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건강해져서 효도 할게요”
“베드로와 젬마를 데려가시더니 이젠 바오로에게 아픔을 주시나요. 제 기도가 부족한 건가요? 하느님 제발 우리 바오로를 살려주세요.”
정은선(스텔라, 55, 안동교구 의성본당)씨가 울음을 터트린다.
5월 8일 어버이날. 정씨와 남편 김욱태(요셉)씨는 카네이션을 받지 못했다. 카네이션을 달아주며 ‘어머님, 아버님 감사합니다’라고 해야 할 아들은 병상에서 어버이날을 보냈다.
아들 도엽(바오로, 29)씨의 병명은 급성 골수성백혈병. 180cm가 넘는 건장한 체구의 아들은 가족의 보배였다. 200만 원 짜리 단칸방에 사는 부모를 부양하며 대학생 동생까지 돌보던 든든한 가장이었다. 그런 아들이 지난 해 7월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백혈병이었다.
‘도엽이 마저 데려가시렵니까?’ 부부는 주저앉을 힘도 없었다.
30여 년 전. 부부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자식을 먼저 떠나보냈다.
1977년, 도엽씨의 누나는 태어난 지 8개월 만에 선천성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1982년에는 아들을 잃었다. 급성림프모구성 백혈병이었다.
두 자식을 앞세워 보낸 부모의 심정을 누가 알까. 그랬기에 둘째 아들 도엽씨는 부부에게 희망이었다. 그런 도엽씨가 부모의 손을 잡고 이야기한다.
“죄송해요. 어버이날인데. 꼭 건강 되찾아서 효도할게요.”
올 1월 도엽씨는 미국의 기증자로부터 골수를 이식받았다. 하지만 두 달이 채 못돼 거부반응이 나타났고 한 번 더 골수를 이식해야 살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기증을 거부한 미국인을 대신해 다행히 독일에서 도엽씨와 맞는 골수를 찾았고 이날 두 번째로 수술을 받았다. 앞으로 한 달이 고비다.
여느 백혈병 환자와 마찬가지로 도엽씨 가족도 병마보다도 더 힘겨운 치료비와의 싸움에 지쳐있다. 1차 이식 때 들어간 치료비만 1억 여 원. 여기저기 빚을 내 간신히 갚고 있지만 이미 빚더미에 묻혀버렸다. 게다가 2차 이식수술비는 구할 곳조차 없다. 도엽씨 가족의 수입은 도엽씨가 다니던 회사에서 나오는 휴직자 월급 50만원이 전부.
수술 후에도 약물 치료비가 일주일에 6백 만 원은 나올 것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부모는 아예 할 말을 잃었다. 도엽씨는 이미 성인이라 구청이나 복지재단의 지원을 받을 수도 없다.
“어떻게든 살려야죠. 남들은 찾기도 힘들다는 골수를 두 번이나 찾았으니 그래도 하느님이 희망을 주셨다고 생각해요. 수술비만이라도 갚는다면 날품팔이라도 해서 우리 도엽이 꼭 일어나게 하고 싶어요.”
무균실에서 골수 이식수술을 받는 아들을 보며 정씨는 두 손을 모은다.
※도움 주실 분 우리은행 702-04-107118, 농협 703-01-360433 (주)가톨릭신문사
기사입력일 : 200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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