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동체 모임은 아시아 교회 복음화 희망”
자발적 전국 모임서 주교회의 차원 행사로 격상
교구간 교류·체험 공유로 소공동체 활성화 앞장
5월 23~25일, 6월2~4일 대전교구 정하상 교육회관에서에서 두 차례에 걸쳐 열린 2008년도 소공동체 전국모임은 ‘조금은’ 활력 잃은 듯 보이는 한국교회 소공동체에 새로운 동력(動力)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주교회의 소공동체소위원회 최덕기 위원장 주교를 비롯한 전국 각 교구 소공동체 담당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 봉사자들은 이번 모임을 통해 “(소공동체에 참여하는) 우리는 말씀과 성체의 식탁에서 친교를 나눔으로써 타오르는 마음으로 교회와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되고 이를 실행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또 “소공동체 사목의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복음나누기가 개인과 공동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결의했다. 아시아 교회와의 연대를 통해 교회의 새로운 존재방식으로서 소공동체의 비전을 모든 교구와 본당에 제시하겠다는 포부도 보였다. 이번의 결심과 포부가 다른 때와 다른 무게로 다가오는 것은 그동안 소공동체 사목전국협의회 주관으로 열리던 ‘소공동체 전국모임’이 이번에는 주교회의 소공동체 소위원회 차원의 모임으로 격상돼 열렸기 때문이다.
소공동체 사목전국협의회는 말 그대로 소공동체 사목에 대해 관심 있는 전국 각 교구 사제단과 수도자 평신도의 자발적 모임에 불과했다. 이제는 소공동체 사목이 한국 주교단의 권위에 의지해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점에서 이번 모임은 15년 한국교회 소공동체 사목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소공동체 활성화와 각 교구의 소공동체 모임 정보 공유와 비전 제시’가 교회의 공식 틀 안에서 가능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도전과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모임에서 참가자들은 선언문을 통해 “소공동체가 다양한 도전과 과제에 직면해 있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복음에 깊이 천삭하지 못하는 생활 나누기식 천편일률식 복음 묵상 ▲본당 공동체의 하부 조직으로 인신되는 현실 ▲맞벌이 부부 증가로 인한 소공동체 봉사자 감소 ▲일부 본당 사목자의 인식 부족 등 풀어야할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더 나아가 이번 모임에서 광주가톨릭대 김정용 신부가 지적한대로 ▲다양한 공동체 모델 및 운영 프로그램 및 ▲소공동체 전국 모임의 선언과 그의 구체화 문제 ▲아시아 교회와의 연대와 친교 ▲소공동체 사목 안에서 한국교회의 교회적, 사회적 과제 수용도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소공동체 사목이 대체로 교회의 내적 요구에 몰두해, 사회적 맥락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점은 심도 있는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이번 소공동체 전국 모임 참석자들은 “그래도 소공동체가 희망이다”며 “소공동체가 한국교회 뿌리내릴 때까지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한 열의를 보였다.
아시아 교회는 한국교회의 이같은 열의를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평신도·가정 사무국 마리아 파키암 위원장은 이번 대회를 축하하기 위해 최덕기 주교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는 한국교회 소공동체 사목이 머뭇거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에서의 소공동체를 통한 교회 쇄신은 다른 많은 아시아의 지역 교회들에게 그들이 열망하는 쇄신을 어떻게 이룰지 보여주는 훌륭한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에 계신 여러분의 노력과 성과는 우리 모두에게 참여하는 교회, 모든 이가 하느님 나라 건설이라는 사명에 공동 책임을 지는 친교의 교회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더욱 큰 희망을 안겨 줍니다.”
#소공동체 전국모임 선언문(요지)
-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 우리의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 24, 32)
Ⅰ.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희망의 길을 걸으며
우리는 이번 모임을 통해 소공동체가 한국교회의 희망임을 알았습니다.
또 우리는 소공동체가 다양한 도전과 과제에 직면해 있다는 점도 알게 되었고, 한국 교회가 복음의 요청을 ‘마음과 목숨을 다하고 힘과 정신을 다하여’(루카 10,27 참조) 받아들이고 투신해야 함을 재확인하였습니다. 또한 소공동체가 아시아 교회와 한국 천주교회의 복음화를 위해 나아가야 할 길임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Ⅱ. 말씀과 성체로 살아가는 소공동체
우리 교회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역사에 ‘생명의 숨을 불어 넣으시는’(찬세 2,7 참조) 말씀을 믿고, 그 말씀 스스로 세상의 모든 이를 위한 생명의 밥이 되었음을 확신합니다. 우리는 소공동체 모임에서 살아계시는 말씀을 통하여 주님과 깊은 친교를 이루고, 기쁨과 평화, 사랑의 은총으로 삶의 힘과 용기를 얻으며 성체의 신비를 일상생활에 실천하는 이웃 사랑으로써 주님을 투명하게 증거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Ⅲ. 우리의 사명과 실천
▲소공동체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사건을 기억하고, 그 빛을 따라 자신과 세상의 복음화를 위해 헌신하며 죽음의 문화를 거슬러 ‘생명과 사랑의 문화’를 싹틔우고 확산시키는 대안 공동체로서 자리매김하고자 합니다.
▲소공동체 사목은 어린이 청(소)년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열려있으며 그들이 소공동체의 정신으로 살아가도록 지향합니다.
▲교구간 긴밀한 교류를 통하여 체험을 공유하고 소공동체 사목의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며 복음 나누기가 개인과 공동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합니다.
▲세계 교회 특히 아시아 교회와 지속적으로 친교를 나누고 연대하여 교회의 새로운 존재 방식으로서 소공동체의 비전을 모든 교구와 본당에 제시하고자 노력합니다.
2008년 6월 4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소공동체위원회 위원장 최덕기 바오로 주교 외 전국모임 참가자 일동
#주교회의 소공동체 소위 위원장 최덕기 주교 강론(요지)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 이야기는, 부활하신 주님께서 성령을 통해 바로 지금 여기서 우리 옆에 계신다는 것을 알려준다. 예수는 권위 있는 성경 말씀 설명을 통해 제자들의 마음이 변하게 하셨다. 또 직접 빵을 떼어 주심으로써 제자들이 당신을 알아보도록 하셨다. 부활하신 주님을 체험한 두 제자는 이후 충만한 기쁨 속에서 주님을 선포하기 시작한다.
오늘날 우리는 소공동체 모임을 통해 부활하신 주님을 체험할 수 있다. 마치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가 그랬듯이 우리는 기쁨 속에서 복음을 선포하고 삶으로 주님을 증거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소공동체 모임을 통해 맺는 열매다.
소공동체 통해 신앙과 삶이 연결되고, 이로써 소공동체가 작은 교회가 된다. 주님은 지금도 우리와 함께 걷고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다. 우리가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오시는 것이다. 소공동체가 부활하신 주님의 증인이 되고, 이를 통해 복음이 널리 전파되길 바란다.
사진설명
▶2008년도 소공동체 전국 모임이 5월 23~25일, 6월 2~4일 두차례에 걸쳐 대전교구 정하상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소공동체 전국 모임 참가자들이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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