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이성의 두 날개
어느 신자의 자성어린 고백을 듣는다. “교회정신이 아예 없거나 부족한 신자들이 사회적 민주화만을 요구할 때, 본당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신자들의 신앙교육이 교회 안에서 조직적,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일회적, 전시적인 교육이나 생활실천과 괴리된 피상적인 교육은 지양해야 합니다. 교육의 질이 공동체의 미래를 보장하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교회정신을 갖추기 위한 교육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를 위해 무엇을 반성해야 할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올바른 가톨릭 신앙을 위한 신앙과 이성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신앙과 이성은 인간 정신이 진리를 바라보기 위해 날아오르는 두 날개와 같습니다”(회칙 ‘신앙과 이성’ 서론).
이어서 교황은 “하느님께서는 사람의 마음속에 진리, 곧 당신 자신을 알고자 하는 열망을 심어 놓으셨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하느님을 알고 사랑함으로써 충만한 진리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참된 종교’에서 “바깥으로 나가 방황하지 말고, 당신 자신 안으로 돌아가십시오. 진리는 사람 내면 깊은 곳에 머무르기 때문입니다(Noli foras ire, in te ipsum redi. In interiore homine habitat veritas)”라고 권고한다.
진리를 향해 나아가려는 열망이 지금 내 안에 있다면, 나는 내 안으로 돌아가 나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신앙과 이성 두 날개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신앙의 날개가 성하지 않으면 이성만으로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이성의 날개가 병이 들면 신앙만으로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신앙과 이성의 두 날개가 건강할 때, 비로소 하느님께로 잘 오를 수 있다.
하느님께로 향하는 영적인 빛이 교회정신이라면, 이를 갖추기 위해 이성에 근거하여 계시의 초자연적 특성을 거부하는 과장된 합리주의(rationalismus)를 경계하고, 신앙에 근거하여 이성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맹신주의(fideismus)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일찍부터 “알기 위해서 믿고, 믿기 위해서 이해하라.(Crede ut intelligas, intellige ut credas)”고 가르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회가 사람에게 제공하는 지식은 교회 자신에 대한 명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신앙으로 받아들인 하느님 말씀에 뿌리를 두고 있다.(회칙 ‘신앙과 이성’ I)”는 점을 일깨운다. 교회가 신자에게 어떤 형태로든 지식을 제공하면서 올바른 교회정신을 갖추기 위한 교육을 실시할 때, 이 교육이 교회 자신에 대한 명상 혹은 반성에 뿌리를 두지 않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욱이 교육의 뿌리는 전례 집전자나 봉사자 자신의 신앙적 경험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신앙으로 받아들인 계시 진리의 원천인 하느님 말씀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계시 진리의 원천을 성경(聖經, biblia sacra)과 성전(聖傳, traditio)이라 가르친다. “오로지 성경으로만 모든 계시 진리에 대한 확실성에 이르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성경과 성전 이 둘을 똑같이 경건한 애정과 존경으로써 받아들이고 공경해야 한다”(계시헌장 9항).
공의회는 더 나아가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성경)이나 전해지는 하느님의 말씀(성전)을 올바로 해석하는 직무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교회의 살아 있는 교도권에만 맡겨져 있다…. 그렇지만 교도권은 하느님의 말씀 위에 있지 아니하고 하느님의 말씀에 종속되어 봉사한다”(계시헌장 10항)고 가르친다.
이에대해 프랑스의 콩가르(Congar) 추기경은 올바른 교회정신을 갖추기 위한 교육을 위하여, 성경과 가톨릭교회의 신앙 유산인 성전에 관한 꾸준한 공부의 필요성과, 더 나아가 이 공부를 위해 분리될 수 없는 세 가지 실재인 성경, 성전, 교회를 분명하게 연결시키고 하나로 만들어야 함을 강조한다.
최근 한국교부학연구회와 분도출판사의 노력으로 교부들의 성경 주해 첫권이 나왔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성전의 내용이 담긴 교부(敎父)들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 신앙과 이성의 두 날개를 새롭게 정비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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