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뇌 함께 나눕니다”
야무지게 잡은 두 손 위로 떨어지는 감격의 눈물. 마주선 두 할머니의 눈가에 깊이 박힌 주름 사이로 오랜 세월 힘겹게 살아온 생애와 수십 년 만에 조우한 기쁨이 북받쳐온다.
이산가족의 상봉이 아니다. 이러한 모습은 부산 경남 지역에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온 한센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펼쳐졌다.
재단법인 프란치스꼬회 산청 성심원(원장 황재구 수사)은 4월 23일 한센인들을 위한 ‘부산 경남 가톨릭 자립마을 한마음 잔치’를 열었다.
부산 경남 지역의 한센인 권익보호와 친목을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오전 10시30분 마산교구장 안명옥 주교가 집전한 미사를 시작으로 만남의 시간, 마을별 장기자랑 등으로 이뤄졌다. 거창 협성마을, 김해 루까마을, 부산 계림농장, 부산 삼덕농원, 산청 경호마을, 산청 성심원, 하동 영신원 등지에서 참여한 400여 명의 한센인들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가족,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대부분 양계나 양돈을 통해 생업을 꾸려가는 부산 경남지역 자립마을 한센인들에게 성심원은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치료를 위해 한번쯤은 거쳤거나 이미 돌아가신 부모들이 묻힌 곳. 그래서 오랜만에 성심원을 방문한 타 지역의 한센인들은 감회가 새로웠다.
성심원 원장 황재구 수사는 “이번 한마음 잔치는 부산 경남 지역의 한센인들이 하느님 사랑 안에 하나 되게 하는 모임”이라며 “삶에 대한 고뇌를 함께 나누며 하느님께 감사하고 기뻐하는 자리이니 만큼 여기 모인 모든 한센인들이 신앙을 통해 평온과 행복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마산교구장 안명옥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서로 가족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여러분들의 모습과 이 자리가 참으로 좋다”면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살아가고자 하는 한 신앙인으로 삶 안에서도 이웃들에게 말씀을 실천하며 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수도회 작은형제회에서 운영하는 성심원은 1959년 한센환자들을 위한 생활복지시설로 설립됐다. 현재 168명의 한센인들과 63명의 직원들이 함께 생활하며 연간 3000여 명의 봉사자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성심원은 2009년 개원 50주년을 맞아 가정사 신축과 도로 정비 등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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