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소외 문제 교회 연대로 극복
신자유주의 바탕의 세계화에 비판적 견해 제기
이주노동자·국제결혼 등 관한 사목적 배려 필요
범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세계화의 조류는 경제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와 사회, 문화적인 모든 측면에서 국제 질서를 규정할 뿐만 아니라 각국 사회의 삶을 폭넓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이념적 토대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세계화는 결코 어떤 신념이나 제도 장치로도 되돌릴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지구촌의 흐름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세계화는 이제 지구촌의 당면한 현실로서, 비록 이에 대한 비판적 견해들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할지라도 근본적으로 그러한 흐름 자체에 대해서 부정할 수는 없는, 현실의 문제로 다가와 있다.
세계화는 따라서 하느님 백성의 모든 삶, 단지 영적이고 종교적인 차원을 넘어선 인간 삶의 모든 부문에 대해 사목적 관심을 기울이는 가톨릭교회에 있어서도, 직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현안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세계화가 빚어내는 국제 질서와 국가 및 사회의 모든 면에서의 변화는 가톨릭교회의 사목과 신앙, 교회 생활 전반에 광범위하고 깊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따라서 교회의 모든 사목 정책과 사목적 돌봄에 있어서 깊이 고려해야 할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이는 한국교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으며, 향후 십수년 이후의 한국교회의 모습을 전망하는데 있어서도 가장 큰 변수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교회가 세계화의 문제에 대해 느끼는 문제점은 불평등과 소외의 문제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목적 대안의 방향은 연대로 상징된다.
불평등과 소외를 야기하는 세계화의 문제
이미 가톨릭교회는 오래 전부터 세계화가 가져올 불평등의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해왔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90년대 후반부터 교도권에 바탕을 두고 발표하는 각종 문헌들에서는 물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계화의 문제에 대한 우려를 피력한 것은 결코 우연한 것이 아니다. 특별히 이러한 세계화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제3세계와 그 교회 안에서의 사목적 문제들을 염두에 두고 표명됐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99년 11월 6일자로 발표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아시아 특별총회의 후속 교황 권고 ‘아시아 교회’ 제39항에서 경제적 세계화 과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강조하고, 세계화의 긍정적 효과들을 인정하면서도, “세계화가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과 더불어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 가난한 나라들을 경제적, 정치적 국제 관계들의 주변부로 몰아내는 경향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여기에서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문화적 세계화의 심각한 부작용을 지적, “아시아 사회들을 세속주의적이며 동시에 물질주의적인 소비주의적 세계 문화 속으로 급속히 몰아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교황은 이어 그 대안이자, 합당한 방향으로서 ‘소외 없는 세계화’의 필요성에 대해 지적하고 그 교회적 방향으로서 사회 교리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에 앞서 1월에는 교황권고 ‘아메리카 교회’를 발표했는데, 여기에서도 교황은 세계화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교황은 문화적 세계화에 대해서 ‘아시아 교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아메리카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세계화 현상은 현대 세계의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 강자 위주인 시장 원리에만 따르게 되면 세계화의 결과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면, 경제 최우선주의, 실업, 공공 서비스의 감소와 저하, 환경과 자연 자원 파괴, 빈부 격차의 심화, 빈곤을 더욱 열등하게 만드는 불공정한 경쟁 등이 그러한 부정적인 결과입니다. 교회는 세계화의 긍정적인 가치들을 인정하면서도 세계화의 물결에 따르는 부정적인 측면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아메리카 교회’, 20항)
이같은 교회 공식 문헌들 외에도 교황은 수시로 세계화의 문제를 지적했다. 1998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교황은 “빈곤의 지속, 세계화에 수반되는 새로운 불평등”으로서 외채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소외 없는 세계화’를 강조했다.
이처럼 지구촌 전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는 국가와 지역 단위에서 해당 사회 구성원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러한 영향은 주로 가난한 이들, 소외 계층의 삶을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나타나기 십상이다. 시장 중심, 물질 만능의 사고가 팽배하게 되고, 실업과 비정규직, 빈부격차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저개발국, 제3세계의 서민층, 특히 농촌과 농업의 붕괴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실제로 한국 사회 안에서도 이러한 문제들은 구체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교회의 사목적 관심과 연구, 대안의 모색은 더욱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미래 전망에 대한 추정은 세계화가 빚어내는 이러한 사회적 부작용들에 대해서 좀 더 민감한 자세가 요구될 것이다.
연대를 통한 극복의 과제
돌이킬 수 없는 추세로서의 세계화에 대한 대안의 모색은 한 마디로 연대로부터 실마리를 찾을 수 있고, 그러한 연대의 구체적인 지침은 교회의 사회교리로부터 시사점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아메리카 교회’ 제55항에서 ‘연대의 세계화’에 대해 언급하면서, “세계화된 경제는 사회 정의의 원리들에 비추어 분석되어야 하며, 그러한 경제 안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과 국제적인 공동선의 요구들을 존중하여야 한다”며 “아메리카 교회는 국가간 화합을 더욱 증진하여 참으로 세계화된 연대의 문화를 조성하도록 도와야 할 뿐만 아니라 모든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세계화의 부정적인 결과들을 줄이는 데에 협력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 사회교리가 교회의 세계화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핵심적인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동의한다. 특히 가톨릭 사회교리는 이미 극심하고 더욱 심화되어가고 있는 빈부 격차의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 될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사회 교리에 대한 재성찰과 재구성의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황 레오 13세는 19세기 산업혁명과 노동자의 권리 문제 등과 관련된 시대적 도전들에 대해서 충실한 사회교리적 사목 대안의 모색으로 대응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가톨릭교회는 산업혁명 당시에 버금가는, 오히려 더 큰 변화의 기로에 있는 오늘날, 교회의 사회교리에 대한 전면적인 재성찰과 그에 따른 시대적 환경에 대한 재적응과 재해석의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사회와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과연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들을 얼마나 충실하게 연구하고 체득하고 있는지 자체가 의문시되지만, 작금의 교회는 교회의 사회교리를 새로운 시대적 환경, 변화하는 시대와 노정되는 세계화의 부작용들을 비추어보는 수단으로 삼아야 할 뿐만 아니라, 좀 더 충실하게 그것을 현실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더 깊은 관심
세계화의 영향은 한국 사회와 교회에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불공평한 국제 질서와 사회 현실을 자아내는 세계화의 부작용 외에, 세계화 그 자체가 가져오는 사회적 변화에 대한 적응 역시 교회의 중요한 사목적 과제들이다. 그 중 하나가 이주민들에 대한 사목적 대안이다. 이주 노동자의 증가 및 국제 결혼의 증가는 이들에 대한 사목적 대안의 모색을 요구한다. 향후 미래 사목의 방향에서 이들이 사목활동에서 지니는 비중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농업과 농촌에 대한 교회의 사목은 더욱 집중적인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진 우리 농촌의 현실은 속속 타결되는 자유무역협정의 영향 속에서 더욱 그 문제가 심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농촌 교구들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업과 빈부격차 문제는 세계화가 가져오는 가장 광범위한 사회적 악영향이다. 양극화의 사회적 의미는 교회의 사목활동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지만, 사실상 한국교회 안에서 이에 대한 전향적인 접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교회 자체가 중산층화해 가면서 자칫 교회는 우리 사회의 소외 계층에 대해서, 극히 일부 영역에서만 사목활동이 이뤄지는, 특수사목의 일환으로서만 그 의미를 갖는 모습을 보인다.
한국교회가 미래 사목의 방향을 모색함에 있어서, 가난한 이들에게 주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고 연구하지 않는다면, 자칫 그 올바른 방향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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