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제 방식대로의 기도였죠”
성경 묵상 내용 춤으로 표현한 ‘영성무용’
열정 하나로 독학… “춤은 내 인생의 전부”
기도의 종류는 많다. 마음으로 하는 기도, 노래로 하는 기도, 춤으로 하는 기도 등.
지난 2일 서울 정동극장에서 생애 첫 창작 무용 공연을 가진 정덕미(소피아·77·서울 세검정본당)씨에게도 춤은 단순히 몸동작이 아닌 기도였다.
“나는 언제나 하늘을 향해 춤을 췄어요.”
이번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성경을 읽고 묵상했던 내용들을 몸동작 하나하나에 담아냈다. 말 그대로 영성무용이었다. 희수의 나이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하느님을 위한 일이었기 때문에 왠지 모를 의욕이 생겼다.
“처음 공연한다고 했을 때는 본당 노인대학 친구들이 뭐 하러 그런 고생을 하냐고 했었는데 막상 팜플렛을 보여주니 다들 좋아하더라구요. 우리 노인들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실 정씨는 전문적으로 무용을 배운 적이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춤에 관심이 많았지만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등으로 인해서 춤을 배울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전쟁으로 인해서 집안 사정도 어려워 졌었다. 그러나 그는 춤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고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 뒀다.
한참이 지난 후 숨겨 놓은 열정을 발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본당에서 간 사목회 연수 자리였다. 저마다 장기자랑을 하는 자리에서 정씨는 처음으로 무용을 선보였다. 반주도 없이 그저 몸동작으로만 말했다.
“그 때 처음으로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주님에 대한 마음을 춤 기도로 드리고 싶었거든요.”
이후 그는 본당에서 스타였다. 행사만 있으면 무용공연이 마련됐다. 레지오 연차 행사 때도 항상 단원들과 함께 춤을 췄다. 몇 년 전에는 김기화 신부(세검정본당 주임)의 부탁으로 성모의 밤 때 영성무용을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무대는 ‘성모의 일상’을 가지고 춤을 만들어 냈다. 본당 어린이들과 함께 춘 춤이 바로 ‘막달라 마리아의 방언’이었다.
“하느님, 예수님, 성모님 세 분을 생각하면서 춤을 췄어요. 저는 주님을 받아들이면서 많은 치유를 받았거든요. 그래서 다시 주님께 감사의 마음을 돌려드리고 싶었어요.”
이번 공연도 기도의 연속이었다. 본당 성모의 밤 때 선보인 막달라 마리아의 방언을 비롯해 하늘가는 길, 추천사 등 공연은 90분 동안 계속됐다. 공연 제목은 ‘방언’이었다. 전문적으로 춤을 배운 적이 없어서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그의 춤이 사투리와 같다는 것이다. 또한 그에게 있어 춤은 하느님 나라의 언어 즉 방언이라고 설명했다.
“하늘가는 길이라는 춤은 시각장애인들이 부딪히며 살아가다가 낙원을 찾는 이야기죠. 우리네 삶도 같아요. 우리도 여기 저기 부딪히며 살아가면서 결국엔 주님을 찾아내잖아요.”
적지 않은 나이 희수에 자신의 꿈을 이룬 정씨에게는 한가지 바람이 있다.
“힌두교에서는 7~80대를 유행기라고 하죠. 현재 유행기인 저는 남은 인생을 노래 부르고 춤추며 살아가고 싶어요. 춤은 제 인생의 전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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