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복음 묵상-노성호 신부(모산골본당 주임)
6월 29일 연중 제13주일 (마태 16, 13∼19)
교황님 한 번 뵙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44차 세계성체대회가 있었던 1989년 10월 4일. TV를 통해 교황님이라는 분을 처음 뵌 그날부터 저에게는 소원이 한 가지 생겼습니다. 먼발치에서라도 좋으니 교황님을 꼭 한 번 만나 뵙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무덤 앞에서 그분을 만나다
성체대회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넋을 잃고 쳐다봐야만 했던 TV 브라운관 속의 교황님은 무엇이라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온화하고 평안한 느낌을 주셨는데, 언젠가는 그러한 교황님을 가까이 마주 뵈면서 단 한 마디의 대화라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정말 간절히 바랬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계속 흘러갔고, 교황님께서는 안타깝게도 점점 쇠약해지셨습니다.
그래서 마음은 점점 다급해지는데, 제가 교황님을 직접 만나 뵐 수 있는 방법을 찾기란 마음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시간은 흘러갔고, 기어이 2005년 4월에 교황님의 서거(逝去) 소식을 듣고야 말았습니다. 정말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을 그때 실감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뵙고 싶었는데, 그렇게 떠나 보내드려야 한다니 아쉽고 또 아쉬워서 깊은 한 숨만 몰아쉬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돌아가신 교황님께서 계신 곳에라도 가보고 싶다는 소망은 계속 간직하고 있었고, 드디어 이번 4월에 그 간절했던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본당 식구들과 함께 성지순례를 떠나게 되었고, 로마 바티칸 베드로 대성당 지하에서 그 온화한 미소를 지니신 교황님을 반갑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자꾸만 눈물이 앞을 가리던지요? 교황님 무덤 앞을 장식한 꽃들이 자꾸만 흐릿하게 보였습니다. 순례객들의 행렬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 통탄스러울 정도로 그분과 오래도록 함께 있고 싶었는데, 더 지체하고 있을 수 없어서 한쪽으로 비켜서 무릎을 꿇고 주모송 한 번만을 정성스레 바쳐드리고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 몇 분간의 시간이 어찌나 행복하고 좋던지요. 그 감동과 환희를 무엇이라 표현할 수 있으며, 무엇과 바꿀 수 있겠습니까?
교황님께서 돌아가신 뒤에라도 그렇게 알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 너무도 감사하고 은혜로운 일처럼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죄송하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살아 계신 동안에도 교황직을 수행하시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주시고 많은 일들을 처리하시느라 별로 쉬지도 못하셨을 텐데, 돌아가신 후에도 조용히 쉬실 수 있기는커녕 계속해서 저와 같은 사람들이 무덤 앞까지 찾아와서 알현을 청하니 그 착하시고 온유하신 교황님께서 그냥 모른 채 하시며 편하게 누워계시기만 하겠는가 싶었습니다. 살아생전에도, 돌아가신 후에도 양들을 아끼고 보살피시는 착한 목자이신 우리 교황님이 너무도 그리웠습니다.
교황님의 영육간 건강 기도
하지만 우리에게는 새로운 교황님이신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이 계십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뒤를 이어 265번째 교황님이 되신 분. 저는 이번 성지순례 여정 안에서 새 교황님을 알현하는 축복까지 얻었답니다.
집무실에서 낮 12시 삼종 때 베드로 성당 광장에 운집해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 훈화와 강복을 주시는 모습을 뵌 것이었기 때문에 매우 멀리서 알현한 것이기는 했지만, 직접 그 자리에서 뵙고 게다가 강복까지 받았으니 그것으로 만족하고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만일 제가 바티칸에 며칠만 일찍 갔더라도 그때에는 교황님께서 미국 교회를 순방 중이셨기 때문에 멀리서라도 뵙지 못하고 그냥 돌아올 뻔했는데, 두 분 교황님을 모두 뵙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나라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교황님을 불러가면서 환호성을 올리고 영육간에 건강하시길 기도했습니다.
5분 신앙상식-지혜문학
궁중에서 꽃피운 문학 장르
저자는 ‘상선벌악’에 관심
지혜문학은 궁중에서부터 꽃피운 문학으로 지혜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스라엘 민족은 지혜를 귀중한 보물로 여겼고 많은 선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으며 지혜는 참으로 하느님께 속한 그 무엇으로 여겼다.
지혜문학의 저자들은 대개 교육받은 지식인들이었다.
이들은 교육과 체험을 통해서 얻은 바를 글로 전했으며, 다스리는 일과 가르치는 일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이들이다. 이들은 ‘금언’, ‘교훈’, ‘우화’를 즐겨 사용하고 있다.
지혜문학 저자들은 상선벌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느님께서 인간의 행동 여하에 따라서 상을 주시거나 벌을 내리신다는 것을 진리로 받아들인다.
또 지혜문학은 개인을 중시하고 있다. 즉 하느님과 인간과의 인격적인 관계, 생명에 대한 감각, 개인 운명에 대한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된다.
지혜문학에 속하는 성경은 욥기, 시편, 잠언, 코헬렛, 아가, 지혜서, 집회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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