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성윤리 의식 일반인과 별 차이 없어
45.7% “냉담 경험”… 이유 ‘개인 생활 때문’ 가장 많아
교구의 장점은 ‘순교 역사’, 최대 약점은 ‘재정 상태’
전주교구 신자들은 스스로의 신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또 교회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전주교구가 이에 대한 해답을 모색해 보는 ‘전주교구 설정 70주년 기념-신자 신앙의식 조사보고서’를 냈다.
교구 설정 70주년을 맞아 출간된 조사보고서는 오늘날 전주교구의 사목환경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의 교구 사목 방향을 설정하는 데 귀중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조사보고서는 교구 내 몇몇 사제들의 자발적인 주도 아래 진행됐다는 점과 전주교구 역사 안에서 교구민들의 신앙의식을 처음으로 객관적으로 파악했다는 두 가지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조사보고서는 지난 4월 24일 나바위성당에서 열린 ‘전주교구 사제단 월례 묵상회’에서 교구장 이병호 주교에게 봉정됐다.
이병호 주교는 발간사에서 “신앙의식 조사보고서 발간을 토대로 하여, 앞으로 우리는 필요한 검토와 논의 과정을 거쳐서 교구의 사목 방향을 잡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좀 더 바람직한 교회상을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주요 조사항목별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한다.
조사 배경과 방법
조사연구는 김선태 신부(전주교구 가톨릭신학원장)의 진두지휘 아래 전주교구 사제단 및 평신도가 참가한 가운데,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약 8개월간에 걸쳐 진행됐다. 설문지 작성 및 조사 대상 표본 추출, 통계 처리는 (사)우리신학연구소가 맡았다.
우선 연도별 교세통계 자료와 연도별 교구 사목 지침서, 기타 참고 자료 등을 통해 ‘조사 계획 수립과 기초 문서 자료 수집 및 분석’의 시간을 거쳤으며, 이를 토대로 교구 신자들의 생생한 의견을 듣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신자 의식과 신앙 실태 조사’는 전주교구 20대 이상 70세 미만 성인 신자 1264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각 본당 주임신부들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구역 반장 등을 통한 직접 ‘설문지’ 조사가 이뤄졌다.
전주교구 사목국은 조사보고서를 토대로 올해 상, 하반기에 관심있는 사제들과 평신도를 대상으로 두 차례의 ‘사목 방향 설정을 위한 워크숍’을 연다는 계획이다.
가정, 소공동체 사목
응답자들은 천주교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이혼’이나 ‘혼전동거’ 등 가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반인들과 별다른 차이점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이혼’의 경우는 과거 유사한 조사에 비해 찬성입장이 매우 높게 증가했다.
이혼 또는 재혼 가정을 위해 교회가 시급하고 중요하게 해야 할 일로는 ‘이혼자들을 이해하고 편견 없이 받아들이도록 교육과 배려’(27.8%)를 꼽았다. ‘성사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회법적 절차를 도와줘야 한다’(18.2%)는 응답이 그 뒤를 따랐다.
‘결혼하더라도 반드시 아이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는 응답자의 73.1%가 반대했고, 11.5%만 찬성 입장을 보였다.
‘가족 단위 신앙 활동’은 ‘미사 참례’(46.5%)가 가장 높았고 ‘기도’나 ‘신앙대화’ 등의 의견도 나왔으나, 가족들이 함께 모일 시간이 없기 때문(58.1%)에 다른 신앙 활동은 거의 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 응답자의 68.6%는 현재 본당 신자들과 잘 알고 서로 친하게 지내고 있지만, 31.4%는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대부분은 구역 반모임이 신앙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보였으나, ‘시간이 없거나 맞지 않아서’(68.9%), ‘관심이 없어서’(31.4%), ‘보람이나 재미가 없어서’(16.2%) 등의 이유로 참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선교, 신자 재교육
전북지역의 천주교 신자는 1995년 전체 인구의 6.0%에서 2005년 11.4%로, 지난 10년 동안 47.5%나 늘어났다. 전국적으로 평균 39.5%의 상승률과 비교할 때, 전북지역의 천주교 신자 증가율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전주교구 신자들의 주일미사 참여율은 24.5%로 전국 수준인 26.0%보다 낮았다.
응답자의 45.7%가 냉담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냉담의 이유로는 ‘여가와 취미생활 등 개인 생활 때문에’, ‘자신의 신앙에 대한 갈등과 회의 때문에’, ‘특별한 이유 없이’ 등이 가장 많았다.
남성 신자들과 젊은 신자들일수록 미사 참례 비율이 낮았는데, 특히 20대 남성 중 매주일 미사에 참례하는 이들은 23.6%에 불과했고, 34.5%는 전혀 미사에 참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전례생활을 열심히 하는 신자들이라도 ‘성경읽기’를 가장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본당에서 받는 신앙교육도 ‘성경’(41.2%), ‘천주교 기본 교리’(40.8%), ‘영성수련’(24.5%), ‘사회문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21.5%)의 순으로 응답했다.
전주교구 신자들은 자신이 천주교 신자라는 것에 대해 92.3%가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젊은이 보다는 노년층이, 도시보다는 농촌 지역 신자들이 천주교 신자로서의 자부심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신자들은 바람직한 전교 방법으로서 ‘신자들의 자기 성화와 모범적인 생활’(60.9%)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건강’(44.8%), ‘즐거운 가정생활’(39.1%), ‘마음의 평안’(35.3%) 순으로 답했다.
청소년, 청년사목
전주교구는 타 교구 대비 청년신자비율이 높았으나, 청년 활동이 특별히 활성화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자대비 20대 청년 비율은 16.2%로, 서울대교구(17%) 다음으로 가장 많았다. 청소년들의 주일학교 참여율은 초등부는 59.9%, 중고등부는 21.3%로 나타났다.
부모들은 자녀들을 교육할 때 69.8%는 신앙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가장 우선시한다는 이들은 18.0%에 불과했고, 30.2%는 강조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배우자의 종교가 다르거나 종교가 없는 경우 강조하는 정도가 낮았다.
자녀가 있는 신자들의 70.1%는 모든 자녀가 세례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한편 자녀를 주일학교에 보내는지 알아본 결과 56.3%만이 ‘보내고 있다’고 응답했으나, ‘보내려는데 본인이 가지 않는다’(23.4%)와 ‘보내지 않는다’(20.2%)는 응답도 있었다.
신자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청소년 신앙교육 방법’은 45.8%가 ‘현재 방식으로 교리교사가 주도하되 다양한 체험활동 위주로 교리를 진행’하는 것을 꼽았다.
본당의 청년 신앙 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청년들을 위한 친교 문화공간 및 프로그램 제공’(45.6%)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알차고 다양한 청년 재교육 프로그램’(22.7%)의 의견이 뒤를 이었다.
세상과 교회
전주교구 관할 전라북도의 고령화 비율은 14%로, 이미 고령 사회에 접어들었음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전주교구는 고령 신자에 대한 장기적 사목 방안 모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 봉사활동 참여 여부를 묻는 설문에는 56.6%가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동시에, 본당에서 신자나 지역 주민들을 위한 시설 개방이나 프로그램 마련이 충분하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75.6%가 ‘부족하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매우 부족하다’는 평가도 24.6%나 됐다.
본당이 지역 주민들을 위해 시설을 개방한다면 ‘교양 강좌 등 교육 프로그램 장소’로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이 27.8%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소외된 이웃을 위한 복지 공간’(22.5%), ‘지역 주민을 위한 휴식 공간’(21.7%)이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노년층은 ‘예식장, 장례식장 등 관혼상제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았다.
최근 급증하는 이주 노동자 및 다문화 가정 여성들을 위해서 교회가 ‘문화적 갈등 해소를 위한 프로그램 지원’에 힘써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는 ‘우리말 교육 지원’을 꼽았다.
본당운영
전주교구 신자들은 설정 70주년을 맞은 전주교구의 모습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6%가 교구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신자들은 전주교구의 가장 큰 장점으로 ‘최초의 자치교구, 순교자가 많은 교구 역사’(64.5%)를 꼽았다. 반면 약점으로는 ‘교구와 본당의 재정상태’(46.2%)를 지적했다.
교구장 사목지침에 대해 응답자의 75.2%는 전혀 들어보지 못했거나, 들어봤어도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타 교구에 비해 10%정도 높은 수치다. 아울러 응답자의 71.9%는 본당 사목목표에 대해서도 내용을 잘 모르거나 전혀 들어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본당 행정 업무’ 및 ‘본당 재정 운영’에서는 90%를 넘는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매우 만족하거나 어느 정도 만족한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의 42.1%는 본당 사제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모범적 영성과 기도생활’을 꼽았다. 뒤를 이어, ‘폭넓은 지식과 안목’(22.5%), ‘겸손과 자상한 태도’(19.3%) 순으로 이어졌다. 반면 본당 수녀 등 수도자의 경우에 있어서는 응답자의 41.7%가 ‘겸손과 자상한 태도’를 골랐다.
응답자들은 가족 월수입 대비 봉헌금 비중에 있어서 1/30 정도를 가장 많이 봉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인 십일조를 봉헌하는 응답자는 7.1%에 그쳤으며, 월수입의 1/100 이하로 봉헌하는 응답자도 13.0%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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