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복음 묵상-노성호 신부(모산골본당 주임)
5월 18일 삼위일체대축일 (요한 3, 16∼18)
저는 쓰리 잡스(three jobs) 신부랍니다
2007년 8월 17일.
이날은 주교님께서 저를 너무도 사랑하신 나머지 제 어깨에 십자가(?) 하나를 더 짊어지워주신 아주 뜻 깊고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첫 인사발령을 받고
효명중고등학교 교목실장. 그 이름부터 너무도 거창한 직함 하나가 ‘노성호’라는 제 이름 세 글자에 덧붙여지게 된 것입니다.
그 직함이 제게 어울리고 저에게 그런 자격이 있는지, 모든 것이 부족하게만 느껴졌는데, 그날 사제서품식 후 받아 본 인사발령지에는 “모산골 성당 주임신부 겸 효명중고등학교 교목실장”이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보좌신부 때부터 학교에 들어가 일하기 위해 준비하긴 했지만, 막상 인사발령을 받고 보니 눈앞이 캄캄해 지면서 막연한 두려움과 떨림, 뭔지 모를 책임감과 중압감도 밀려오는 듯 했습니다.
아주 죽겠더군요. 그래도 죽을 수는 없었고, 저를 보내주신 주교님의 깊은 뜻도 알고 있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하루하루 학교생활을 해 나갔고, 지금은 벌써 두 번째 학기를 살아가고 있답니다.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늘었으니 그전보다 바쁘고 힘들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보니 매달 있는 동창 모임도 늦게 되었고, 그때마다 동창 신부들은 저를 ‘투 잡스 신부’라고 놀려대며 나름대로의 애정표현(?)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제 주변에는 사랑스런 제자들이 늘어가게 되었고, 학교 일을 배우면서 많은 지식과 지혜도 쌓아갈 수 있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저에게 ‘투 잡스 신부’라고 했던 동창신부들의 말을 들었던 날, 저는 제 자신에 대해서 묵상해 보았습니다.
‘나에게 본당신부와 교목실장이라는 모습 말고 또 다른 모습은 없는가?’,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단 두 가지뿐인가?’,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통해서 결국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가?’ 등에 대해서 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투 잡스 신부’가 아니라 ‘쓰리 잡스 신부’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모산골 본당 신부’이면서 ‘효명중고등학교 교목실장’이고, ‘노성호’라는 제 자신 본연의 모습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성당과 학교에서, 그리고 제 삶의 터전에서 각기 다른 일들을 하면서 살아가고는 있지만, 결국 그 모든 모습들은 ‘노성호’라는 제 자신 안에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었지요.
우리가 믿고 따라가고 있는 삼위일체 하느님도 제 자신의 세 가지 모습이 하나로 통합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물론 우리가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고, 깊이 알려고 해도 그럴 수 없는 분이 하느님이시지만, 그분은 세상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하느님 아버지이시면서, 동시에 인류의 구세주로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셨던 예수 그리스도이시고, 아버지와 아들의 협조자이시며 우리 모두의 영적인 능력이 되어 주신 성령이시기 때문이지요.
‘삼위일체 하느님’
이 세 가지 모습이 하나로 일치를 이룬 한 분이신 하느님을 우리는 믿고 고백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같은 하느님의 한 본성 안에 각기 다른 역할을 하시며 서로 협력하시고, 깊은 친교로 일치를 이루시는 세 위격을 지니신 하느님이 바로 ‘삼위일체 하느님’이시지요.
그러고 보면 하느님도 꽤나 힘들고 바쁘실 것 같습니다. 매 순간 창조도 하셔야 하고, 구원도 해 주셔야 하며, 영적인 힘도 되어 주셔야 하니 말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를 사랑하신 나머지 삼위의 친교와 일치 속에 우리 모두를 초대해 주시면서 깊은 사랑을 전해 주시는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하느님의 초대에 기쁘게 응답하며, 그분께 대한 믿음을 키워나가고, 친교와 일치의 모범을 보여 주신 하느님과 하나 될 수 있도록 더욱더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저의 ‘쓰리 잡스’를 더욱 성실히 수행해 나가야겠습니다.
5분 신앙상식-토빗기의 구조와 내용
신심깊은 한 가족의 삶 통해
참된 지혜의 길 생생히 그려
토빗기는 기원 전 200년 경에 편집한 책으로 독자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어떤 역사적인 사건이나 인물을 자유롭게 각색하여 꾸미는 문학형식을 취한 책이다.
이 책은 종교적인 교훈을 줄 목적으로 모세오경과 예언서의 영향뿐만이 아니라 당대의 지혜문학, 민담, 전설, 민간신앙의 영향을 받아서 이스라엘의 신심 깊은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이상적인 이스라엘 사람의 덕행과 그들을 행복한 생활로 이끌어 주는 참된 지혜의 길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는 책이다.
구조
① 첫 번째 부분(1장∼3장) : 하느님께서 토빗의 기도에 응답하시다
② 두 번째 부분(4장∼14장) : 하느님께서 라파엘을 보내셔서 도와주시다
내용
토빗기는 크게 세 가지 관심을 가지고 저술한 책이다.
첫째, 토빗기의 관심은 시련을 통해서 어떻게 하느님께서 섭리하시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둘째, 토빗기는 가정을 한 나라의 정신적 유산이 전승되는 유일한 보고로 보고 있다(1, 8; 3, 10. 15; 4, 3∼4; 6, 15; 14, 12∼13). 따라서 가족 간의 친밀감을 돈독하게 하는 모든 덕행들, 특별히 부모에 대한 존경심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방민족과의 통혼 위험성을 안고 있던 유다인들에게 결혼에 대한 가치관은 매우 중요하기에 가정에 대해서, 결혼에 대해서 들려주는 것이다.
셋째, 토빗기에서는 또한 자선과 기도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공동체 일치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 자선행위(1, 16; 4, 7∼8. 16; 14, 8∼9) 또한 하느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행위로 본다.
기도는 하느님께 대한 신뢰 행위이며 언제든지 하느님을 받아들이려는 마음을 갖추기 위한 기본자세이다(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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