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혐의로 12년 억울한 옥살이 강희철씨, 22년 만에 ‘무죄’ 선고
“우리 사회 정의 살아있음 보여준 판결”
5공 시절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12년간 옥살이를 한 강희철(49)씨에게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는 6월 23일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이 장기간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수사관들로부터 폭행, 협박,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해 자포자기 심정으로 허위 진술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수사기관의 불법 수사로 말미암아 억울하게 간첩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으면서 오랜 세월 동안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고통과 불행을 겪어야만 했던 피고인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무죄’ 선고가 나오자 법정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재판부의 결정을 지지했다.
강희철씨는 소감에서 “정말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다방면으로 힘써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어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살아왔다”며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제주교구사제단’과 ‘천주교인권위원회’, ‘이장형, 강희철과 함께 하는 사람들’(공동대표 고병수 신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정확하고 용기 있는 판결을 내려준 법원과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애써온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많은 조작 사건들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문철 신부는 “우리 사회가 그래도 정의는 살아있다는 점을 보여준 뜻 깊은 판결”이라며 “사법부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확신과 신뢰, 희망을 심어줬다”고 평했다.
강희철씨는 1975년 일본으로 밀항해 부모와 함께 살다 불법체류자로 검거돼 1981년 한국으로 환송됐다. 이후 1986년 제주도경찰국 대공분실로 강제 연행된 뒤 불법 감금과 물고문을 당하며 자백을 강요받았으며, 재판을 받아 1987년 간첩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1998년 8?15특사로 가석방되기까지 12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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