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복음 묵상-노성호 신부(모산골본당 주임)
6월 22일 연중 제12주일 (마태 10, 26∼33)
“신부님, 저는 볶음이 참 좋아요.”
어느 토요일 오후, 어린이 미사 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한 여자 아이가 해맑은 미소를 머금은 채 다가와서 큰 소리로 말하는 겁니다.
“신부님, 저는 볶음이 참 좋아요.”
애가 왜 놀다말고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하나 싶어서 맞장구를 친답시고 저도 한 마디 거들었지요.
“볶음? 무슨 볶음이 맛있고 좋은데? 멸치? 햄? 아니면 김치볶음?”
그런데 갑자기 그 아이는 이 신부님이 지금 뭐라고 하는 것인가 싶은 눈초리를 보내더니 이러더군요.
“아니요, 그런 볶음 말구요. 예수님 말씀 볶음이요. 신부님은 그것도 몰라. 그중에서도 마르코 볶음이 좋은 거 같아요.”
순간 한 대 맞은 기분이었지요.
“아~! 복음~? 그러게, 신부님도 복음이 좋구나.”
그랬던 기억이 있네요. 아이들 참 엉뚱하지요?
그런데 그 아이의 말이 맞는 것 같았습니다. 복음을 듣고 배우고 전하며 살아가는 신부인 제가 정말 그 아이처럼 순수한 열정으로 복음을 좋아하고 있는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게 되더군요.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살아있는 말씀이신 예수님을 전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는가도 성찰해 보게 되었답니다.
예수님께서는 복음을 선포할 때 일단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씀을 하시네요. 하긴 얼마나 두렵습니까?
나는 잘 배우지도 못했는데, 나는 말 주변도 없고, 언변도 어눌한데 괜히 복음을 전한다고 했다가 창피만 당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복음을 선포하려 하다가 오히려 그 사람들과 괜한 논쟁에 빠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지레 겁부터 먹을 때가 많지요.
하지만 교우 여러분, 정말 예수님 말씀처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우리의 머리카락까지도 다 세어두신 예수님께서 끝까지 도와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책임은 예수님께서 져 주시는 것이니 우리는 다만 그분의 도구로 우리 자신을 내어드리고, 당신 친히 사용하시길 기도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하기야 처음에는 저 또한 그런 걱정과 두려움에 빠져 지내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대 앞에만 서면 왜 그리 작아지던지 얼굴부터 빨갛게 달아올랐지요.
원고를 준비해 놓아도 막상 시작하려고만 하면 검은 것은 글씨요, 흰 것은 종이라는 것만 알겠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사제로서 강론도 열심히 할 수 있게 되었고, 주보나 월보에 글도 쓰면서 복음 선포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지 않습니까. ‘신부님이시니까 당연히 그러시겠지요’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대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복음을 선포하는 사람들 곁에서 항상 필요한 도움을 주고 계시다는 것을 믿으십시오.
일단은 복음을 좋아하셔야 합니다. 위 이야기 속 아이처럼 ‘복음’을 ‘볶음’처럼 좋아하셔야 복음 선포를 시작하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볶음과 함께 밥 한 그릇을 뚝딱 해 치울 수 있는 것처럼 복음 말씀이 우리 안에 쉽게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그 말씀을 가지고 기도하십시오. 그 속에 담겨져 있다가 여러분에게 흘러나오는 은총의 선물이 기도를 통해서 전해지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기도로 무장한 후에는 예수님께서 그러셨듯이 사랑과 자비의 마음을 가지고 형제들과 친교를 나누듯 그 좋은 복음을 함께 이야기하도록 하세요. 여러분 안에 담겨져 있는 그 아름다운 것들을 꺼내놓기만 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있든지 하느님 아버지 앞에서 우리를 안다고 증언해 주실 것이고, 우리를 귀하게 여겨주실 것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일은 우리에게 아주 특별한 감동과 울림이 되어 되돌아 올 것입니다.
5분 신앙상식-마카베오기 상하권의 내용
하느님께 대한 굳은 신뢰만이
이스라엘의 살 길임을 일깨워
마카베오서는 상하권 모두 이스라엘 역사에 개입하시는 하느님을 알려주고자 한다.
당시 많은 유다인들이 자신의 안위를 위하여 민족을 배신하거나 죽음의 위협을 느껴 우상과 이방 관습을 받아들이곤 했다.
이 책은 이런 풍토에서 신앙과 민족을 지키려 자신을 희생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하느님께 대한 굳은 신뢰만이 이스라엘이 살 길임을 되새기게 한다.
마카베오 상권에서는 모든 사건을 주도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며 하느님의 섭리에 의하여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유다인들은 전쟁에 앞서 기도로 하느님의 도움을 청하며 승리를 거둔 후에도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다(상 4, 24; 13, 47. 51).
또한 지나간 과거 역사 속에서도 하느님의 개입이 모든 희망의 기초가 되어 나타난다(4, 9. 30; 7, 41).
마카베오서는 율법준수를 강조하고 있다. 율법이 모든 사회의 중심이다. 마카베오 형제들이 저항운동을 전개하게 된 기본 동기는 ‘율법을 자유롭게 준수’하기 위함이다.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까지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마카베오 후서 6, 18절 이하와 7장에 나오는 엘르아잘의 순교와 어머니와 일곱 아들의 순교 이야기는 율법의 준수를 자신의 목숨보다 더 귀중히 여김을 보여주고 있다.
하권에서는 하느님의 창조, 즉 무로부터의 창조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희랍세계의 사상과 대립되는 것으로 하느님의 전능하심을 드러낸다. 또한 마카베오 하권은 다니엘서의 종말론을 발전시켜 나간다.
다니엘서는 의인들의 부활만을 말한다면 마카베오 하권은 죄인의 부활뿐만이 아니라 육신의 부활도 선포하고 있다(7, 11; 14, 46).
마지막으로 마케베오 하권은 죽은 죄인을 위해 살아있는 사람들의 속죄의 기도 및 제사(12, 40∼45),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죽은 의인의 기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1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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