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복음 묵상-노성호 신부(모산골본당 주임)
6월 8일 연중 제10주일 (마태 9, 9∼13)
마태오의 먼지를 털어주신 예수님
먼지가 풀풀 날리는 이불을 털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그거 은근히 재미있고 스트레스 푸는데 안성맞춤이거든요. 언제 한 번 해 보십시오.
묵은 먼지까지 싹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시절이나 신부가 된 후에는 그런 적이 별로 없었는데, 홀로서기 연습을 매일같이 했던 신학생 때는 이불을 참으로 많이 두들겨 패면서 수많은 먼지들을 털어냈던 것 같습니다.
따뜻한 햇살이 신학교를 가득 덮고 있을 때면 어김없이 깔고 덮고 하는 이불가지들을 하나 둘씩 신학교 테라스로 가지고 나와서는 인정사정없이 두들겨 댔습니다.
테니스 라켓으로도 두들겼고 때로는 맨손으로도 두들겼지만, 어쩌다 운이 좋으면 그럴싸한 방망이 하나를 얻어 묵은 먼지까지 모두 털어내면서 어디론가 사라지는 먼지들처럼 제 속에 있는 죄스러운 먼지들까지도 모두 훨훨 날아가기를 바랐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먼지를 털어내고 햇살에 건조까지 시킨 이불을 다시 깔고 덮고 잠자리에 들게 되면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한낮의 햇살 향기와 자연의 기운이 담겨진 이불은 새롭게 태어난 맑은 영혼과도 같이 포근한 안식처가 되어 힘을 내고 다시 시작해 보자는 다짐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먼지가 가득 쌓이고 심하게 더럽혀진 이불이라 하더라도 쉽사리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먼지를 털고 깨끗이 빨아서 다시 덮고 자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지요. 하긴 그 이불이 어떤 이불인데요?
부모님께서 신학교 입학을 축하해 주시며 새로 장만해 주신 아주 귀한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시집, 장가 갈 때 새로 마련해 가는 비단 이불과도 같이 일생에 단 한 번 받아보는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 이불보다 더욱 애착이 가는 것이었지요.
설령 그 이불이 찢어졌다 하더라도 결코 버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천을 대고 꿰매어 깁고서라도 사용했을 테니까요. 그 이불에 대한 애정이 처음에 새로 샀을 때만 있었다면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그만 덮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애정은 변하지 않고 계속되었고, 그래서 지금까지도 그 이불을 덮고 자면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인간 말종’ 마태오
예수님께는 마태오가 바로 이런 이불과도 같은 사람이었나 봅니다. 세리라는 이유만으로 죄인 취급을 당하면서 살아갔던 마태오. 그래서 사람들의 온갖 험담과 욕설, 저주의 언사로 얼룩진 그였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를 불러 당신의 제자로 삼아주셨고, 함께 식탁에 앉아 음식까지 나눠주셨습니다.
마태오라고 태어났을 때부터 세리로 살아가고자 결심했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살아가다보니 어찌어찌해서 세리가 되었을 테고,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사람들로부터 죄인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겠지요.
유다인들은 세리들을 대할 때 창녀들과 같은 죄의 무게로 그들을 판단하고 죄악시했다고 합니다.
로마의 앞잡이로 서민들의 혈세를 빨아먹는 인간 말종이 바로 세리라고 생각했고, 그렇기 때문에 죄인들 중 상 죄인으로 그들을 대하면서 멸시하고 상종도 하지 않았던 유다인들이었습니다.
그랬던 마태오였는데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따뜻한 햇살과도 같은 부르심을 주셨고, 사람들이 던졌던 비난과 저주 때문에 그의 마음속에 쌓였던 먼지들을 훌훌 털어주셨으며, 그 때문에 생긴 모든 병들을 깨끗이 치유해주시면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은총을 베풀어주셨지요.
마태오가 선하고 흠이 없는 의인이었다면 그러한 은총을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허나 그는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가 필요했던 죄인이었고, 동시에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아들이었기 때문에 나중에 축복된 사도까지 될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주님, 제 먼지도 털어주소서.
5분 신앙상식-에스테르기의 내용
이교사회에 사는 유다인에게
공동체적 ‘민족의식’ 깨우쳐
성경 중에서 가장 유다중심적인 책이라고 보는 에스테르기는 페르시아의 신년축제 설화 등 주변이야기를 이용하여 부림절의 근거를 제시하면서 이교사회에 사는 유다인의 민족의식을 깨우치기 위해 이 글을 썼다.
이방인의 나라에서 살고 있는 모르드개와 그의 사촌 여동생 에스테르를 통해 어떻게 하면 이방인의 나라에서 유다민족이 자신들의 신앙을 고수하면서 공동체를 이루어나가는가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에스테르가 왕후의 자리에까지 올라 그 지위를 잘 이용하여 전멸될 위기에 놓여있는 유다인들을 구해낸다는 이야기이다.
에스테르의 영웅적 행동은 단지 자신의 아름다움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자신과 유다인들의 기도로 이루어진 하느님의 은총이었음을 드러내고 있다.
에스테르기의 중요한 가르침은 하느님은 드러나지 않게 역사 안에서 당신이 예비하신 사람들을 통하여 구원과 생명을 주시는 일을 계속하고 계신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이들이 자기들의 자리에서 하느님의 뜻을 행하려 최선을 다하면서 그분의 도우심을 굳게 신뢰하고 참회하며 기도하면, 하느님은 그들을 통해 그 공동체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신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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