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자 가톨릭신문에 실린 한국평협 신자교육 실태조사는 가히 충격적이다. “4명 중 1명 1년간 한 번도 교육 참여 안 해”, “교육 만족도 50%에 못 미쳐” 등의 내용은 신자 재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사목자 중의 한 사람으로서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또한 교육을 통해 올바른 교회정신이 신앙생활 안에 정착되도록 노력하고 있는 많은 사목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이러한 현실이 안타깝다. 과연 문제는 어디에 있는가? 이에 대해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교사론(De magistro)’은 중요하고 본질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제자에게 묻는다. “무엇을 위해 말을 하느냐?” 제자는 “가르치거나 배우기 위해서 말을 합니다”라고 답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가르치기 위해 말을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배우기 위해 말을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배우기 위해 질문할 때에도 실은 질문의 순간에 기억을 환기하여 자신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말을 한다는 것은 기억하거나 가르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어서 아우구스티누스는 누가 가르치는지에 대해 묻는다. 자신의 입에서 말이 발설될 때 혹은 남의 말을 들을 때 과연 누가 가르치는가? 말을 할 때, 말은 하나의 상징에 불과하다. 우리는 상징을 통하지 않고는 어느 것도 가르칠 수 없다. 그러나 상징은 실재를 드러내는 것이지 실재 자체가 아니다. 따라서 상징만으로 어느 것도 가르칠 수 없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러한 교육의 한계상황에서 진정한 교사를 발견한다. 상징인 말이 지시하는 실재는 말씀이다. 따라서 말을 통해 가르치는 분은 말씀이신 그리스도이시다. 우리의 말 속에 계시는 그리스도께서 진정한 내적 스승이시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제시하는 그리스도인의 교육에서 필요한 세 가지 요소가 있다면 ‘말을 하는 나’와 ‘말을 듣는 너’ 그리고 말씀(로고스)임을 알 수 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강론집’은 교육에 필요한 세 가지 요소를 잘 드러낸다.
‘내가 이 미사 중에 공기를 진동시켜 여러분들에게 말을 전하고 있지만, 사실 가르치는 분은 내가 아니라 나의 말 속에 계신 내적 스승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께서 나와 여러분을 가르치십니다. 따라서 나는 말을 하면서 배우고, 여러분은 들으면서 배우고, 우리는 그리스도 학교의 동창생입니다.’
‘나는 여러분을 위해서 주교이지만 여러분과 함께는 그리스도인입니다.(pro vobis episcopus sum vobiscum christianus)’
아우구스티누스의 가르침 위에서 한국 천주교회의 현실적인 문제를 재조명한다. 과연 문제는 어디에 있는가? 첫째, ‘말을 하는 나’에게 있을 수 있다. 교육자의 위치에 있는 나는 말을 하면서 내 스스로 남을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가? 나의 말을 통해 나와 너, 우리를 가르치시는 내적 스승이 계심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말을 하는 나’는 내적 스승 그리스도를 교육의 현장에서 만나 뵙고, ‘말을 듣는 너’를 그분의 가르침으로 인도해야 할 것이다. 1년간 한 번도 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신자가 있다면, 분명 그의 주변에 ‘말을 하는 나’가 있을 것이다. ‘말을 하는 나’는 말을 하면서 배우고 그는 말을 들으면서 배우고 서로는 그리스도 학교의 동창생이 될 것이다. 분명 그는 올바른 교육에 동참한 것이다.
둘째, ‘말을 듣는 너’에게 있을 수 있다. 피교육자의 위치에 있는 ‘말을 듣는 너’는 가르치시는 내적 스승인 실재를 보지 못하고 상징에 불과한 ‘내가 한 말’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말을 듣는 너’가 아직 남의 말에 머무르는 수준에 있다면 내적 스승을 뵙게 해주십사 하느님께 기도해야 할 것이다.
셋째, 말씀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는 우리에게 있을 수 있다. 교육 만족도가 50%에 못 미친다는 현실 진단은 아우구스티누스가 제시하는 그리스도 학교의 정신인 ‘여러분을 위하여(pro vobis)’와 ‘여러분과 함께(vobiscum)’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도록 요구한다.
지금이 한국천주교회를 위해 내적 스승에게 절실히 기도해야 할 때라면, ‘여러분을 위해서 말을 해야만 하는 사제, 수도자, 평신도 봉사자이지만, 여러분과 함께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듣는 그리스도인입니다’는 고백이 교육의 현장에서 실천에 옮겨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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