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 사상, 그 방대한 보물상자의 뚜껑을 열다
한국교부학연구회, 분도출판사 첫 열매
30권 완간까지 한국교회 관심 지원 절실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권혁주 위원장 주교, 성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이형우 아빠스, 아프리카 우간다 주재 교황대사 장인남 대주교, 주교회의 사무총장 배영호 신부, 분도 출판사 선지훈 사장 신부….
교회 큰 어른들이 5월 14일 서울 장충동 성 베네딕도회 서울 피정의 집에서 열린 한 출판기념회에 함께했다. 「교부들의 성경주해 구약 Ⅰ, 창세기 1-11장」과 「교부학 인명 지명 용례집」의 탄생을 축하하는 자리. 이날 출판 기념회가 지니는 의미는 행사장을 찾은 인사들의 무게 만큼이나 진중했다.
이날 모임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드디어 우리도 교회의 보화를 갖게 됐다”며 기뻐했다. 특히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권혁주 주교는 출판기념회 축사에서 “교부들의 신앙과 사상은 담은 책의 출판을 접하고 나니 마음의 부자가 된 듯하다”며 “전 교회 차원의 지원과 후원을 바탕으로 교부들의 성경 주해 30권이 하루 빨리 완간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국교부학연구회와 분도출판사가 만든 그 첫 열매들을 소개한다.
■ 교부들의 성경주해 구약 Ⅰ, 창세기 1~11장
반모임이나 구역모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책. 주일미사 강론을 해야 하는 본당 사목자들도 성경과 성무일도 기도서 옆에 꽂아 놓아야 할 책이다. 매일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수도자들에게도 이 책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동반자다.
‘교부들의 성경 주해’는 신구약 성경 전권에 대한 교부들의 사상과 신앙을 그 정수(精髓)만 뽑아 현대어로 옮겨 엮은 30권의 방대한 총서.
한국교회엔 그동안 이런 책이 없었다. 매 쪽마다 성경 본문 밑에는 고대 그리스도교 주석가들의 가장 좋은 주석이 실려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창세기 1장 1절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 하셨다’는 구절에 대해서 오리게네스와 아우구스티누스, 대 바실리우스, 요한 크리소스토무스 등 교부들의 해설을 4쪽에 걸쳐 펼쳐 놓고 있다.
인간 창조(창세 1, 26~27) 부분은 무려 그 해설이 무려 11쪽에 이른다. 성경 전문가가 아니어도 누구라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본문을 선정하고 배열해 책장이 쉽게 넘어가는 것도 장점이다. 5월 14일 출판기념회에서 “교부들이 직접 해설한 성경을 이렇게 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은총”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무리가 아니다.
관계자들은 ‘교부들의 성경 주해’를 통해 우리는 적어도 세 가지를 성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선 이 책은 오늘날 위기에 빠진 ‘설교’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이를 쇄신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고대 교회가 성경을 어떻게 해석하였는지 알고 싶어 하는 평신도들이 성경을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특히 가톨릭교회의 보고(寶庫)인 교부들의 지혜와 묵상이 결집됨에 따라 성서학, 해석학, 교부학, 교회사, 설교학, 역사신학 등 한국 교회 신학발전에도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하나, 이 주해서는 교회 일치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부들의 정신은 온 교회의 공동 자산. 따라서 고대 성경 주석은 그리스도교의 모든 교파가 동일한 권리를 가진다. 북아프리카인인 아우구스티누스를 북아프리카인들만이 전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이 책에 가톨릭 교회뿐 아니라 개신교 및 국내 학계에서 함께 관심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은 서문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이 책은 옛 지혜의 보고를 활짝 열어, 고대 교회의 신실한 증인들이 강한 호소력과 예리한 통찰력으로 현대 교회에도 마음껏 설교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준다. 오늘날 사람들은 교부들이 성경을 주석하며 제기한 신학적 관점을 재발견함으로써, 그들이 쌓아 놓은 깊이 있는 신학 전통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교부들의 성경 주해’가 의도하는 목표이기도 하다.”(하성수 옮김/ 272쪽/2만5000원)
■ 교부학 인명 지명 용례집
성경과 성전(聖傳)은 교회를 떠받치는 두 기둥. 특히 성전의 근간을 이루는 교부들의 말씀과 지혜는 신앙의 원천이요 신학의 토양이다.
하지만 그 신앙의 원천이자 신학의 토양에 접근하기 위해선, 그동안 어려움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가장 큰 어려움과 혼란은 교부들의 인명과, 교부 시대와 연관된 지명들을 어떻게 표기하느냐 하는 것.
실제로‘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경우, 그동안 학자와 종파별로 그 표기가 ‘아우구스티노’‘아우구스띠노’‘어거스틴’‘오귀스텡’등 제각각 이었다. 심지어 가톨릭 세례자 중에도 자신의 세례명을 ‘어거스틴’이라 말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 이런 표기상 차이 때문에 같은 인물을 전혀 다른 인물로 오인하는 혼란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 한국교부학연구회 하성수 박사가 이번에 엮은 ‘교부학 인명 지명 용례집’은 가톨릭교회와 개신교와 정교회 뿐 아니라 일반 학계에도 통하는 표준 통일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관련 학자들이 함께 모여 필요성을 공감한 뒤 6년 만에 나온 결실이다.
10세기 이전 교부 시대에 사용된 인명과 지명 각 5000여 개, 관련 지도 40여 컷 수록하고 있다. 고전 라틴어를 표제어로 삼고,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표기 용례도 병기한 것이 특징.
하성수 박사는 “이번 용례집은 가톨릭 개신교 정교회 등 종교계뿐 아니라, 인문 고전 학계 및 언론 출판계에서도 보편타당하게 통용될 수 있는 통일안”이라며 “이러한 인명 지명의 일치를 통해 이보다 더 큰 목표인 다른 모든 용어의 일치로 나아가는 초석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하성수 엮음/648쪽/4만원)
■ ‘교부들의 성경주해 구약 Ⅰ’ 번역 및 ‘교부학 인명 지명 용례집’ 엮은 하성수 교수
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영어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고대교회사 및 교부학 전공으로 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교부학연구회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가톨릭대학교와 서강대학교에서 교부학을 가르치고 있다.
폴리카르푸스의 ‘편지와 순교록’(2000), 드롭너의 ‘교부학’(2001), 헤르마스의 ‘목자’(2002), 다스만의 ‘교회사 I’(2007) 등을 우리말로 옮기고, ‘그리스어 문법’(2005)을 엮어 분도출판사에서 펴냈다.
■ 주교회의 성서 위원회 권혁주 주교 축사(요지)
교부들의 성경 주해의 첫 결실인 ‘교부들의 성경주해 Ⅰ, 창세기 1~11장’과 국내 교부학 연구에 초석을 놓을 ‘교부학 인명 지명 용례집’을 접하고 나니 마음이 부자가 된 듯합니다. 이는 교부한 전공자 뿐 아니라 한국교회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함께 축하해야 할 일입니다. 오늘날 강론에 고민하는 성직자와 성경을 묵상하는 수도자, 그리고 늘 성경을 가까이 하고 살아가는 평신도 모두에게 이번 교부들의 성경 주해 첫 권 발간은 큰 기쁨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이 책의 출간을 위해 애써주신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전 교회 차원의 지원과 후원을 통해 총서 전 30권이 하루빨리 출간되길 고대합니다. 한국교부학연구회의 발전과 회원들을 위해 늘 기도 안에서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책 구입 문의 : 분도 출판사 (02)2266-3605
■ 교부들의 성경주해 발행에 대한 후원 문의 : 한국교부학연구회 (02)2272-3922, 교부학연구회 총무 황치헌 신부 (031)227-8009, 011-739-7418.
사진설명
5월 14일 서울 장충동 성 베네딕도회 서울 피정의 집에서 열린 출판기념회 전경. 이날 행사에는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권혁주 위원장 주교, 성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이형우 아빠스, 아프리카 우간다 주재 교황대사 장인남 대주교 등이 참석해 '교부들의 성경주해' 발간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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