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사목 활성화로 회두, 선교 두마리 토끼를
신자 직장인 자부심 강하지만 본당 활동 미비
“입교시킨 교우 없음” 72%… 선교 의식 낮아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소장 유경촌 신부)의 이번 「직장사목의 현황과 전망」조사는 본당 중심(속지주의) 사목에 치우친 사목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는 중요한 자료라는 평가다. 특히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는 현대인들을 고려할 때 이번 조사에선 그 자체로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신자’까지도 놓치지 않겠다는 교회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직장 사목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촉구하는 이번 조사 결과를 제언과 함께 2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
2007년 ‘가톨릭 직장인 신앙대회’에 참가한 각 직장 가톨릭 교우회 회원 286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전체 조사기간은 2007년 5월 10일~2008년 5월 30일로, 개별 면접조사와 전문가 대상 (Focus Group Discussion) 조사도 병행했다. 업종별 분포는 국영기업·공공기관이 61.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다음은 증권회사·금융기관 14.8%, 일반 사기업 5.3%, 기타 9.5%, 판매·서비스업 4.2%, ·학교와 언론사 각각 2.1%의 순이었다.‘국영기업·공공기관’ 비율이 높은 것은 설문조사가 이뤄진 직장인 대회가 ‘판매·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주일에 열린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국영기업·공공기관을 제외한 다른 업종에서 직장인 모임이 부진한 것도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 응답자의 사회적·인구학적 배경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신자 구성 분포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체 조사대상자 286명 중 남성이 57.7%, 여성이 42.3%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15.4%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한국천주교 교세통계 및 각 교구 교세 통계에서 여성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 신앙생활
직장인들은 어떻게 가톨릭 신앙에 입문할까. 입교 경유를 보면, 자발적 입교 31.8%, 유아세례 19.6%, 가족의 권유 27.6%, 타인의 권유18.4% 순으로 나타났다. 타인에 의한 입교 가운데 ‘직장 동료나 상사의 권유’가 7.3%로, 친구(6.3%)나 친척(1.7%)의 권유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인다. 자발적 입교 비율은 가톨릭신문사의 2007년 일반 신자 의식조사 결과 29% 보다 2.8%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 공동체 의식
신자 직장인들이 일반신자보다 신자로서의 자부심을 더 강하게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 신자로서의 긍지나 자부심을 묻는 질문에 ‘강함’(비교적 강함+매우 강함)(70.6%), ‘보통’(28%), ‘없음’(전혀 없음+거의 없음)(1.3%)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본당에서 현재 하고 있는 활동을 표시한 결과, 없음(58.1%)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뒤를 이어 레지오 마리애(9.7%), 교리 및 성서봉사(6.5%), 구역장·반장(5.8%), 사목위원(4.3%), 성가대(4.0%) 순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직장일과 더불어 집안일까지 해야 하는 직장인 여성 응답자(65.5%)는 남성 응답자(52.8%)보다 ‘없음’ 비율이 높게 분석됐다.
평소 본당 신자들과의 교류정도를 살펴보면, ‘안 함’(전혀 안 함+거의 안 함)이 42.9%로 ‘함’(자주 함+매우 자주 함) 26.1%, ‘보통’ 31% 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한, 여성(20.2%)보다는 남성(30.3%)이 교류를 더 많이 하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교류 정도 역시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
▨ 영성 심화를 위한 신앙생활
영성생활 빈도 중 ‘주 1회 이상’을 살펴보면, 미사참례(85.5%), 묵주기도(56.3%), 성경읽기(44.5%), 묵상·관상 기도(38.9%), 성체조배(21.8%) 순으로 나타난다.
미사 참례빈도는 주 1회(57.2%), 주 2~3회(17.3%), 주 4~5회(5.7%), 매일(5.3%), 한 달에 한두 번(8.8%), 특별한 경우에만(2.1%), 거의 하지 않음(3.5%) 순이었다.
묵주기도를 바치는 빈도는 매일(29.3%), 거의 하지 않음(20.0%), 특별한 경우에만(14.4%), 주 2~3회(10.0%), 한 달에 한두 번(9.3%), 주 4~5회(8.9%), 주 1회(8.1%) 순으로 조사됐다. ‘주 1회 이상’ 묵주기도를 바치는 비율이 56.3%로 높은 빈도를 보인다.
성경 읽기는 거의 하지 않음(32.1%), 매일(15.1%), 한 달에 한두 번(14.3%), 주 1회 (12.1%), 주 2~3회(11.3%), 특별한 경우에만(9.1%), 주 4~5회(6.0%) 순으로 나타났다. ‘주 1회 이상’은 44.5%, ‘월 1회 이상’은 58.8%로 비교적 높은 비율을 보인다. ‘주 1회 이상’을 살펴보면, 남성(45.8%)이 여성(42.9%)보다 높은 비율을 보인다.
고해 성사는 특별한 경우에만(74.7%), 거의 하지 않음(12.3%), 한 달에 한두 번(10.1%)의 순이었다. 대구대교구 현황과 전망(2007)에 나타난 일반신자 고해 성사 문항 중 ‘거의 안 봄’의 비율이 3.8%인데 비하여 직장인 응답자는 12.3%로 8.5% 더 높은 비율을 보였다.
▨ 전교
입교시킨 교우는 ‘없음’이 72%로 가장 많았으며, ‘1명’이 16.3%, ‘2명’ 6.7%, ‘3명 이상’이 1.5%로 각각 나타났다. ‘대구대교구 현황과 전망’(2007)에 나타난 일반신자 조사보다 약 10% 선교 부진을 나타낸다. 선교에 있어서의 가장 큰 어려움은 본인이 ‘선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 24.8%, ‘신앙에 대한 확신이 없음’과 ‘선교 방법을 모름’이 각각 17.9%, ‘시간 부족’ 17.2%, ‘선교할 대상이 없음’이 1.8%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반신자 조사와 비교해 보면, ‘선교할 자격이 없어서’는 4.2% 높은 비율을, ‘선교할 대상이 없음’은 14.7% 낮은 비율을 보인다. 일반신자가 느끼는 선교에 있어서의 어려움과 직장인들이 느끼는 어려움이 조금 달리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직장 사목의 발전 방안’ 요지(상)
교회의 대형화 때문에 신자들은 소외 현상을 느낀다. 그리고 거대한 공동체 속에 묻혀 자신을 숨기려 하는 익명화 현상도 보인다. 이러한 익명화와 소외 현상을 해소하는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가톨릭 직장 공동체다.
대부분 직장 공동체 인원수는 보통 20명 안팎이다. 이들은 서로 직장 동료로서 친교와 나눔을 통해서 서로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직장 공동체 모임을 통해 서로 신자로서의 정보도 교환하고, 성지순례, 피정, 교육·연수, 봉사활동 등을 함께 함으로써 친밀함을 유지한다.
그만큼 교회 대형화에 따른 익명화, 친교 부족에서 오는 소외를 극복할 수 있다.
또한 직장사목은 소외된 사목 계층인 남성 청·장년을 위한 사목의 장(場)이다. 직장 가톨릭 공동체에서는 남성의 비율(남성 57.7%, 여성 42.3%)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본당에는 적은 남성 청·장년이 유일하게 직장에서는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직장 교우회 활동은 본당과 달리 남성 교우들에 의해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들이 직장 공동체뿐 아니라 본당에서도 활동할 수 있도록, 쉬는 교우의 경우 신앙에 새로이 눈을 뜰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장 공동체 역할이 크다고 하겠다.
직장 공동체는 동시에 선교의 장(場)이다. 직장인들은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퇴근하기까지 대부분 10~12시간 이상을 일터에서 보낸다. 하루 24시간 중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고 할 때, 그들이 있는 직장을 복음화하는 것이야 말로 곧 선교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더욱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며 지역 본당 공동체와도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더욱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직장 공동체는 냉담자 및 거주 불명자 신자의 증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평일 낮 시간에 전업주부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반모임이나, 평일 밤 시간(보통 저녁 8시)에 이뤄지는 구역 방문 등은 사실상 냉담 해소에 도움이 안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 본당 사목구조와 방법들에서는 냉담자들이나 거주 불명자들을 찾거나 만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가톨릭 직장 공동체를 통해서는 이러한 냉담자, 거주 불명자들을 만나거나 찾을 수 있다. 가톨릭 직장 공동체가 이들을 더욱 배려하고,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다면, 그리고 사목자가 그들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해 준다면 이들은 새로운 마음으로 교회를 찾고 지역 본당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직장 사목을 통한 가톨릭 직장인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최수호 신부(서울대교구 직장사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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