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문화의 벽 넘어 일치·화합의 물결
한국어 공식 언어로 선정
◎한국어가 제49차 세계성체대회 공식인정언어 6개 속에 포함됐다.
그동안 세계대회를 참가해도 한국어가 번역되지 않아 ‘참석’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이번 세계성체대회에서는 모든 행사마다 라디오 채널을 통해 한국어 통역이 흘러나왔다.
한국참가단은 한국어로 들려오는 미사 강론, 강의, 기도 등을 들으며 대중과 함께 웃고 우는 감동을 경험했다. 이번 세계성체대회에서 한국 참가단은 단순히 ‘참석’을 넘어 세계 행사에 ‘참여’하는 시간을 가졌다.
퀘벡 신자들과의 아가페 시간
◎6월 18일 베 생폴본당 교육관에서 열린 ‘퀘벡 신자와의 아가페’ 시간은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마을 신자들의 다정한 마음을 느끼는 장이 됐다.
퀘벡시 중심에서 약 100㎞ 떨어진 아담한 베 생폴 마을을 찾은 한국참가단은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눈빛과 마음으로 신앙 안에 하나가 됐다. 저녁기도 시간이 되자 베 생폴 본당 신자들은 아름다운 하모니로 ‘노래로 하는 시편 저녁기도’를 바쳤고, 한국 참가단은 이에 대한 답가로 ‘순교자 찬가’를 불렀다. 또 현지 신자들과 프란치스코 작은자매회 수녀들은 캐나다 전통음식인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넣은 감자파이, 메이플 시럽 등을 접대했고, 한국 참가단은 정성스레 준비한 한국 수공예품을 마을 공동체에게 선물했다.
성체행렬
◎6월 19일 저녁 7시30분. 교황특사 요제프 톰코 추기경의 주례로 거행된 성체행렬은 콜리세 펩시에서 올드퀘벡을 향해 3시간 정도 이어졌다. 행사 직전까지 쏟아지던 폭우도 성체행렬이 시작되자 잠시 멈췄다.
행렬에 나선 신자들은 ‘성체’에 대한 기쁨을 나라마다 고유한 문화와 전통으로 담아냈다. 대다수 국가에서 성가를 불렀고, 멕시코 젊은이 그룹은 신나는 음악에 맞춰 기타를 쳤으며, 한국참가단은 태극기를 앞세우고 우리말 성가를 부르며 성체행렬을 뒤따랐다. 또 퀘벡시 곳곳에서는 성체행렬을 환영하는 꽃과 성상들이 현관문 앞을 장식했고, 일반 시민들도 성체행렬에 환호를 보냈다.
다양함 속에서 일치 체험
◎가톨릭교회의 전례는 크게 서방(로마)과 동방예식으로 나뉜다. 서방예식은 한국천주교회를 비롯한 로마 가톨릭의 전례방식이다. 그러나 동방예식은 교황을 수장으로 모시면서도 미사 전례는 동방의 고유한 예식을 따른다.
6월 18일 오전 10시30분 대회장에서 열린 미사는 로렌스 후쿨락 주교(위니팩교구 대주교·캐나다 우크라이나 가톨릭 신자들의 메트로폴리타) 등 7개 교회의 수장들이 모여 아름답고 장엄한 동방예법으로 집전했다.
로렌스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다양성 속의 일치를 강조하며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성체성사를 통해 일치를 이루는 성찬의 신비를 감동적으로 선포했다. 이날 동방예식 미사는 간결하면서도 함축적 기도문을 아름다운 음악에 담아 되풀이함으로써 모든 신자들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었다.
복음화율 1위 몬트리올한인본당
◎1978년 설립돼 내년에 30주년을 맞는 몬트리올 한국순교성인본당은 최근 몬트리올 지역 최고의 본당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몬트리올 현지 신자들을 앞질러 복음화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
몬트리올대교구 교구장 튀르코크 추기경도 이런 한국순교성인본당의 노력과 성과를 인정해, 현재 사용 중인 성전(과거 성녀 구네군다성당)을 제공하는 등 몬트리올 한인교회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과 성원을 보내고 있다.
한국 신자들, 한복입고 고국 알려
◎22일 가진 제49차 세계성체대회 폐막미사는 전 세계에서 모인 1만2000여 명의 신자가 캐나다 퀘벡 아브라함 초원에서 함께했다.
한국 참가단은 전통의상인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태극기를 흔들며 세계 신자들에게 한국교회를 알렸다.
이날 장엄미사는 교황특사 요제프 톰코 추기경이 주례했으며,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강론이 위성을 통해 실시간 중계됐다. 교황은 행사 참석 때와 마찬가지로 정복 차림을 한 채 텔레비전 앞에서 세계성체대회 폐막 현장을 지켜보며 신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신자들은 교황의 영상을 보며 환호했다.
화창한 아침 햇살은 사라지고 세계성체대회 장엄미사가 시작되면서 차츰 흐려진 날씨는 미사가 진행되면서 점차 굵은 빗줄기로 변해갔다. 하지만 성체대회를 위해 세계에서 모여든 신자들은 내리는 폭우 속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하느님께 성체성사의 은총을 청했다.
이날 장엄미사를 집전한 교황특사 요제프 톰코 추기경은 미사를 마치며 “오늘 내린 비는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은총”이라며 “여러분은 오늘 많은 은총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 참가단과 캐나다 한인교회 신자들도 온 몸이 비에 젖었지만 끝까지 남아 성체성사의 신비를 체험했다. 또 한국 참가단은 태극기를 휘날리며 성가를 부르는 등 굳건한 신앙심을 다졌다.
사진설명
▶22일 퀘벡 아브라함 초원에서 열린 폐막미사에서 한국 참가단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태극기를 흔들며 한국교회를 알렸다.
▶18일 7개 교회 수장들이 집전한 동방 예법 미사.
▶20일 몬트리올 한인본당을 방문한 한국 참가단이 성체조배를 하고 있다.
▶19일 콜라세 펩시에서 올드퀘벡을 향해 3시간 동안 이어진 성체 행렬.
▶왼쪽부터 최원오 신부(주교회의 사무국장), 박정일 주교(전 마산교구장), 최기산 주교(인천교구장), 성기택 신부(몬트리올한인본당 주임) 등 한국 참가단 대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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