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도배하는 그날까지 쭉~”
너도나도 성경 읽고 쓰는 맛에 ‘푹’
성경필사의 맛이 참 특별한 모양이다.
백암성당 내부 양쪽 벽면에는 타일로 만들어 붙인 성경필사증이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 본당 주임 서종민 신부의 강압(?)에 의해 시작된 성경필사를 이젠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하기 때문이다.
서신부는 “사제 생활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성경필사를 통해 성경의 맛을 느꼈다”고 말했다. 본인이 느낀 그 맛을 교우들도 느낄 수 있도록 인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사제의 역할이라 믿었다.
그래서 성경필사를 교우들에게 강조하게 됐고, 완필 후 받은 성경필사증을 타일로 만들어 성당 벽면에 하나하나 붙여 나갔다. 그렇게 본당에 성경필사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신약성경 필사를 마치고 구약성경 필사를 시작했다는 김동순(마리아, 82) 할머니는 눈이 침침하고 손가락이 굳어 필사를 하려면 딱 한 글자씩 보고 옮겨 적어야 한다. 그럼에도 틈만 나면 성경필사를 하느라 자정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신약성경은 참 재미있는데 구약성경은 좀 어려워요. 그래도 계속 할 겁니다. 아들과 며느리, 사위들에게도 성경필사의 맛을 알리려 노력중이에요”라며 지팡이에 의지한 채 자신 있는 미소를 보였다.
8년 전 뇌경색을 앓은 임덕순(베로니카, 72) 할머니도 가세한다. “내가 쓸 수 있을까 싶었지만 지난해 겨울부터 막상 해보니 너무 좋고 재미있어요. 내가 성경을 쓰는 것을 보면 손자 녀석이 잽싸게 필사노트를 제 엄마한테 갖다 주며 빨리 쓰라고 마구 떼를 쓴답니다.”
백암본당의 신자 90%는 노인들이다. 게다가 농사를 짓고 가축을 치는 교우가 대부분이라 허리가 굽고 손가락 마디 관절이 투박하고 두툼하다. 그 두툼한 손가락 사이로 많은 교우들이 성경과 필사 노트를 들고 성당에 온다.
그들에게 성경필사의 맛이 어떠냐고 물으면 모두 한결같이 “참 좋아요. 재미있어요. 맛있어요”라고만 대답한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진다. 하지만 들어서는 알 수 없다. 제대로 알고 싶다면 딱 한 가지, 직접 필사해보는 방법뿐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