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평화가 너희와 함께!
박해피해 옹기구우며 살던 터에
100년전 본당 서고 공동체 이뤄
한세기 찬미와 감사 기도드린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이른 아침 도착한 용문면은 그야말로 ‘농촌드라마’의 풍경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머릿짐을 지고 가는 할머니, 길 한켠에서 나물을 팔고 있는 행상들 하며 서울에선 이제 보기 힘든 이발소와 다방들까지. 어린 시절 기억 속에만 남아있던 정겨운 모습들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저 멀리 시야를 두니 언덕 위에 성당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 고갯길에는 한복을 입은 중년 여성들이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본당 설립 100주년을 맞은 이곳, 용문본당(주임 배경석 신부)이다.
용문면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에 천주교 신자가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1866년 병인박해 이후이다. 당시 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숨어 든 신자들은 옹기를 구우며 생활했다고 한다.
1919년 3대 주임으로 부임한 손성재 신부는 용문면 마룡리에 중국식 성당과 사제관을 건립했다. 이때 마룡리본당이란 명칭이 생겼다.
300명에 불과하던 신자수가 1000여 명으로 증가하는 등 괄목한 만한 성장세를 보이던 본당은 아픔을 겪게 된다.
양평으로 본당을 이전하며 본당이 공소로 격하된 것이다. 또 한국 전쟁 당시 폭격으로 인해 본당이 반파돼 신자들은 이중고에 시달렸다.
이후 신자들은 사제관을 개조하고 성당으로 사용하는 등 신앙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 후 1958년 본당을 재건했다. 그러나 당시 본당에 재부임한 김영근 신부는 은퇴 후 후임 사제를 배정받지 못해, 본당은 또 다시 양평본당의 공소가 됐다.
본당이 다시 부활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년. 1967년 이윤성 신부가 부임하며 본당 공동체는 제2의 도약을 위해 힘껏 뛰었다.
성가수녀회를 초청해 본당 사목의 내실화를 기했고 1971년 12월에는 안중본당과 합동으로 평신도 대회를 개최, 큰 성과를 거두었다.
1977년에는 제1회 대부모의날 행사를 개최했고 공소 강당 증축, 나환우 자활촌인 상록촌 구축에도 힘을 기울였다.
1984년 전후로 본당 신자들은 노후된 성당 신축을 위해 산나물과 각종 농산물을 팔고, 폐휴지와 빈병 등을 수집해 기금을 마련했고, 1990년 새 성당을 완공했다.
이후 본당에서는 1997년 신자 수 증가에 따라 양동본당을 분리했고 2001년에는 청운공소를 신축하는 등 지역 복음화에도 기여했다.
고갯길을 오르니 100년 역사를 간직한 본당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소박한 사제관과 그 옆에 우뚝 서 있는 성당. 지역 일대의 가장 높은 곳에서 신앙의 향기를 발산하고 있는 그 모습에 왠지 모를 친밀감이 느껴졌다.
100년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모인 신자들의 숲을 헤치고 어린이들이 모여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잿빛 사진을 유심히 지켜보며 신기한 표정을 짓는 아이들. 그들이 이곳에서 자유로이 성호경을 그을 수 있도록 한 주인공들이 담겨있었다.
“누군지 알아?”라는 물음에 “옛날 신부님이요”라고 해맑게 웃으며 답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느꼈다. ‘이분들이 너희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 얼마나 기뻐하실까…’
100주년을 찬미하고 감사드리기 위한 신자들의 성가소리가 들려왔다. 성당 문을 나서며 행사 팸플릿에 담겨있는 본당 설립 100주년 기도문을 봤다.
‘…저희로 하여금 서로의 잘못을 용서하고, 한 가족으로서 화목하며, 평화롭고 행복한 본당 공동체를 이룩하여, 기도하는 본당, 사랑하는 본당, 선교하는 본당이 되게 하여 주소서…’
팸플릿을 덮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참 욕심 많은 공동체라는… 그리고 또 하나. 그 욕심은 그분께서 채워주시리라는 생각도 함께 말이다.
사진말
본당 100년 역사를 기념하는 사진을 보고 있는 아이들.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본당 출신 사제 4명이 정성을 모아 마련한 성상.
4월 26일 교구장 최덕기 주교 주례로 봉헌한 100주년 기념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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