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 활동 주체로 노인신자 활용해야
교회 고령화 현상은 사회 전반에 비해 훨씬 가파르게 진행
풍부한 인생경험 바탕으로 원숙한 신앙생활하도록 배려를
노인사목 강화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인력 지원 등 시급
90년대 말, 그리고 2천년대에 들어오면서 우리 사회의 존립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이라고 할 수 있는 저출산 문제에 봉착한다. 개발독재시대의 강력한 인구 억제 정책의 후유증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저출산율은 서구 사회보다도 오히려 더 심각한 지경으로 나타나, 사회구성원의 절대수의 감소라는 심각한 우려의 대상이 됐다.
급락한 출산율은 60년대 6명의 높은 수치로부터 1984년 2.1명, 1999년 1.43명, 그리고 2001년에는 1.3명으로 급락했다. 이듬해인 2002년부터 약간의 인구 정책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이미 고착된 저출산율의 반등은 역부족인 것으로 보였다.
의학의 발전에 따라 높아진 평균 수명과 함께 지속적인 저출산의 사회 현상은 필연적으로 우리 사회 전체의 고령화를 불러왔다. 고령화에 대한 다양한 사회과학적 분석이 이뤄지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한국은 이미 지난 2000년 이미 65세 이상 노인층 비율이 총인구의 7%가 넘는 ‘고령화 사회’로 들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이러한 기왕의 고령화 사회의 현상의 심화는 지금까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던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원인
고령화의 원인은 크게 저출산율과 평균수명의 증가로 보인다. 앞서 보았듯이 출산율의 감소는 2003년 현재 1.17명, 2007년에는 1.08명의 지경에 이르러 싱가포르에 이어 끝에서 두 번째를 기록했고, 특히 부산 지역 경우에는 출산율이 0.81로 기록됐다. 이같은 저출산율이 그대로 지속된다면 한국은 2300년에는 전체 인구가 완전 소멸한다.
평균수명은 지속적으로 늘어 2003년 75세에 달했고, 2년 뒤인 2005년에는78.5세로 세계 26위를 기록했으며, 이는 매년 약 1.5세 정도씩 늘어난 것으로 세계 평균 증가 속도 0.2세보다 무려 7.5배에 달한다. 결국 저출산과 평균수명 증가로 인해 우리 사회의 고령화는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의 급속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한국 사회 전체의 변화 양상이 교회 안에서는 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2년 평균 신자 증가율은 2.8%, 반면 50대 신자 수의 증가는 12.8%, 70세 이상은 15.2%로 기록됐다. 40세 이전 전 연령층에서는 신자수가 줄었다.
10년 주기로 실시된 가톨릭신문사의 ‘가톨릭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조사들에 따르면, 1997년 천주교 신자 구성이 30대 이하가 50.7%이고 40대 이상이 49.3%로 나타났는데, 10년 뒤인 2005년에는 40대 이상이 59.1%로 신자 구성 연령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사회 전반의 고령화 현상에 더해, 교회 내에서의 인위적 고령화, 즉 고연령층 신자의 급속한 증가 현상과 저 연령층 신자 수의 감소라는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발생함으로써 교회의 고령화 현상은 사회 전반의 고령화 현상에 비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고령화 현상은 교회의 사목 정책과 방향에 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면에서 미래 사목의 방향 수립에 있어서 깊은 고민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통계수치상의 고령화 현상과 함께 실제 사목현장에서 체감되는 고령화는 더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교회 고령화 실태
일선 사목 현장의 현실을 살펴보면, 사회과학적 분석이나 면밀한 관찰을 하지 않아도 교회 활동의 중심을 이루는 신자들의 연령대가 대개 고령의 여성 신자들이라는 점에 대해 누구든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의 연령 분포나 단체에 가입해 활동하는 신자들의 추이만 봐도 젊은이들보다는 높은 연령대의 신자들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갈수록 희미해지는 유아 영세에 대한 인식, 주일학교에 참석하는 어린이와 청소년 수의 급감, 청년 활동 신자들의 부족 등은 바로 이러한 교회 현실을 그대로 나타내는 지표이다. 이러한 고령화 증세는 다른 종교들에서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각 종교내의 청년 인구 비율에서 개신교나 불교의 경우보다 거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 천주교회의 이러한 현실은 이미 우려가 현실화된 서구 교회의 사례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고민을 하게 한다. 서구 교회 안에서 젊은이들을 보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되고 있다. 자칫 한국교회는 이러한 서구 교회의 비극적 현실을 따라가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을 것이다.
고령화 사회로의 이행 추세로 볼 때, 한국 사회, 특히 한국 천주교회는 불과 10년 뒤에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고령화돼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이제 한국 사회는 물론, 특히 한국 교회는 이러한 흐름을 역전시킬 수 있는 사목적 대안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뿐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흐름 속에서도 그 변화의 요인들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그 첫 번째 돌파구는 당연히 젊은 층이 교회를 찾아올 수 있는 획기적인 사목적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사목적 차원과 시도가 고려돼야 할 것이다. 보다 직접적으로는 젊은 층에 대한 선교 노력을 배가하고, 그러기 위해서 교회 안에 이들이 머물 수 있는 장을 더욱 광범위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젊은이들은 교회의 미래로서만 의미가 있지 않다. 지금 현재 교회를 구성하고 있는 젊은이들은 교회의 현재이자 동시에 현재와 연결되는 미래의 의미를 갖는다. 이미 가속화된 사회적 고령화 현상 속에서 살아가는 교회가 인위적 고령화의 파장을 최소화하고, 조금이라도 고령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이미 상당 부분 어쩔 수 없는 사회적 흐름으로 자리잡은 고령화의 추세에 적응하는 사목적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가 필연적으로 야기하는 문제점들에 대한 대응은 그 추세를 완화시키는 것 외에, 이미 고착된 고령화 사회의 구성원들에 대한 적절한 사목적 배려가 강화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사목적 배려 강화
노년기 신자들은 단지 사회적 효용성 면에서만 판단될 수 없으며, 오히려 그러한 연령대의 신자들이 지닌 풍부한 경험과 영성적 깊이, 인생과 종교와 신에 대한 깊은 통찰력들을 바탕으로 이들이 더욱 원숙한 신앙과 삶을 유지하도록 배려함으로서 사회와 교회 구성원 전체에 대한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지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이 교회의 사목과 사도직 활동의 주체로서 자리잡도록 하는 것은 이미 진입한 고령화 사회와 고령화된 교회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사목적 대응 방안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교회의 사목적인 측면의 재원과 인력 등이 노인사목의 강화를 위한 다각적인 프로그램과 사목적 배려에 투입돼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단지 일시적이고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전망 안에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은 노년 인구의 욕구에 대한 복지적 측면의 배려이다. 이들이 정신적, 영적으로 풍부한 자원과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복지적 측면에서의 다양한 지원 체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노년층에 대한 사목적 배려와 청소년 청년층에 대한 사목적 전환점의 모색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는 사실상 교회 사목의 전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것이고, 사목 활동 전체의 획기적인 변화와 쇄신이 요구되는 것이다. 미래 사목의 청사진에 있어서 이러한 고령화 사회의 요구는 반드시 고려돼야 하는 필수 요건이 아닐 수 없다.
사진설명
노인들을 교회 사목과 사도직 활동의 주체로 자리잡도록 돕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은 부산교구 남천본당 노인대학 학생들이 교육받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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