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화해, 일치 위한 한국역사 새 장 마련”
“분단 55년만에 남북의 정상이 만남으로써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한국 역사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김대중(토마스 모어) 대통령은 6월 13일 오전 10시 30분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특별기 편으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 환영 나온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직접 영접을 받았다.
서울 출발 48분만에 평양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은 비행기 트랩 앞에서 기다리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활짝 웃는 얼굴로 악수를 나누며 ‘반갑습니다. 만나고 싶었습니다’라고 역사적인 첫 만남의 인사를 교환했다. 김대통령과 김위원장은 이어 나란히 북측 사열대의 인사와 사열을 받았고 북한 주민 1000여명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김대통령 일행은 10여분에 걸친 공항 환영행사를 끝내고 오전 10시 49분 숙소로 향했다.”(가톨릭신문 2000년 6월 18일자)
교회, 북한 향한 나눔에 앞장
1990년대 말, 식량난으로 고통 받는 북한 동포들과의 나눔을 통해 남한과 북한은 형제애적인 동포애에 익숙해졌다. 한국교회와 신자들은 북녘의 형제들과의 나눔을 실천하는 가운데 이러한 형제애를 구체적으로 느끼기 시작했고, 이제 모든 국민들과 함께 홍수 피해로 인해 기아선상에서 고통 받는 동포들을 위한 사랑의 나눔에 기꺼이 함께 했다.
교회는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이러한 나눔에 앞장섰다. 1998년 북한 동포를 위한 국제 금식의 날에는 서울에서 100여 개 종단과 단체들이 참여했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비롯해 전세계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북한 돕기에 동참했다.
이런 가운데 대희년 기간 중인 2000년 6월 13일 우리나라는 분단 55년 만에 처음으로 남북한의 정상이 만남으로써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었다. 역사적인 남북 첫 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세계는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의 가능성에 대한 높은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특별히 남북 화해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인 11일 오후 1시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의 개최를 축하하고 성공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세계 각국의 순례자와 관광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북 정상회담의 개최를 지지하고 남북한 간의 평화와 민족 대화합이 이뤄지기를 전세계인과 함께 희망한다는 내용의 특별 메시지를 발표했다. 교황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발표한 특별 담화문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이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한국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교황은 메시지에서 남북한간 대화와 교류가 양측 주민들의 화해와 반세기 이상 헤어져 있던 이산가족들의 재회, 한반도 전체의 안정과 번영을 촉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남북한이 공동선을 추구하겠다는 관대한 의지가 있다면 상호간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을 극복하고 긍정적인 결과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모든 인류에게 기쁨에 찬 희망을 안겨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대교구장으로서 평양교구장 서리인 정진석 대주교는 이에 앞선 일반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정치적 논의와 더불어 경제, 문화적인 면에서도 깊이 있는 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는 담화문을 통해 “성령 강림의 은혜로 남북 동포들이 평화와 사랑의 정신으로 살아갈 힘을 얻고 양측의 지도자들도 성령의 도우심으로 진리를 따를 지혜와 용기를 얻도록 기도드릴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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