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나부터 시작한 경기도청 앞에서의 1인 단식기도는 궁리성당 문병학 신부님으로 이어졌으며 3일째부터는 미사 봉헌도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왜 단식기도를 하느냐고 묻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그간의 상황에서 찾을 수 있다.
단식기도가 시작되자 두 분 주교님과 신부님들, 그리고 많은 신자들이 위로와 격려를 위해 찾아오셨다. 3일 저녁엔 경기도지사가 방문하여 다음 날 예정된 미산골프장 건을 위원회에 상정하지 않겠다며 자료를 숨김없이 모두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갔다. 만일 단식기도라는 힘겨운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4일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심의 통과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도시계획위원들조차 미산골프장건이 심의되는지 모르고 있을 때 이미 안성지역에서는 통과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제가 단식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05년 강정근 신부가 단식을 한 바 있고 그 때 안성시에서는 골프장 서류를 반려하였다. 비슷한 상황이 3년의 시간을 지나 경기도에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혹자들은 이번 단식 결정을 갑자기 한 것은 아닌가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생명환경연합으로부터 이에 대한 문제점을 듣고 그럴 때마다 세상이 하느님 보시기에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를 고민하게 되었으며 창조주이신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자연과 생명과 환경에 대한 원의를 받드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왜 교황청에서도 환경 파괴의 중요성을 언급하였을까를 깊이 생각하였다.
마침 요사이 전국적으로 미국산 소 전면수입 문제와 한반도 대운하 사업 등에 대해 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나는 사제로서 광우병이라는 질병과 한반도 대운하 건설 시도가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인간의 탐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창세 11, 6) 돈을 더 빨리 많이 벌기 위해 초식동물인 소에게 소를 먹인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하느님의 놀라우신 창조의 모습을 노래해 온 금수강산을 경제를 살리겠다며 대운하로 파괴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미산골프장 문제는 광우병과 한반도 대운하와 같은 맥락이다. 환경부에서 손도 대지 말고 보호하라는 곳이 50% 가까이 되는데도 버젓이 무시되어 사업이 추진되고, 과거 산사태로 두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으며 지금도 산림청에서 산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또한 환경부에서 산림이 양호하다는 이유로 두 번이나 사업을 반려하였음에도 안성시는 골프장 예정부지에 대해 두 차례나 법을 어겨가며 국비로 대대적인 간벌을 해주었던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도는 대책위가 제기한 많은 문제점 중 유독 임목축적 하나에만 매달리고 있다. 지금까지 안성시와 경기도의 임목축적조사(단위면적당 나무 개체 밀도 조사)에 임하는 태도는 온통 의혹투성이다. 조사를 사업자와 대책위가 각각 추천한 조사자에 의해 공동조사하면 끝나도 벌써 끝났을 것임에도 이를 거부하고 조사과정에 대한 공동작업도 거부하고 조사결과에 대한 공개도 거부하면서 기습적으로 두 차례나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하여 통과를 시도하였다는 것은 어떤 말로도 이해될 수 없다. 오죽하면 국민권익위라는 국가기관에서조차 이전의 조사 자료를 공개하라 하고 재차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도 조사결과의 공개와 설명을 하라고 하였겠는가? 그러나 핵심적 자료의 공개도 설명도 없이 또 다시 통과를 시도하였던 것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고통과 실망, 불신을 갖게 만들었다.
이에 여러 신부님들과 신자들의 의견을 통해 절차를 거쳐 단식기도를 시작했으며 그 결과 안건의 기습 상정을 막게 됨은 그나마 천만 다행이다.
우리는 이미 3년 전 안성시가 강정근 신부의 단식 때 ‘천주교 민원에 의한 서류반려’라는 이유로 스스로 행정소송의 패소를 유도했음을 기억한다. 따라서 차제에 지금 문제가 되는 임목축적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제기되었던 모든 문제가 제대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산골프장의 입안과 심의과정에 관련된 많은 사람들, 특히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사제로서 사랑한다. 그리고 우리처럼 그들도 모두 이 어려움과 고통을 잘 견디어 하느님께로부터 칭찬 받는 착한 백성이 되길 바란다. 덧붙여 미산 골프장 건을 계기로 수원교구와 경기도가 함께 경기도를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대로 지금보다 한층 더 자연과 생명과 환경을 소중히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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