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자율화가 곧 경쟁력입니다”
선진국에 비해 국내 대학 지원 턱 없이 부족
사학법 폐지 후 사학지원육성법 제정해야
■ 손병두 총장은
1941년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전국경제인연합회, 삼성그룹 등 재계에서 잔뼈가 굵은 기업인 출신으로 2005년 6월 최초의 평신도 총장으로 서강대 총장에 선임됐다. 이에 앞서 2004년에는 한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 제15대 회장을 역임했다. 2007년에는 대교협 부회장 겸 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을 맡았고, 지난 4월8일 제14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에 취임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손병두(요한 보스코.66) 서강대 총장은 이른바 ‘선진국형 대입 선발 제도’에 대해 소신과 신념에 바탕을 둔 명확한 전망을 피력했다.
지난 4월 8일 임기 2년의 대교협 회장에 취임한 손회장은 대입 선발 제도에서의 자율화를 비롯해 학교 운영에 있어서의 자율성을 최우선적인 가치로 강조하고 있었다.
학생 선발로부터 학교 운영에 있어서의 이러한 자율화로 인해 혹시라도 야기될 우려들에 대해서도 손회장은 자율성이 부여된 만큼 책임 있는 학교 운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신뢰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교육과 관련해 가장 핵심적인 책무를 담당하게 된 손병두 신임 회장을 만났다.
선진국형 대입 선발제 정착을
대교협 회장으로서 손회장은 무엇보다도 대학의 자율화를 정착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그는 “대입 자율화가 자리를 잡게 되면 단지 성적만으로 학생의 능력을 평가하기보다는 그 학생의 잠재력과 특기, 자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선진국형 대입 선발 제도가 정착될 것”이라며 “특히 선진국들의 대입 선발 방식으로서 입학 사정관제도가 확대돼 다양한 선발 제도가 실시되고, 이에 따라 고등학교 교육도 변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손회장은 본고사 부활이나 고교의 서열화 등의 문제점 등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며 무엇보다도 대학 교육의 자율성 확보를 위해서는 재정적인 자립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회장은 특히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국립대는 정부 지원이 60%에 달하고, 사립도 15% 내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립은 40%, 사립은 불과 3% 내외에 불과하다. 고등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교육 자율화와 관련해서 가장 격렬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이 사학법 문제. 손회장은 이미 4월 11일 취임 후 가진 첫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의 목표는 재개정된 사학법을 원상회복시키는 것, 더 나아가 폐지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학법 문제는 교육 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가톨릭교회에 있어서도 역시 깊은 관심의 대상이다. 손회장은 사학들을 규제하는 것이 목적인 사학법은 폐지하고, 오히려 사학지원육성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2005년 서강대 사상 첫 평신도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관심과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손총장은 평신도의 신분으로서 가질 수 있는 각별한 소명감을 강조한다.
“사도들은 ‘우리는 기도하고 나머지는 평신도들을 뽑아서 일을 맡기자’고 말했습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는 성직자들과 평신도들이 긴밀하게 협력해서 복음을 선포해야 할 시대적인 소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결국 평신도의 전문성은 교회와 인류 발전에 필수적으로 활용돼야 할 때라는 것이다. 특별히 세속 사회에서 평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전문가인 평신도들을 원활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손총장의 말이다.
손총장은 첫 평신도 총장이면서 동시에 재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형적인 CEO 총장이다. “900년 전통을 지닌 옥스퍼드대학교에도 기업인 출신의 총장이 부임했습니다. 이제 대학 총장은 반드시 교수 출신이 독차지하는 것이 아닌 것이 지금의 추세입니다.”
기업인 출신의 탁월한 경영 능력을 바탕으로 그는 취임 초기부터 “학교 운영에 40여 년 동안 기업과 연구소, 경제 단체 등에서 닦은 노하우를 접목시켜 나가겠다”고 주위의 기대에 화답한 바 있다.
공동선에 기여하는 인재 양성
총장 취임 이후 3년 동안 손총장은 과거의 명성이 바래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미래의 전망을 담은 발전 전략들을 수립하고 착실하게 추진해오고 있다.
“서강대학교는 그리 길지 않은 역사 속에서도 한국 교회의 학문적 발전은 물론 우리 사회의 대학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습니다. 서강대의 발전에는 교회의 관심과 함께 모든 신자 분들의 기도와 후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처음 평신도로서 총장직의 제안을 받았을 당시, 결정에는 쉽지 않은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고도 남음이 있다. 특히 손총장은 가톨릭 교육기관이 사회 안에서 모범적인 교육 기관으로서의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해야 한다는데 깊은 책임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가톨릭계 대학교의 정체성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전인 교육에 대한 투신입니다. 지식 전달 뿐만 아니라 전인적인 교육을 통한,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뿐만 아니라 인류와 공동선에 대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바로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대학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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