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연중 제9주일 (마태 7, 21∼27)
아버지와 함께
주일복음 묵상-노성호 신부(모산골본당 주임)
‘주님의 기도’ 안에 ‘아버지’라는 말이 몇 번 나오는지 아십니까? 네 번 나옵니다.
항상 바치는 기도이고, 천주교 신자라고 하면 누구나 쉽게 외우고 있는 기도이기 때문에 모두들 잘 알고 있을 듯하지만, 갑작스레 질문을 던지면 자연스럽게 “네 번 나옵니다”하고 대답하시는 분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질문을 받고 나서야 주님의 기도를 빨리 외워보면서 손가락을 꼽기 시작하시더군요. 뭐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도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였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에게 기도의 모범으로서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셨을 때의 마음을 한 번 묵상해 보게 되었습니다. 요한이 자신의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었던 것처럼 자기들에게도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청했던 제자들에게 즉흥적으로 그 자리에서 어떻게 그렇게 기도를 가르쳐주실 수 있으셨는지 묵상을 하면 할수록 더욱 놀랍게만 느껴집니다. 마치 평소부터 기도문 하나를 만들어서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시다 꺼내어 보여주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감히 추측컨데 아마 예수님께서는 항상 하느님 아버지께 그러한 기도를 하시면서 감사하셨고, 아버지의 뜻을 이루시고자 노력하셨던 듯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하고 아버지를 부르시는데, 그 부름은 헛되고 아무 뜻 없는 부름이 아니라 진실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간절함이 묻어나는 부름이었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부를 수 있는 ‘주님, 주님!’ 같은 허공을 향해 외치는 부름이 아니라 간절히 찾고 구하며 부르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그렇게 아버지를 부를 수 있다면, 모두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갖게 해 주는 부름이었습니다.
그 부름 속에는 아버지를 향한 애정과 깊은 친교의 모습이 담겨져 있습니다. 아버지와 하나 되고 싶어서, 아버지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버지와 눈을 맞추며 한 곳을 바라보고 싶어서 그 아버지를 부르는 착한 아들의 음성이 들리는 듯한 그런 부름입니다.
아버지와 함께하는 나라
이러한 부름에 이어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라고 기도하십니다. 여기에는 세상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며, 만물을 생기 있게 비춰주시는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찬양과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고, 모든 영광과 영예를 받으실 분은 하느님 아버지이심을 우리 모두에게 알려주시려는 예수님의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이 기도는 가끔씩 무대의 주인공이 되셔야 할 분은 하느님이심을 알면서도 자꾸만 제 자신이 주연이 되려고 우쭐거리려 할 때 다시금 겸손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점점 작아져야 하고, 하느님께서는 점점 커지셔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가 있으니까요.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을 내게 된다면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라는 기도는 자연스레 나올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거룩히 빛나시는 아버지의 이름을 듣고 그분의 품 안으로 모여들게 된다면, 그래서 그 빛 속에 하나로 모인 모든 사람들이 이룩하게 될 아버지의 나라가 하루 빨리 우리 가운데 오게 된다면, 참으로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고 흐뭇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겠지요?
그 나라는 아버지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정의와 평화가 가득한 나라일 것이고, 그 위에 아버지의 사랑과 자비가 충만히 내리는 그런 나라일 것입니다. 그래서 아픔도 슬픔도 고통도 없고, 모든 사람들이 웃고 행복하게 지내며 서로를 아껴주고 보듬어 줄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이러한 나라 안에서 함께 마음을 모아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은 바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라고 기도하신 예수님의 뜻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께서 보내주신 분이고, 하느님 아버지는 예수님의 아버지이시기 때문에 예수님의 뜻은 곧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되는 것이고, 결국 우리가 예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곧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같은 것이 됩니다.
아버지의 뜻 이루어지도록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뜻을 실천하고, 당신의 말씀을 실행에 옮기도록 당부하고 계신데, 그러므로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잘 듣고 실천해 가면서 반석 위에 집을 짓는 슬기로운 사람처럼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부터 우리의 삶은 더욱더 아버지와 함께 하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어린 마음으로 아이처럼 아버지를 부르고, 그분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고 빛나게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며, 하루 속히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게 기도해 가면서 하늘에서 이루어진 아버지의 뜻이 바로 지금 여기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야겠습니다.
주님의 기도를 깊이 묵상해 본다면 반드시 그 열쇠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그 열쇠를 찾고자 노력한다면 그것이 바로 주님의 뜻과 말씀을 실천하고 실행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5분 신앙상식-에스테르의 구조와 내용
유다인 소망 담은 ‘역사소설’
에스테르기는 역사적 배경을 빌어 유다인의 꿈같은 소망을 그린 일종의 역사소설이라 할 수 있다.
에스테르기는 기원전 160년경 이전에 쓰였으며 ‘에스테르’라는 유다의 여인을 주인공으로 하여 전개되는 이 책은 부림절 축제 때 읽혀지던 책이다.
부림절은 페르시아의 수사 지방에 살던 이스라엘 민족들이 전멸되기 직전 기적적으로 구원된 사실을 기념하여 지내는 축제로서 적들이 유다인을 죽이는 날짜를 정하기 위해 던진 주사위(Pur)라는 말에서 부림(Purim)이라 불려 지게 되었다. 에스테르기의 저자는 페르시아에 살던 유다인 귀족으로 추정하고 있다.
에스테르기의 구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 부분(1장∼9장)은 부림 축제의 기원을 다루고 있으며, 두 번째 부분(10장∼16장)은 에스테르과 모르드개의 칭송으로 꾸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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