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보호 아닌 이용법?
지난 2008년 5월 16일, 보건복지가족부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일부조항은 2010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이에 당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 위원회 위원장이신 안명옥 주교님께서는 ‘개악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대해 심각히 우려하며…’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가톨릭 교회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많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었기에 ‘개정안’에 대하여 큰 기대를 걸고 있었으나, 오히려 ‘개정안’은 별도의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한 진지한 논의와 토론을 거치지 않은 채 졸속으로 통과되었으며, 또한 ‘난자 매매’라는 새로운 윤리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법률’)과 그 개정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모든 인간 생명에 관계하는 윤리적 문제의 발단은 ‘인간 생명의 시작은 언제인가?’에 대한 다른 시각에서 시작된다. 우리 천주교에서는 언제나 변함없이 ‘인간이 될 자는 이미 인간이다’라는 불변의 입장을 고수하여 수정된 순간부터 인간 생명이 시작된다고 하지만 의견을 달리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어느 시기를 기점으로(원시선이 나타나는 14일) 인간 존재 여부를 결정지으려고 하거나, 뇌, 심장의 생성, 또는 이 세상에 태어나야만 인간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래야만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을 피해 배아에 대한 실험이나 조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인간 생명을 훼손하는 실험이나 조작, 인간배아에 대한 인위적인 손상, 폐기, 출산 목적 외의 인간배아연구 등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이 파괴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서 여러 학자들과 관계자들이 정부의 도움으로 함께 모여 ‘법률’을 제정하게 된 것이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고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그런데 인간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어야 하고, 또 그러한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 오히려 인간 생명에 대한 연구를 안전하게 하려는 듯 모호하며, 또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는 조항들과 함께 있어서 많은 문제가 있었으며 이에 그 개정을 요구하였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위 ‘법률’은 그 목적(제1조)에서부터 생명윤리 및 안전과 더불어 생명과학기술 개발, 이용 여건의 조성이라는 두 가지를 동시에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으니 도대체 생명을 보호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생명을 잘 이용하자는 것인지 모호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모호한 면들은 법률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제2조에서는 인간 배아를 정의하면서 ‘세포군(수정란 및 수정된 때부터 발생학적으로 모든 기관이 형성되는 시기까지의 분열된 세포군)’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인간 배아를 하나의 세포 덩어리 즉, 물질로 생각하도록 제시하고 있는가 하면,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 핵을 이식하거나 인간의 난자를 사용하는 이종간 교잡을 허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개정안’에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 핵을 이식하는 행위는 금지하는 조항(제12조)’이 포함되어 있어 다행이다.
또 법률 15조에서는 ‘임신 외에는 배아생성을 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임신 외의 목적으로 잔여배아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제공자의 동의여부’에 대하여 나와 있다. 배아 생성을 할 수 없는데 어떻게 이용하는 것에 대한 동의여부를 묻는지 알 수 없다. 이는 사실상 배아 생성 시 임신 외의 목적에 배아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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