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원교구 철산성당에 다니고 있다. 얼마 전 우리 성당에 가톨릭신문 홍보를 위해 찾아오신 분이 계신데 다른 성당과는 달리 유난히 고3 학생들이 미사에 많이 참석한 것을 보시고 놀라워하셨다.
미사 후 궁금해 하시는 그분에게 나는 나와 친구들이 예전에 우리끼리 서로 약속했던 것이 있다고 말씀드렸다.
우리 성당 중고등부 미사 때에는 중학교 1학년부터 고3까지 학년 별로 지정석이 다 있다. 나와 고3 친구들의 자리는 제대에서 가장 가까운 맨 앞에 있다.
지금 고 3인 우리들은 처음 중고등부 미사에 참석하면서 만나 지금까지 사귀면서 어느 친구들이나 형제들보다 더 친하게 지내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주일마다 미사가 끝나면 바로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끼리 분식점이나 친구들 집으로 가서 일주일동안 못한 이야기, 아무한테나 하지 못하는 고민, 학교, 친구 이야기 그리고 엄마와 아빠에게 쉽게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특히 나는 중학교 때부터 미사가 끝나면 친구들을 자주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왔다. 친구들과 같이 라면을 끓여 먹고 밥을 먹거나 집에서 게임도 했다. 그리고 거의 매 주 노래방도 같이 갔다. 그러다 고3이 되기 전 서로 더 바빠지기 전에 우리는 한 가지 약속을 하게 되었다.
바로 고3 수험생이 되어서도 고등학교 졸업 할 때까지 절대 미사만큼은 빠지지 말고 신앙생활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약속한 이후 우리는 혹시라도 아침 늦잠으로 미사시간에 늦게 되면 서로 문자나 전화로 깨워주고, 미사에 잘 안 나오는 친구가 있으면 다시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왜 미사에 빠졌는지를 물어보기도 하고 그 다음 주에는 함께 미사에 참석하자고 그 친구의 집 근처에서 만나 같이 성당에 오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졸업하고 나서 우리 모두 꼭 중고등부 주일학교 선생님을 함께 하자고 약속했다.
요즘에도 가끔씩 새벽에 전화를 걸어서 아침에 못 일어날 것 같으니까 깨워달라고 하며 얘기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우리는 여전히 그때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로 노력하고 있다.
고3인 지금 우리들은 가끔 모여서 노래방도 가고 서로에 대한 얘기를 하기도 하지만 수험생인 만큼 수능 날이 다가오고 있어서 오래 같이 있지는 못한다.
그래도 수능이 끝나서 우리 다 같이 웃으면서 좋은 얘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올 때까지 우리는 지금처럼 서로를 더 많이 챙겨주고 각자 더 열심히 성당을 다녀야한다. 우리들이 힘든 고3 생활을 이렇게 견디고 지내는 것처럼 다른 성당 고3 학생들이나 어린 중고등부 학생들도 서로 도와주며 서로에게 우리들처럼 비록 작은 약속이라도 하나씩만 해서 지켜나가면 더욱 재밌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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