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복음 묵상-노성호 신부(모산골본당 주임)
5월 4일 주님 승천 대축일 (마태오 28, 16∼20)
모유(母乳)로 세례받은 신부님
사제 서품식이 있던 날, 깊은 감동과 감사로 물들어 있던 어떤 새 사제가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집에는 그동안 신부님을 키워주시고 뒷바라지 해 주신 어머니께서 벅찬 감동으로 기뻐하고 계셨는데, 어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신부님은 갑자기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어머니 말씀은 이랬습니다.
“아이고, 신부님. 이 애미가 신부님 어릴 적에 갑자기 고열로 너무 아파해서 어떻게 될까봐 젖을 먹이다 말고 그 젖으로 대세를 줬는데, 이렇게 건강하게 잘 자라 신부님이 되어줘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모유로 대세를 주셨다는 어머니 말씀 때문에 신부님은 당황했던 것이지요. 깨끗한 물이 아닌 모유로 세례를 받았으니 원천적으로 세례가 무효이고, 산발적으로 견진도, 신학교에 들어가서 받았던 직 수여(독서직, 시종직, 성직후보 선발예식)도, 게다가 작년에 받았던 부제품과 오늘 받은 사제품까지 모두 원칙적으로 무효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신부님은 당장 주교님을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그날로 밤새도록 주교님과 단 둘이 앉아서 세례성사부터 시작해서 사제품까지 다시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겠지만 세례성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해 주네요.
우리 교우분들 중에도 이미 세례를 줘 보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물론 사제가 집전하는 세례성사와는 차이가 있고, 위급한 상황에서 드린 대세였겠지만,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분부에 따라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소명을 다하고 계시리가 믿습니다.
우리 교우분들이 대세를 드릴 때는 일단 깨끗한 생수를 준비하셔야 합니다. 다급하다고 위 이야기의 어머니처럼 모유로 주신다든지, 먹다 남은 녹차나 커피, ‘이것은 비타민 함유가 높기 때문에 피부미용에 좋을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오렌지 주스 등으로 세례를 주면 무효가 된답니다.
그리고 대세자의 세례명을 임의로 정하신 후에 “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정하신 세례명을 말하면서) 누구에게 세례를 줍니다.”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때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 부분을 하시면서 준비하신 생수를 이마에 세 번 부으면서 물을 흘리셔야 한답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조건부 대세’라는 것도 하나 알아두시면 좋겠네요. 조건부 대세는 말 그대로 대세자가 자신의 의지로 신앙을 받아들이거나 세례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고, 의식이 없어서 세례를 받는지 어쩐지도 모를 때 그 영혼은 온전히 깨어 살아 있음을 믿으면서 조건부로 드리는 세례랍니다.
그래서 세례를 주는 방법이 앞의 대세와 조금 다른데, “당신이 세례를 받고자 한다면(혹은 받길 원한다면)”이라는 조건문을 앞에 붙이고, 뒷부분은 동일하게 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만일 대세자가 나중에 건강을 회복하게 된다면 교회에 나와 교리를 듣고 신자생활을 준비해야 영성체를 할 수 있는 것이지, 대세나 조건부 대세를 받았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영성체를 할 수는 없다는 것도 알아두시면 좋겠네요. 물론 대세를 받으셨기 때문에 세례는 인정되는 것이고, 그래서 세례성사는 다시 안 받으셔도 된답니다.
아직도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그들을 하느님의 아들 딸로 삼고,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어야 하는 것은 오늘 하늘로 오르시는 예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남겨주신 사명입니다.
교우 여러분,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함께 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그 말씀에 의탁하며 더욱 힘차게 앞으로 달려가 보자구요. 파이팅~!
5분 신앙상식-역대기의 구조와 내용
바빌론 유배 후 암울함에서
다윗왕조 재건의 희망 제시
역대기라는 명칭은 히브리어 뜻으로 ‘그때에 있었던 사건들’이란 뜻이다. 역대기라고 불리게 된 것은 예로니모 성인이 ‘하느님의 전역사의 연대기’라고 이름 지은 데서 연유한다.
역대기가 최종적으로 편집된 것은 BC 350년∼300년 사이로 보고 있다. 역대기가 쓰일 무렵은 유배에서부터 페르시아 왕 키루스의 해방령에 따라 부푼 희망을 안고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오는 시기이다.
그러나 유배에서 돌아온 이스라엘은 황폐한 국토, 범람하는 이방문화, 강력한 외세의 통치, 지역과의 갈등으로 인해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또한 야훼 신앙의 흥성, 다윗 왕조의 재건이라는 희망이 점차 퇴색되어 깊은 좌절과 허무에 빠지게 된다. 역대기는 이러한 상황에 처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기 위해 하느님께서 당신 거처로 삼으신 성전에 대한 예배를 강조하고, 성조들과 예언자들을 통해서 약속하신 다윗 왕조가 재건되리라는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구조
①첫째 부분(상 1장∼9장) : 아담에서 사울까지 ②둘째 부분(상 10장∼21장) : 다윗의 통치 ③셋째 부분 (상 22장∼29장) : 성전 건축 준비 ④넷째 부분(하 1장∼9장) : 솔로몬의 성전 건축 ⑤다섯째 부분(하 10장∼11장) : 왕국 분열 ⑥여섯째 부분(하 12장∼36장 21절) : 유다 왕국의 통치자들 ⑦일곱째 부분(하 36장 22절∼ 23절) : 페르시아 왕 키루스 칙령, 성전재건
내용
역대기 저자의 중요한 관심사는 다윗 왕조와 예루살렘 성전을 중심으로 한 이스라엘의 역사였다. 저자는 하느님과 인류가 맺어온 계약을 상기시키면서 유다와 다윗의 족보를 다시 들려준다. 이는 궁극적으로는 하느님이 세상 역사의 전체를 주관하신다는 믿음을 드러내고 있다.
역대기에는 다윗의 종교적 경건성, 전쟁 영웅담, 영원한 왕직에 대해 강조한다. 또 유다 지도자들의 통치를 열거하고 있는데,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야훼께 충실한 왕들이 축복을 받는다는 것이다. 마지막에는 바빌론 유배에서 돌아와 성전을 재건하는 이야기가 서술된다.
야훼 하느님께 지극히 충실했던 다윗의 이야기를 통해 다윗처럼 충실히 하느님을 섬기면 하느님께서 늘 우리 공동체를 보살펴 주신다는 것과 하느님의 집을 짓는데 온 정성을 다하는 다윗과 솔로몬을 통해서 성전은 하느님께서 기쁘게 거하실 수 있는 곳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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