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복음 묵상-노성호 신부(모산골본당 주임)
5월 25일 그리스도의 성체성혈대축일 (요한 6, 51∼58)
“아빠, 나도 나도. 혼자 먹지 말고 좀 줘~ 응?”
어린 꼬마 녀석들이 저를 웃겨주는 일은 참으로 각양각색입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삐뚤거리는 몇 글자를 써 가지고 와서는 연애편지라고 수줍게 건네주던 작은 공주님, 어젯밤 엄마랑 만든 것이라고 하면서 쿠키 몇 개를 비닐 팩에 담아다 주던 말썽꾸러기 녀석, 미사 끝나고 밖에서 교우들을 기다리고 있으면 저를 부르면서 전력질주(?)로 달려와 와락 품에 안기는 귀염둥이 꼬맹이까지.
매일 만나지는 못해도 일주일에 한두 번 그 아이들과 만나게 되는 시간이 너무 기다려지고, 그때는 기분이 너무 좋아져서 계속 웃고만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미사 때는 더 웃긴 짱구들이 불쑥불쑥 등장합니다.
봉헌이 다 끝나고 복사들이 봉헌바구니를 제대 가까이 올려놓으면, 그때서야 뒤늦게 생각났던지 자기도 헌금을 좀 해 보겠다고 천 원짜리 한 장 들고 성당 한 복판을 급하게 걸어 나오는 녀석부터, 제대 앞을 그냥 지나가는 것이 못내 서운했던지 저를 쳐다보면서 손을 흔들고 들어가는 아이들까지 정말 하느님 나라는 그러한 아이들의 것임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어느 날은 영성체 시간에 아빠 품에 안겨서 함께 나온 네다섯 살 정도 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자기 아빠가 신부님한테 무엇인가를 받아서 혼자 먹는 모습을 보더니 거의 반사적으로 한 마디 내뱉더군요.
저는 성체분배를 하다말고 웃겨서 혼이 났습니다. 그 한 마디인 즉 “아빠, 나도 나도. 혼자 먹지 말고 좀 줘~ 응?”이었습니다. 성체분배를 하면서 그 부자(夫子)가 들어가는 모습을 힐끔거리며 쳐다보는데, 그 아빠가 더 웃긴 분이셨습니다. 글쎄 아이가 계속 칭얼대며 졸라대니까 보다 못하겠던지 입으로 들어가 거의 다 녹았을 법한 성체의 일부분을 떼어내더니 자기 아들 입에 넣어주더군요. 그 후 아이는 칭얼대던 것을 멈추었고 이내 조용해졌습니다.
그 어린 것이 얼마나 성체를 영하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싶어서 눈감아주긴 했으나, 가슴 한편에서는 내 자신이 그 아이처럼 성체를 간절히 원해서 모시면서 신앙생활을 해 나가고 있나 반성하게 되더군요.
사제이기 때문에 매 미사 때마다 무슨 특권이나 혜택처럼 성체와 성혈을 모두 받아먹고 마시고 있는데, 심중에는 여전히 부족한 점들이 많은 것 같아 성체를 모시기에 죄스럽게 느껴질 때도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성체를 모시고 싶다는 간절한 심정을 말씀드리면, 언제라도 주저 없이 당신의 살과 피를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주시는 예수님이시니 감사드릴 뿐이었습니다.
그 아이의 아빠도 예수님의 마음과 같지 않았을까요?
아직 자기 아들이 성체를 영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아들이 청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도 너무 간절히 애걸복걸하듯 청하기 때문에 결국 성체를 내어준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영성체 할 준비를 소홀히 했다 해도 당신 친히 그 부족함을 채워주시면서 아무 이유 없이 사랑을 주시는 예수님이시잖아요. 그 아이는 얼떨결에 영성체를 하고 어떤 마음을 가졌을까도 궁금해집니다.
두 눈을 감고 기도를 하던 아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자기도 어떤 기도를 하지 않았을까요? 잘은 몰라도 아빠가 좋아하는 것이니까, 아빠가 그것을 통해 예수님과 함께 머물게 되니까 자신도 좋아하면서 예수님 곁에 머물려고 하지 않았을까요?
이 빵을 먹는 자는 영원히 살 것이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으니까 영원한 생명을 주는 살아있는 빵을 함께 나눈 그 부자(夫子)도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앞으로도 늘 그렇게 좋은 모습으로 잘 살아가길 바래봤습니다. 또한 제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기를 예수님께 겸손하게 청해 봤습니다.
5분 신앙상식-유딧기의 구조와 내용
선민 이스라엘 보호하심
유다인들에게 확신시켜
유딧기는 기원전 150년경에 쓰인 책이다. 실제의 사건을 배경으로 쓰여진 이 설화는 하느님께서 언제나 당신 선민을 보호해 주신다는 것과 아무리 큰 불행이 닥치더라도 이스라엘 중에 뽑힌 이를 통하여 원수를 멸하신다는 것을 유다인들에게 확신시키기 위해서 쓰인 것이다.
이 책은 아시리아 군에게 포위당한 요새 배툴리아를 구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여주인공 유딧의 이름을 따서 책 이름이 붙여졌다.
구조
①첫 번째 부분(1장∼7장) : 적에게 공격을 받은 유다
②두 번째 부분(8장∼13장) : 유딧이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다
③세 번째 부분(14장∼16장) : 아시리아인의 패배와 이스라엘의 승리
내용
강대국 사이에서 끼어 살고 있던 이스라엘은 무조건 네부카드네자르 왕에게 굴복하라는 명령에 굴복하지 않는다. 이에 화가 난 아시리아의 총사령관 홀로페르네스는 막강한 군사력과 군사작전으로 유다인들이 살고 있는 성읍인 배툴리아를 포위하고 백성들을 전멸시키려고 수로를 끊어버린다.
이에 이스라엘인들은 배툴리아 성읍을 단단히 방비하고 한편으로는 모두가 베옷을 걸치고 기도와 참회를 하면서 애원하였다.
이스라엘 민족은 이미 포로의 생활이 어떤 것인지 체험했기에 다시는 포로로 끌려가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하느님께 울부짖는다.
적장인 홀로페르네스는 이스라엘을 정복하려고 여러 정보를 수집하던 중 이스라엘이 하느님께서 지켜주시는 민족이기에 함부로 대해서는 안되는 민족이라고 보고를 듣는다. 한편 위험에 직면하여 두려움에 떨고 있던 이스라엘인 중에 경건한 생활을 하고 있는 과부 유딧이라는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는 하느님께서 주신 자신의 미모를 이용하여 적장으로 들어가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어 이스라엘을 승리로 이끈다.
이 사건을 통해 하느님은 우상숭배로 당신을 저버리지 않는 한 극도의 위험 속에서도 당신 백성을 외면하지 않으시며, 오히려 원수들의 계획을 꺾어버리신다는 것을 알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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