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 저희 잘 살고 있죠?
도박 일삼던 남편, 아내 기도로 세례
소공동체 위원으로 봉사하며 새 삶
주님은 주님만의 방법으로 사람을, 세상을 변화시키신다. 모니카 성녀의 기도가 없었다면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과연 있었을까?
백암본당의 모니카가 없었다면 지금의 하상 바오로가 있었을까?
30여 년 전. 한승업(하상 바오로)씨와 가정을 꾸린 노태순(모니카)씨는 부부로서의 만남이 처절한 고통과 인내의 시작일 줄 꿈에도 몰랐다. 고아로 자란 남편은 돈을 버는 데는 누구보다 열심이었지만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술을 배웠고 쾌락을 찾았고 도박에 빠져 있었다.
땀 흘려 번 돈은 도박으로 몽땅 다 날렸다. 술을 밥 삼아 먹는 남편은 과격했고 외도도 거침이 없었다. 외도를 숨기기는 커녕 고백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남편을 대할 때면 대침(大針)이 속을 후벼놓는 것처럼 느껴졌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내 모니카씨가 아픔을 호소할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백암공소에 서 있는 성모상이 눈에 들어왔다. 그 여인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모니카씨는 밤마다 거기에 서 있는 여인에게 빌고 또 빌었다. 간절함은 모니카 성녀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으며 하늘에 닿았다. 기도는 이어졌다.
“언젠가는 성모님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실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어요. 수 없이 이혼하고 싶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럴 때마다 아이들이 눈에 밟히고 성모님이 떠올라 참고 또 참았습니다.”
그렇게 계속 한 기도의 응답은 16년이 지나서야 얻을 수 있었다. 1998년. 그토록 아픔을 주던 남편이 양지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중독된 생활을 벗어 던지려 발버둥 치며 실패를 거듭했죠. ‘언제까지 그렇게 살 것이냐?’는 신부님의 호통과 가르침, 본당 자매님들의 도움, 그리고 아내의 희생이 없었다면 결코 이겨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상 바오로씨의 오른손 검지와 중지는 두 마디가 잘려 나가 있다. 검지는 젊어서 목공소 일을 하다 잃었지만 중지는 도박을 멈추기 위해 스스로 잘라버렸다. 얼마나 처절한 자기와의 싸움이었을까?
남편이 세례받던 날 밤 부부는 밤새도록 울었다. 하지만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잘 아는 지인에게 사기를 당하고 오히려 가해자로 몰리게 된 것. 깊은 절망과 배신감에 집 안에 있던 성모상과 십자고상 등을 모두 던져 깨어버렸다. 하느님마저 나를 버리시다니….
모든 것을 잊고 아내와 함께 나선 산행. 산 중턱에서 아내를 기다리던 바오로씨에게 꿈같은 영상이 지나갔다.
“그 그림 속에서 돈에 덮여 옴짝달싹 못하고 허우적대는 절 보았습니다. 좋아하는 친구와 술을 마시러 나가는 건 둘째 치고 팔다리 하나도 자유롭게 움직여지지 않았어요.”
그런 그가 환상에서 깨어나 산을 다시 오르고 있었다. “아! 나에게 여전히 이런 건강을 허락하시니 얼마나 감사한가!”
그 길로 그는 아내와 함께 산을 내려왔다. 감사의 마음은 성당 봉사활동으로 이어졌다.
“저 놈이 성당엘 나간데? 쟤가 봉사를 한데? 정말?”하며 비아냥대는 사람도 있었지만 바오로씨의 눈에는 하느님만 보였다. 오기로 더 열심히 활동했고 덕분에 주위의 시선도 너그러워졌다. 영세 5개월 만에 소공동체 반장으로, 1년 뒤에는 구역장으로, 다시 소공동체 위원장으로 열심히 봉사했다.
성경 필사에 푹 빠져 지낸다는 바오로씨는 성경 안에서 집안 가훈과 가르침을 택하고 자자손손 자신이 필사한 성경을 물려주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다.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막창집에서 맥주 한잔을 들이킨다. 바오로씨가 아직 술을 덜 끊었다고 웃으며 잔을 건넨다.
“너무 편하거나 흡족해도 게을러집니다. 항상 부족함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돈에서 자유로워질 때 비로소 눈이 뜨입니다. 눈을 뜬 제게 다가온 신앙이 나를 살렸고 우리 가족을 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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