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자(父子)는 마음 부자(富者)”
#1. 10살
이제 초등학교 3학년 된 아들에게 병이 있단다. 재생 불량성 빈혈. 하늘이 무너진다. 그 길로 회사도 그만뒀다. 안정적이긴 했지만 수입이 많지 않은 이유였다. 일단 치료비를 벌어야 했다. 성물도 팔고 건어물도 팔았다.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어디서든 팔았다. 아내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했다. 하지만 언제 잘못될지 모르는 아이 곁을 떠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아내는 이른 새벽 신문배달을 하고, 아파트 단지 내 장이 설 때마다 아르바이트를 했다.
#2. 23살
이재승(베네딕토, 54, 성안나본당)-이원중(암브로시오, 23) 부자는 다른 듯 닮아있었다. 아들이 재생 불량성 빈혈이란 병명을 얻었을 때는 살기조차 싫었단다. 하지만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고 도움을 받았다.
김연관 신부(단내성가정성지), 이정혁 신부(안식년), 심영택 신부(은퇴) 등 많은 사제들과 신자들이 영적·물적으로 도움을 줬다. 그 도움들을 갚고 싶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명휘원에서의 목욕봉사를 시작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어디든지 찾아갔다. 열성적인 봉사활동으로 지난해 경기도지사로부터 표창장도 받았다. 봉사를 하며 알게 된 기쁨을 아들에게도 나눠주고 싶었다. 아들이 20살이 되던 해 같이 봉사가자고 손을 내밀었다. 비록 아픈 아들이지만 하느님께서는 이 아이에게 은혜 갚을 힘 정도는 주셨으리라 믿고 결정했다.
그렇게 시작한 원중씨의 봉사가 벌써 700시간을 훌쩍 넘었다. 안산시립노인전문요양원에서 600시간, 수원 가톨릭 사회복지회 본오종합사회복지관에서 166시간40분. 물론 인증 받지 않은 봉사까지 합치자면 수치로 헤아릴 수 없어진다. 부전자전으로 봉사에 맛들인 원중씨는 진로를 위해 노인복지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다. 원중씨는 “요양원 할머니들이 처음에는 낯을 가리시더니 지금은 저 올 때만 바라고 계신대요”라고 말했다.
지금도 원중씨는 금요일마다 병원에 가야 하고, 골수 이식 외에는 다른 치료 방법이 없는 불치병을 앓고 있다. 하지만 그는 병을 통해 사랑을 받았고, 봉사를 통해 받은 사랑을 되갚고 있어 행복하단다.
살아있는 동안은, 힘이 닿는 데까지는 봉사활동을 계속 하겠다고 다짐하는 부자(父子)의 모습에서 하느님이 아끼시는 부자(富者)의 모습이 보였다. 가진 것을 모두 이웃에게 나눠주는 마음이 가난한 부자의 모습이….
사진말 : 아버지 이재승(오른쪽)씨는 경기도지사 표창장, 아들 이원중씨는 총 766시간40분 되는 봉사활동 확인서를 들고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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