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장미다발 움켜쥐고 주님 품으로…
묘지 도착하자 비… “주교님 천당가신 기쁨의 눈물”
고인 창설한 외방선교회 수녀들 “착한 수녀 될게요”
발빠른 장례 준비
○…3일 오후 4시 46분 초대교구장 최재선 주교 선종 직후 부산교구는 발빠른 장례 준비에 들어갔다. 교구는 5시10분 사제 장례위원회 위원장 총대리 이영묵 몬시뇰을 주축으로 장례위원회를 소집하고, 신부들로 구성된 빈소지킴이를 조직했으며, 6시 빈소 설치, 6시40분 유해를 주교좌 남천성당 소성전에 안치했다. 이어 장례위원회는 3일 오후 8시 교구청에서 ‘최재선 요한 주교 선종에 따른 장례 절차 논의’에 대한 1차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장례 예식에 대해 논의했다.
○…빈소는 유해를 모신 부산 주교좌 남천성당 외에 울산 월평성당에도 마련 , 울산지역 조문객들의 편의를 도왔다. 최재선 주교의 사망미사는 남천성당 소성전에서 6월 4일 오후 3시, 9시 각각 이영식 신부(은퇴), 이영묵 몬시뇰 주례로 봉헌됐으며, 삼우(三虞)미사는 7일 오전 10시 30분 양산 공원묘지에서 황태웅 신부 주례로 봉헌됐다.
끊임없는 애도물결
○… 5일 오전 11시 주교좌 남천성당에서 봉헌된 장례미사에는 고인을 추모하기 찾아온 신자들로 미사 1시간 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미처 성당에 자리를 잡지 못한 신자들은 밖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이날 미사는 부산교구장 황철수 주교 주례로 봉헌됐으며,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등 한국천주교 주교단 19명이 참석해 한국교회 최고령 성직자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특히 부산교구 관할 관구인 대구대교구에서는 교구장 최영수 대주교, 전임 교구장 이문희 대주교, 총대리 조환길 주교 등 3명의 주교가 모두 참석했다.
조촐했던 장례식
○… 최주교는 선종하기 전날 교구 사제들에게 화환 등은 일절 받지 말고 간소하게 장례를 치르라고 유언했다. 이 유지를 받들어 부산교구 사제단과 평신도를 대표해 단 두 개의 화환만을 준비했다. 또 신자들에게 나눠준 유인물을 통해서도 “화환과 조의금은 기도로 대신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화환 등을 정중히 사양했다. 조문 온 신자들은 “주교님의 검소한 성품이 간소하고 조촐한 장례를 통해서도 너무나 잘 드러난다”며 애도와 존경을 표했다.
○…고 최재선 주교의 시신을 모실 천주교 양산 공원묘지에 도착하자 그쳤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고인을 마지막까지 배웅한 신자들은 ‘주교님 선종에 하늘도 슬퍼한다’라고도 했고 ‘주교님이 천당으로 가신 기쁨의 눈물’이라고도 이야기 했다. 굳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최주교의 하관예식에 참석한 신자들은 내리는 비 속에서 눈물을 닦으며 연도를 바쳤다.
“착한 수녀 될게요”
○…장지에서 하관예절이 모두 끝난 후 사제들과 신자들은 한명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내리는 비속에서도 한국외방선교수녀회 수도자들은 자리를 끝까지 지키며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했다. “수녀님들, 이제 다 끝났습니다. 돌아가셔도 됩니다”라는 묘원 관계자의 말에도 불구하고 일부 수녀들은 울음을 터뜨렸고, 또 다른 수녀는 “주교님, 착한 수녀 될게요”라며 평소 최주교의 당부를 깊이 새기며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한국외방선교회 수녀들과 후원회원들은 최주교님의 영원한 안식을 비는 연도를 바쳤다.
홈페이지 통해 신자들 기도 이끌어
○… 부산교구 홈페이지에 ‘+주교님께 올리는 기도’라는 공간을 만들어 누구나 고 최재선 주교를 위해 기도할 수 있도록 배려한 덕분에 많은 신자들이 이곳에서 천상의 길로 떠나는 최주교를 위해 기도를 봉헌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장순덕(로사)씨는 “참으로 성모님 손잡고 소풍처럼 뛰어다닌 삶이지 않으셨을까. 하늘로 돌아가셔서 아름다웠더라고, 주님곁에서 평소의 모습대로 조용히 말씀하실 것만 같아요”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 성 요한 비안네 성인을 좋아했던 최주교는 방 곳곳에 그의 사진을 붙여뒀다. 평소 공부는 잘 못했지만 훌륭한 성덕으로 성인이 된 비안네 성인을 자신과 비슷하다고 여겼다. 묵주기도를 많이하고 좋아한 탓에 최주교가 늘 앉아 책을 읽었던 책상 바로 옆에는 여러 개의 묵주가 걸려 있다. 새것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고 최재선 주교의 유품들에서 가난하지만 거룩한 목자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졌다.
사진설명
▶6월 4일 오후 3시 봉헌된 사망미사 후 신자들이 최재선 주교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며 애도를 표하고 있다. 빈소에서는 장례미사까지 끊임없이 사제단과 신자들의 연도가 이어졌다.
▶최재선 주교는 생전에 묵주기도를 즐겨바치며 기도를 강조했다.
▶한국외방선교수녀회 수녀들이 슬픔에 못이겨 눈물짓고 있다.
▶장지에서 장례의 마지막 하관예절을 하고 있다.
▶부산교구장 황철수 주교가 장례미사 전 입관예절을 하고 있다.
▶최재선 주교의 방. 책상에는 성 요한 비안네의 성화가 걸려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