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저와 가족을 도와주세요”
“웩~ 웩~.”
24시간 가래 때문에 숨이 막혀 잠을 잘 수도, 누울 수도 없다. 병실에 앉아 하루 종일 비닐봉지를 앞에 두고 가래를 뱉으며 고통을 견딘다.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어 글로 의견을 전달한다.
대구 매호본당 김현지(소화데레사, 36)씨는 지난 4월 설(舌)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구강암 가운데 가장 발병률이 높은 설암은 말기가 될 때 까지 큰 고통이 없어 많은 사람들이 병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환자에게 치명적이다. 김씨도 그랬다.
1년 전부터 혀가 잘 움직이지 않았다. 좀 이상하다 싶었지만 10살 된 딸과 단 둘이 마트,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빠듯하게 살고 있던 상황이라 병원 갈 돈이 없었다. 무뎌지는 혀로 인해 발음이 부정확해지자 사람들과 대화를 최대한 피하며 아픈 티를 안내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정어머니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 차렸다. 평소 친구처럼 살갑게 지내던 딸의 전화가 뜸해 졌고, 통화를 해도 짜증을 내는 딸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캐묻자 그때서야 딸은 ‘몸이 좀 아프다’고 했다. 어머니가 보내준 돈으로 동네 이비인후과에 갔지만 처방한 약을 먹어도 아무런 차도가 없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친정어머니가 큰 병원에 갈 것을 권했고, 마침내 대학병원을 찾은 김씨는 ‘4기 중증 설암환자’라는 말을 들었다.
이미 발음을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혀는 굳어 있었고, 하얀 물질이 혀 전체를 감싸고, 혀가 부어 입안 가득차 있었다.
서울에서 간병인을 하던 어머니는 일을 그만두고 딸을 보살피기 위해 달려 왔다. 김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보살펴야 했기 때문에 통근치료를 시작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매호본당 신자들이 매일 차량봉사를 자청했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김씨의 병세가 깊어지면서 힘들어졌다.
어쩔 수 없이 김씨는 딸을 친분이 있던 학부형 집에 맡기고 며칠전 입원해 응급입원실에서 항암 및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다. 매일 입을 벌려 혀와 목에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 얼굴과 목은 검은 색으로 변했다. 머리카락도 빠지고 입 안이 심하게 헐었다. 무엇보다 하루종일 머리, 귀, 얼굴, 목 전체가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다.
하지만 ‘살겠다, 살 수 있다’라는 마음만 수 없이 되뇌인다. 한창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딸과 평생 효도 한번 못하고 병 간호만 하는 어머니에게 더 이상 짐이 될 순 없다.
레지오 단원으로 열심히 활동하며, 주일학교에 다니는 딸의 손을 잡고 성당에 가는 것이 삶의 기쁨이었던 김씨는 지금도 묵주를 손에서 놓지 않고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한다. “하느님, 진정 저와 저의 가족을 버리지 말아 주세요.”
※도움주실 분 1006-792-000001 우리은행 703-01-360421 농협,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기사입력일 : 200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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