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하느님이 만날 때’
십자가의 성 요한의 시 ‘영혼의 노래’ 그림으로 표현
만화적 요소도 가미 … 20일부터 중림동 가톨릭화랑
“미술 작업은 저에게 수도생활의 일부입니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도구이자 주님께 다가가는 매개체이지요.”
5월 20~30일 서울 중림동 가톨릭화랑에서 두 번째 전시를 여는 늦깎이 화가 박보규 수사(가르멜 수도회)를 만나봤다.
“십자가의 성 요한 성인의 시 ‘영혼의 노래(CANTICO ESPIRITUAL)’를 묵상하면서 하느님을 찾아가는 길에 대해 많은 묵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를 그림으로 표현해 다른 분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박수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의 묵상을 그림으로 그려 선보인다. 세종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그가 내놓은 작품들은 어딘가 만화적인 요소가 담겨있다.
“이번 작품들은 시를 그림으로 형상화했다고 볼 수 있죠. 그래서 보시는 분들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만화적으로 그렸어요.”
영혼의 노래는 요한 성인이 옥중에 자기 자신이 걸어왔던 길에 대해서 노래한 시다. 하느님과 사랑이 일치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박수사의 작품에도 이러한 과정이 그대로 녹아 있다.
“시는 신부인 영혼과 신랑인 그리스도 사이에 펼쳐지는 상호작용 안에서 영혼이 해야할 내용과 과제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품은 세 가지 주제로 나뉜다. 작가는 ▲쫓아감 ▲정화 ▲만남 등 각 주제에 따라 색과 분위기를 달리했다. 쫓아감은 길과 발자국으로, 정화는 백합으로 형상화했다. 만남은 영혼의 결혼을 통해 완덕에 이른 모습을 표현했다.
작가는 한국화를 전공했지만 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색을 표현하기 위해서 파스텔, 유화물감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적인 느낌을 살리고자 장지와 닥종이를 캔버스로 사용해 눈길을 끈다. 전시에서는 이 외에도 십자가의 성 요한 이콘, 에스키스(습작) 등을 관람할 수 있다.
박수사는“제 전시를 통해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이 자리가 제가 느낀 하느님과 보시는 분들이 느낀 하느님이 만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문의 02-360-9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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