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시대에서 ‘성숙’의 시대로
냉담자 증가·주일미사 참례자 감소 심각
질적 성장 뒷받침할 사목방안 마련 시급
2020년 한국 천주교회의 모습을 전망하는데 있어서 짚어보아야 할 사회적 변화들을 바탕으로, 이제 한국교회의 변화 추이를 각 부문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선교 현황에서부터 신자들의 일상적인 신앙 생활, 교회 구성원들의 전반적인 신앙의식의 변화 추이는 물론 신앙 및 교회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교회 내의 전반적인 요소들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선 한국교회의 전체적인 선교 현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 천주교회의 신자 증가 추세를 보면, 몇 가지 측면에서 큰 흐름을 볼 수 있다. 우선 전체 신자 수의 증가를 보면, 한국 천주교회의 총 신자 수는 다른 종교에 비해서 지속적으로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1970년 한국 천주교회의 총 신자 수는 약 79만명이 채 안됐다. 당시 남한의 전체 인구는 3224만 1천여명으로, 복음화율은 2.44%에 불과했다. 최근 발표된 2007년말 현재 한국교회의 복음화율이 9.7%, 총신자 수는 487만 3447명에 달하는 것을 고려해 보면 실로 눈부신 성장이 아닐 수 없다.
눈부신 교세 성장
이보다 훨씬 앞서, 1930년 한국교회의 신자수는 10만명에 불과했다. 이후 한국교회의 신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1974년말 100만명을 돌파했고 1985년말 200만명, 1992년말 300만명, 그리고 대희년인 2000년말에는 400만명을 넘어섰다. 그리고 이제 2007년 말 현재 5백만에 육박함으로써, 2008년에는 5백만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참고로,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가 지난해 11월 27일 개최한 제7차 연구발표회 ‘미래 한국사회와 가톨릭교회’에서 박종택(통합사목연구소 연구위원)씨는 ‘통계로 본 2020년 한국 가톨릭교회’라는 제목의 발표문에서 한국교회의 교세 증가 추세를 바탕으로 2020년 총 신자 수는 650여만명, 복음화율은 13.03%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실상 그간의 한국 천주교회의 꾸준한 신자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지속적인 성장 추세는 적어도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한국교회가 고속 성장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신중한 검토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의 연간 신자 증가율은 70년대와 80년대에 가장 가파른 성장 추세를 나타낸다. 70년대 한국교회는 그야말로 시대의 고난을 민족과 함께 하려 했던 시절이었다. 60년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우리 사회 안에서 실현하려 했던 한국교회의 예언자적인 자세는 한국 천주교회에 대한 우리 민족의 호감에 큰 원동력을 제공했다.
여기에 더해 80년대, 대규모 종교 집회들은 교회의 위상을 대내외에 떨침으로써 일반 국민들의 천주교회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심어주었다. 1981년 10월,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을 맞아 서울 여의도에서 장엄하게 거행된 신앙대회에는 80만명의 신자들이 참석해 대규모 종교 집회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이 땅에 빛을’이라는 제주로 1984년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을 맞아 이뤄진 일련의 사업들은 한국교회사의 분수령을 이뤘는데, 특히 그해 5월 처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을 방문해 여의도 광장에서 기념대회와 함께 순교자 103위의 시성식을 가졌다. 1989년 10월 두 번째 교황 방문을 동반한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 역시 높아진 한국교회의 위상을 대내외에 드러낸 굵직한 대형 집회였다. 한국교회는 80년대 들어서 연평균 7.54%에 달하는 높은 신자 증가율을 기록했다. 1930년 신자수 10만명을 넘어선 이래 1974년말 100만을 돌파했고 11년만인 1985년말 200만명으로 늘었다. 이러한 증가 추세로 7년 뒤인 1992년에는 다시 3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휴전 이후 50년대의 폭발적인 교세 증가에 비견될 만한 높은 성장률이었다. 물론 이같은 높은 교세 성장은 당시의 사회 상황 자체가 지닌 요인에 크게 기인한다. 80년대 한국 사회는 고착화된 남북 분단 체제 아래서 급격한 도시화, 산업화로 인해 인간 소외 현상이 심화되고 인간 존엄성이 침해당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종교에 대한 갈망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신교나 다른 전통 종교의 교세 성장 속도에 비추어 2배 가량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당시 사회가 종교를 필요로 했다는 사실 외에 한국 천주교회가 시대적 상황을 읽고 거기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민주화와 인간 존엄성 수호를 위한 투신이었다.
여기에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크게 성장한 한국교회의 모습이 세계 가톨릭교회를 대표하는 교황의 두 차례에 걸친 방문과 함께 대규모 종교 집회 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남으로써 한국 천주교회는 이제 한국 사회와 민족 안에서 그 높아진 위상을 자리매김했던 것이다.
고도 성장 추세의 감퇴와 질적 성장의 모색
하지만 상황은 90년대 들어서면서 다소 변화의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1992년 한국교회의 전체 신자수는 3백만명을 넘어섰다. 1985년말 2백만명을 돌파한지 불과 7년만에 이뤄진 일이다. 복음화율은 7%를 넘어섰고, 본당과 성직자 수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하지만 90년대에 들어오면서 신자 증가율은 눈에 띄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82년 9.6%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80년대 내내 높은 성장률을 보이던 신자 증가 추세는 80년대 후반 들어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해, 90년 5.26%, 92년 4.9%, 94년 4.02%를 기록했고, 이후 3%대로 떨어져 95년 3.36%, 97년 3.2% 등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였다. 그러다가 1998년 처음으로 0.3% 증가했지만 이후 다시 추락했다. 2002년에 3%대에서 다시금 2%대로 떨어진 신자 증가율은 이후 6년째 내리 2% 안팎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70년대부터 이어진 80년대 한국 교회의 대사회적인 역할과 150주년, 200주년, 세계성체대회 등 대규모 집회, 교황 방문 등이 전교에 미친 파급 효과가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하고 있었음을 나타낸다.
90년대 한국 정치와 사회 상황이 어느 정도 평온을 되찾음에 따라 교회의 대사회적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고 교회 내적으로도 대규모 집회가 뜸해짐에 따라 전과 같은 ‘호황’을 누릴 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교회의 중산층화, 여성화, 대형화 등에 대한 지적이 꾸준하게 제기돼오면서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에 대한 회의도 일었다.
이러한 추세를 보면서 교회는 다소의 위기의식을 느끼게 됐고 양적 팽창에 걸맞는 질적 도약에 사목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이같은 인식은 각 교구장 사목교서에서 분명하게 나타났다. 서울대교구는 91년도 사목교서에서 ‘그리스도 우리의 길’을 주제로 개인과 사회, 교회의 복음화를 소주제로 설정해 ‘성장의 시대에서 성숙의 시대로’ 나아갈 것을 요구했다. 90년대초는 이러한 위기 의식과 문제점의 인식을 바탕으로 질적 성장을 위한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이러한 질적 성장의 모색을 촉발한 통계학적인 내용은 무엇보다도 늘어나는 냉담자수, 주일미사와 고백성사를 포함한 성사생활의 활력 감퇴, 교회 및 신앙생활에 대한 신자들의 투신도 약화 등을 들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냉담자 증가와 주일 미사 참례자수의 감소는 가톨릭교회의 근간인 성사생활에 대한 투신의 쇠퇴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한국교회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이 지속됨에 따라서 교회 일각에서는 성당은 크고 많지만, 미사 참례자들이 없어서 텅텅 비어가는 서구교회의 전철을 한국교회 역시 밟지 않을까 하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전체적으로 볼 때, 한국교회의 양적 지표는 2020년이라는 시점을 놓고 볼 때 여전히 꾸준한 성장 추세를 보일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 당장은 한국교회의 선교의 위기에 대해 심각한 우려의 필요성은 없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양적 측면에서의 사목적 과제들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으며, 또한 양적인 지표에 있어서도 과거에 비해 감퇴의 추세를 보이고 있음도 나타나고 있다. 결국 한국교회가 선교의 위기에 대해서 소홀하거나, 방심할 경우 분명히 그러한 나태함의 파장은 현실화될 것임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설명
한국교회는 이제 양적성장에 걸맞는 질적성장을 위한 다양한 사목적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평협에서 주최한 ‘행복한 선교 리더십’ 주제 제1차 선교포럼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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