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 생명을 위해 주신 하느님 선물”
■ 교황 베네딕토 16세 폐막미사 강론 요지
추기경님과 주교님, 형제자매 여러분,
제49차 세계성체대회를 위해 여러분이 이렇게 모인 지금, 제가 텔레비전을 통하여 여러분과 함께하고 같이 기도를 드리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번 세계성체대회의 주제는 “성체, 세상의 생명을 위해 주신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성체는 우리의 가장 아름다운 보물입니다. 성체성사는 최고의 성사입니다. 성체는 우리를 영원한 삶으로 미리 인도합니다.
성체는 우리 구원의 모든 신비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성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말한 것처럼(전례 헌장, 8항 참조) 교회의 활동과 생활의 원천이며 정점입니다. 따라서 사제들과 신자들이 이 위대한 성사를 깊이 있게 하는 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특별히 중요한 일입니다.
성찬례에 참석하는 것은 우리 동시대인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하느님의 사랑을 최고로 표현하는 것이기에 성찬례는 우리의 형제들과 더불어 현재의 도전에 맞서고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헌신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매 번 미사를 드릴 때마다 신앙의 신비를 선포합니다. 저는 모든 사람이 특히 개별적으로나 모임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거룩한 공의회」(Sacrosanctum Concilium)의 내용을 다시 살펴보고 탐구하며 이 위대한 신비를 열심히 연구하여 이 신비를 용감하게 증언하기를 바랍니다.
영성체, 성체 공경 또한 우리가 그리스도와 친교를 이루고 그리스도를 통하여 삼위 전체와 친교를 이루어 우리가 받아모신 것과 같이 되고 교회와 친교를 이루며 사는 일과 연관됩니다.
성체성사는 일치의 성사입니다. 우리는 모두 머리이신 주님의 한 몸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되풀이하여 성 목요일 만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십자가 위의 구원의 신비를 약속 받았습니다.
성찬례는 그저 친구들과 함께하는 식사가 아닙니다. 이는 결속의 신비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성찬례를 통해 받는 선물에 우리의 삶을 더욱 더 일치시키면서 이 결속의 신비 안으로 들어가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하느님의 백성에게 그리스도의 몸을 주기 위한 사제가 부족하지 않도록 우리는 교회에 새 사제들을 선물로 주십사 주님께 기도드려야 합니다. 저 또한 여러분이 청년들에게 사제 성소를 권하여 그들이 두려움 없이 기꺼이 그리스도의 부름에 응답하도록 이끌어주기를 바랍니다. 청년들은 실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정은 성소를 위한 가장 중요한 장소이자 요람이 되어야 합니다.
2008년 6월 22일
베네딕토 16세 교황
■ 대회장 마크우엘레 추기경 강론
성체성사는 세상 창조 이래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여러 선물들 가운데 가장 크고 중요한 선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최후의 만찬에서 당신의 몸과 피를 성찬의 희생 제사로 세우셨습니다.
신자들은 교회의 믿음으로 세례를 받아 예수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 체험에 동참함으로써 죄에서는 죽었지만 하느님을 위해 살게 됩니다. 성체를 통해 우리의 봉헌을 풍요롭게 하는 그리스도의 생명은, 우리가 한 몸으로 한 성령과 일치해 그리스도께 동화되고 다른 이들을 위해 봉사하게 합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전하는 복음화로써,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정의·평화를 추구함으로써 자기 사명을 성취합니다. ‘성체성사’야말로 복음화와 세상의 변화를 위한 원천이요, 정점입니다.
성체성사는 닫힌 이들에게 열린 마음을 갖게 하고, 분열 대신 화해를 강조합니다. 생명과 인간 존엄을 우리 신앙생활의 중심에 두게 합니다. 개인적 안위, 돈, 권력에 대한 추구가 갈수록 더해지면서 이른바 ‘죽음의 문화’가 지배하는 사회 속에서, 성체성사는 가난한 이들의 권리와 정의와 연대의 의무를 우리에게 상기시키고, 온 인류를 초월로 부르는 새 계약의 큰 은총을 공동체에 일깨웁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과 비슷하게 당신 모습으로 사람을 만드셨고, 사랑으로 인간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는 또한 인간에게 ‘사랑하라’고 하십니다.
성체성사는 계약의 신비, 곧 하느님과 인간이 결합되는 혼인의 신비입니다. 성체 안에 살아계신 하느님께서는 교회를 하나 된 백성, 살아있는 공동체인 동시에 주님과 함께하는 단일하고 신비한 인격체로 거듭나게 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당신 외아드님을 보내시어 그분을 통해, 그분과 함께, 그분 안에서 세상이 삼위일체의 생명을 누릴 수 있게 하셨습니다.
교회는 탁월한 하느님의 선물, 곧 혼인 선물인 거룩한 성체성사를 기쁘게 받아들이고 거행합니다. 이로써 교회는 새로운 계약의 보편적 성사가 됩니다. 이 사랑의 선물은, 사랑 안에 자유를 갈망하는 인류의 보편적 염원을 아는 교회가 본질적으로 성령의 사명에 동참하게 합니다.
퀘벡대교구 교구장
■ 세계적 영성가 장 바니에 특강
‘성찬의 공동체’가 지닌 뜻은 아무리 보잘 것 없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라도 사랑받고 있고, 그들이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한 장애아 ‘에릭’을 통해 깨달았다.
에릭은 들을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는 장애를 가진 아이였다. 그는 이 공동체에 오기 전까지 천덕꾸러기였다. 하지만 그는 공동체 안에서 생활하며 ‘너는 소중한 사람이며,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수없이 말해 주었고, 그 결과 서로 사랑을 주고받으면서, 사랑으로 얼마나 아름다운 변화가 생겼는지 알 수 있었다.
에릭이 세례받고 첫 영성체 했을 때 가족들은 너무나 감동했다. 내가 에릭을 통해 느낀 것은 사랑이란 가난하고 약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 변화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교회가 그런 가난하고 슬픈 이들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또 받아들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상대의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 곧 ‘성체성사의 삶’이다. 교회는 가난하고 부자고, 힘이 있고 없는, 그리고 건강하고, 장애가 있는 등의 벽을 허물고 한 분이신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다함께 받아먹고 마시면서 하나 되는 공동체이어야 한다. 최근에는 자선사업이나 복지사업이 정치를 통해서도 실현되고 있다.
교회는 부유한 채 남아있으며, 가난한 이들에게 먹을 것만 주는 것으로는 성체성사의 신비를 경험할 수 없다. 단순히 자선에 그쳐서도 안 되고, 교회 스스로 가난한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뤄야 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투신해야한다. 부유한 교회는 굶주리는 수많은 하느님 백성들과 형제적, 성찬적 연대를 맺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셨던 것처럼.
라르슈공동체 창설자
■ 조직위 알베르 르가 주교 한인 특강
물질주의, 소비주의의 첨단을 달리고 있는 캐나다인에게 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캐나다 가톨릭교회가 올해로 복음 전파 400주년을 맞았다. 1608년 캐나다 퀘벡에 가장 먼저 전파된 가톨릭교회는 400년 동안 ‘새로운 프랑스’(Nouvelle France)라는 기치를 내걸고 순교자들의 피를 씨앗 삼아 복음의 꽃을 활짝 피웠다.
퀘벡을 비롯한 캐나다 곳곳에는 수많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넘쳐났으며, 캐나다 교회는 강하고, 영향력이 있으며, 부유한 교회였다.
하지만 최근 수십 년 동안 캐나다에는 성직자·수도자를 희망하는 성소도 없고, 수계신자들도 급격히 줄어서 현재 수계신자수가 전체 캐나다 인구의 3% 수준이다. 그 힘있던 교회가 무력한 교회가 되었고, 그 부강했던 교회가 약하고, 힘없는 교회가 되었다.
하지만 주님의 복음은 가난한 사람에게 선포된 것이다. 그동안 캐나다 교회는 강하고, 부유했다. 이것은 어쩌면 가난하게 사셨던 주님의 복음과는 다른 모습의 교회였다.
현재 캐나다 교회는 세상의 눈으로 보기에는 힘없고, 무력해보이지만 오히려 바로 지금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희망의 싹들을 눈여겨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세상의 소비주의와 무한경쟁체제 속에서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는 젊은이들 가운데에는 소수지만 복음을 찾아 나서거나, 새로운 열성으로 여러 형태의 청년모임을 갖는 등 진정한 복음화의 모습을 이뤄가고 있다.
예컨대, ‘젊은 마리아운동’(마리 저네스)과 같은 젊은이 운동의 결실은 그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어야할 뿐 아니라 스스로 그들과 ‘하나’ 되어가는 모습이다.
오늘날의 한국천주교회는 캐나다 교회는 순교자의 피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이 닮았다. 그러나 강하고 힘 있고 영향력 있는 교회가 언젠가 쌓아 온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 교회의 본성은 무력하고 힘없는 모습이다. 이것은 곧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며, 교회는 이 모습에 충실해야한다.
세계성체대회조직위 캐나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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