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날 기획] 곽바오로씨의 탄소 다이어트
곽바오로(33)씨는 우연히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서핑하다 6월 5일이 ‘세계 환경의 날’인 것을 알았다. 환경?! 중요하지~. 헌데 올해 환경의 날 슬로건이 독특하다.
‘습관을 바꿔요 - 지구를 살리는 저탄소 경제로’
이산화탄소를 줄여야만 지구가 온실처럼 더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단다.
하긴 지진해일이며 황사도 모두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나랑은 무슨 상관이야? 내가 이산화탄소를 뿜어낸다고?
- 탄소 다이어트 전
별 생각 없이 살다보니 CO2 한달 700kg 배출
바오로씨는 서울 노원구 85㎡ 아파트에 산다. 아침에 눈을 뜨면 먼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한다. 전기면도기로 수염을 깎고 드라이어로 머리를 손질한다. 어제도 만취했던 그를 위해 아내는 가스레인지를 켜 해장국을 끓인다. 오늘 날씨가 궁금해 텔레비전을 튼다. 오늘도 30도를 웃돈단다. 에어컨을 틀어야겠다.
직장 왕십리까지는 승용차로 40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도 시간은 비슷하지만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은 죽어도 싫다. 사무실에 도착한 그는 컴퓨터를 켠다.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 블랙커피 한잔을 마시고 일을 시작한다. 원고 마감 날. 열 명의 직원들이 연달아 자료를 출력하는 통에 프린터기도 정신없다. 에어컨은 오전 11시부터 퇴근 무렵까지 계속 돌아간다. 오후에는 전주 출장이다. 왕복 420km거리. 운전은 피곤해도 번거롭지 않으려 승용차 시동을 건다.
바오로씨가 집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은 월 221kWh, 도시가스는 124㎥을 쓴다. 또 회사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은 1629kWh, 도시가스는 498㎥로 직원 17명이 함께 쓴다 치면 바오로씨 혼자 매달 96kWh의 전기와 29㎥의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셈이다. 소형 휘발유 승용차를 쓰는 바오로씨가 출·퇴근(왕복 24km)과 출장으로 한 달 동안 주행하는 거리는 1500km다.
바오로씨는 한 달 동안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을까. 녹색연합 홈페이지(www.greenkorea.org)에서 CO2 배출량을 계산해보니 한 달 동안 가정에서 354kg, 회사에서 102kg, 승용차 이용으로 243kg 등 총 699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하루에 23kg 꼴이다.
‘이렇게 많이?’
국립산림과학원의 기후변화와 산림 홈페이지(http://carbon.kfri.go.kr)를 참고한 결과 바오로씨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흡수에 큰 역할을 하는 나무 2596그루를 일생동안 심어야 지구 온난화에 기여(?)했다는 책임을 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탄소 다이어트 후
절약-건강-환경보호 ‘일석삼조’
평소 대한민국 1%는 아니더라도 평균 이상이라 자부했던 바오로씨.
그런데 환경문제만큼은 평균 이하였다. 우리나라 국민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연 3000kg)을 두 배나 넘는 8388kg을 배출하는 바오로씨에게는 ‘지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셔야 해요’라는 과제가 떨어졌다.
바오로씨. 탄소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쉬운 일부터 시작했다.
승용차 사용을 줄이고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 승용차 대비 63.6%,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99.7%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단다.
서울 시내 업무는 지하철로 해결할 생각이다. 한 달 중 닷새는 자전거 출퇴근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기름 값도 아끼고 건강도 챙기고 지구도 살리고… 일석삼조(一石三鳥)다. ‘자전거로 이산화탄소 줄이기 캠페인’(http://co2diet.or.kr)에도 가입했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하면 승용차 이동거리는 현재의 절반인 월 700km로 줄일 수 있다. 지하철을 한 달 중 20일 이용하고 버스도 5일정도 타는 것으로 계산하니 교통수단 이용으로 월 128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5kg을 감량했다.
전기와 가스도 의식주에 꼭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절약해보기로 했다.
백열등은 형광등으로 교체하고 사용하지 않는 컴퓨터와 TV는 전원을 껐다. 세탁기와 청소기는 매주 요일을 정해 일주일에 두 번만 쓰기로 했다.
목표는 전기 180kWh(79), 가스 100㎥(207). 계산해보니 68kg을 줄일 수(286kg) 있다.
이렇게 집과 교통수단 이용에서 다이어트를 시도하니 699kg이던 배출량이 180kg 이상 줄어든 516kg로 나왔다.
여전히 엄청난 양이다. 하지만 바오로씨 같은 사람이 하나둘 늘어난다면 지구는 제대로 숨 쉴 수 있지 않을까.
- 내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지구온난화’와의 관계
온난화 60% CO2 탓…화석연료 과다 사용 원인
생태계 파괴·이상 기후·자연 재해 등 피해 주범
내가 오늘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지구가 지나치게 더워지는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란 산업혁명 이후 인간 활동에 의해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적절한 양을 초과하여 발생하는 심각한 온실효과를 가리킨다. 지구온난화의 약 60%는 이산화탄소에 의한 것이며, 이는 지나친 화석연료 사용에 기인한다.
20세기 지구 평균기온은 0.6±0.2℃가 상승했고, 향후 2100년까지 평균기온은 1.4~5.8℃, 해수면은 9~88cm가 올라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인간의 건강, 산림과 해양생태계, 자연재해, 수자원, 농업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며, 최근의 빈번한 이상기후와 대규모 자연재해도 이러한 징후로 여겨지고 있다.
‘습관을 바꿔요 - 지구를 살리는 저탄소 경제로’를 올해 세계 환경의 날 슬로건으로 정한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은 현 세대의 가장 큰 환경문제가 기후변화이기에 온실가스 배출 억제를 위해 국가와 기업, 개인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일에 헌신 해 줄 것을 청하고 있다.
현재 세계 10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자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 1위인 한국에서는 최근에야 비로소 시민단체와 산림 관련 국가기관 등을 중심으로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갖고 있다. 탄소 중립 프로그램, 탄소 발자국, 탄소 다이어트 등이 그것이다.
‘지구 온난화가 걱정이다’라고 한번쯤 생각했다면 우선 내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얼마인지부터 알아보자. 그리고 생활 속 쉬운 것부터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나서보자. 바오로씨처럼 승용차 이용을 줄이고 지하철을 타자.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내려오고 모니터 전원도 절전으로 설정하자. 백열등은 형광등으로 바꾸고 다림질은 모아서 한꺼번에 하자. 그리고 자신의 실천에 대해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하자.
‘인류가 빠른 시일 내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근본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혹독한 기후전쟁을 겪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죽음을 맞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은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보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불편하더라도 생태적인 삶을 살아야만 합니다’(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기산 주교의 2008년 환경의 날 담화 중).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즐거운 불편’을 넘어 ‘당연한 불편’이다.
- 가족과 함께 가볼만한 환경 관련 홈페이지
▶2008년 세계 환경의 날
http://www. unep.or.kr/wed/2008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http://www. ecocatholic.org
▶녹색연합
http://safeclimate. greenkorea.org
▶국립산림과학원 기후변화와 산림
http:// carbon.kfri.go.kr
▶에너지관리공단
http://zeroco2.kemco.or.kr
▶영국 정부의 탄소배출량 계산기
http:// actonco2.direct.gov.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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