은 최소 5%의 가격 인하를 통해 신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특히 교회의 공식인가가 없는 서적은 판매하지 않아 믿고 살 수 있게 했다.
‘성체조배실’은 모든 신자에게 일주일 내내 개방된다. 회원석과 비회원석으로 나뉘며 회원석은 본당에 교적을 두고 있는 신자로 주 1시간 회원이 원하는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성체조배를 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청년사목의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하늘 마당’은 청년들의 문화공간에 대한 욕구를 해소시켜 주고 있다.
주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평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되며 신자, 비신자 구분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다양한 차와 쿠키, 케이크 등이 준비되어 있으며 자연스레 교회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 자원봉사제도로 운영되며 자원봉사자들은 일주일에 한 번, 5시간씩 봉사하고 있다. 이밖에 본당은 수시로 문화행사와 공연들을 마련해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있어 본당이 친근한 문화시설, 열린 마당으로서 기능하도록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모자이크 타일 벽화를 따라 묵상을 했다. 내려오면서 생각했다. ‘이만큼 성전의 규모와 웅장함만으로도 선교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을까’.
피에타상 앞에 신자들이 모여 있었다. 초를 앞에 두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옆으로 다가가 함께 기도했다. 그리고 12사도 부조가 있는 문을 열고 나왔다. 크기가 문제가 아니었다. 그 안에 담고 있는 신앙의 향기, 그것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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