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택시.
택시를 타는 이는 시간에 쫓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마음이 급할 때면 손님은 운전기사를 재촉하거나 힐끔거리며 미터기를 확인한다. 운전기사의 마음도 급하다. 기사와 손님의 급한 마음처럼 택시도 달리고, 앞지르고 끼어든다.
#장면 2
하나, 둘, 셋, 넷…. 택시만 총 16대다. 뒤에 탄 손님은 재촉하지도, 미터기를 확인하지도 않는다. 고속도로를 달리고,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꽃마저 피운다. 16대 택시가 ‘청주 가톨릭 운전기사사도회’ 깃발을 달고 총총히 발을 맞춘다.
차종은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택시. 기사들도 다르지만 모두 가톨릭 운전기사사도회원이다. 4월 23일. 오늘은 청주교구 가톨릭 운전기사사도회원들과 은혜의 집(원장 권경미 수녀) 마리아동 어르신들이 나들이 가는 날이다.
장소는 천안 독립기념관과 의암 한옥마을. 사도회원 34대 택시 중, 16대와 18대가 나뉘어 어르신들을 모시기로 했다. 기자는 독립기념관 팀을 따라나섰다.
아침 나절 가랑비가 내려도 어르신들은 신이 났다. 아들 같은 사도회원들과 함께 소풍을 오니 독립기념관도, 가는 길에 보는 꽃도 나무도, 물고기도 새롭다.
“힘들기는요. 즐겁죠. 몸은 피곤해도 기분은 좋아요. 어르신들도 신나하시고요.”
사도회 총무 박범석(율리아노, 50)씨가 말했다.
한 쪽에서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의 휠체어를 밀어드리며 사도회원의 부모님 이야기가 한창이다. 어머니 같은 은혜의 집 할머니를 보니 사도회원도 부모님 생각이 난 모양이다. 할머니도 귀 기울여 연신 “그려? 그렇구먼”이라며 등을 다독인다.
청주교구 운전기사사도회원들이 나들이 봉사를 시작한 것은 한해, 두해 이야기가 아니다. 1987년 설립돼 2007년 8월 20주년을 맞을 때까지 나들이 봉사 73회, 봉사인원 1595명, 차량 1198대가 참여했다. 장애를 가진 충북재활원 아이들에게 바다를 보여주기 위해 대천해수욕장으로 달려갔고, 독거어르신들에게는 성지순례의 기회도 드렸다.
“어디를 내놔도 자랑스러운 회원들입니다. 밤낮으로 일하는 택시기사들이 쉬는 날 봉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때문에 사도회원을 확보하기가 힘이 들지요.”
사도회장 이기찬(요셉, 56)씨는 사도회원들은 나들이봉사를 ‘사명’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1년에 4번 열리는 나들이 봉사 톨게이트비와 차량연료비 모두 자신이 부담하면서도 말이다.
“오씨 할머니, 여기에요. 여기.”
“아이고, 우리 기사님 여기 있구나.”
소풍이 무사히 끝나고 밝은 얼굴로 집에 가는 길. 운전기사의 기도는 이루어졌다.
“사랑하는 당신께 나의 모든 것을 맡겨드리오니/ 오늘을 시작하는 운행에 함께하시어/ 모든 위험에서 보호하여 주시고/ 보람된 하루가 되도록 축복하여 주소서.”
사진설명
▶운전기사사도회원과 은혜의 집 할머니가 해맑은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다.
▶사도회원들이 어머니 같은 은혜의 집 할머니들의 휠체어를 밀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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