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마음으로 주님사랑 전합니다”
“매일 기도합니다
이 곳 사람들과 아이들에게 당신의 사랑 심게 해 달라고”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장파리 374-13, 성체의 집. 말 그대로 사랑을 나누는 집이다.
오후 3시가 되면 성체가 모셔진 이 집에 학교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집에 들르지도 않고 마치 제 집처럼 찾아든다. 집에 가도 반겨줄 부모가 없다. 다른 친구들처럼 학원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학교 소풍도 돈이 없어서 가지 못하는 아이들. 따뜻한 밥 한 끼도 아쉽다.
그 ‘와글와글’을 인보성체수도회 최순금(루치아), 김희경(체칠리아), 양경화(수산나) 세 수녀가 맞는다.
# 사랑받는 법 모르는 아이들
“으이그~ 웬수들….”
수녀원인지, 공부방인지, 전쟁터인지…. 축구공을 사 주었더니 성당과 공부방 유리창이 남아나질 않는다. 사내 아이들은 얼마전 그 드센 완력으로 담장까지 무너트렸다. 어린 나이에 맞지 않는 욕설이 오가고 때론 주먹다짐도 한다. 가정 교육에서 상당기간 방치된 아이들은 사랑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래서 주는 사랑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모른다.
빤한 거짓말을 수녀님 앞에서 눈도 깜짝하지 않고 한다. 공부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반항심은 때론 섬뜩하다. 참다 못한 수녀님이 독한 마음 먹고 매를 들어도 잠시뿐 소용이 없다. 어쩌다 한번 야단을 치면 토라져서 며칠씩 공부방에 나타나지 않는다.
“다른 곳에서 방황하지 않고, 이곳에 와서 저희들과 함께 생활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수녀들이 식사 준비에 한창이다. 2003년 문을 연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이들 밥 한 그릇씩 해 먹였다. 아이들은 매일 이곳에서 저녁을 해결한다. 체구가 작은 아이들이지만 먹는 양은 어른 뺨친다. 매일 20여 명 식사를 준비하려면 허리가 휜다. 의정부교구와 인근 본당 및 몇몇 후원회원들의 도움이 있긴 하지만 “아이들에게 집처럼 포근함을 느끼게 하려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하지만 수녀들은 매일 기적을 체험한다고 말한다. 신자가 아닌 소방서 직원이 사비를 털어 소방 설비를 설치해 주고, 아이들 먹을 것이 떨어지면 어느 틈엔가 누군가가 먹을 것을 채워 놓는다.
“하느님의 섭리는 놀랍고 놀랍습니다.” 그 섭리에 응답하기 위해 수녀들은 더더욱 아이들을 위한 일에 열심이다. 경찰과 연계해 아이들에게 선도 교육도 진행하고, 후원회원들의 도움으로 태권도 학원에도 보낸다. 일반 아이들이 하는 것은 모두 하게 하고 싶다.
# 이 곳은 ‘지역 사랑방’입니다
5시30분 저녁식사가 끝난 후에는 중고등부 학생들이 밤까지 남아서 공부를 한다.
“공부 보다도 인성 교육에 치중하려고 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통해 아이들이 착하고 성실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성체의 집’에 오면 하기 싫은 공부와 숙제를 해야 하고, 수녀님들의 잔소리도 들어야 하는데…. 아이들은 오늘도 ‘행복 공간’ 성체의 집을 찾는다. 자신들을 세상에서 유일하게 받아들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성체의 집은 공부방 사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최근 지역 사랑방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 수녀들은 어르신 식사 지원과 홀몸노인 반찬 배달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다양한 상담과 지원활동도 전개한다. 한글을 모르는 노인들을 위한 한글교실도 열 계획이다.
지역 노인과 어려운 이웃의 식사 제공을 위한 작은 식당 공간도 가톨릭신문 지원을 받아 꾸밀 계획이다.
처음에는 다가오지 않았던 지역 주민들도 이제는 제 집처럼 수녀원을 찾는다. 이웃들은 서류작성 등 어려운 일이 있으면 늘 성체의 집 문을 두드린다. 부침개, 과일 등이 생기면 찾아와 함께 나눈다.
정작 걱정은 수녀님들의 기도, 영성생활이다. 늘 아이들로 북적대는 수녀원. 게다가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까지 하다 보니 기도할 여건이 아니다. “수녀원 문이 열려도 너무 열린 것 아니냐”고 하자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힘들었지만 아이들과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라면 저희들이 희생을 해야죠”한다.
“매일 성체 현시를 통해 힘을 얻고 또 버스를 타고 매일미사를 다닙니다. 그리고 매일 기도합니다. 이곳 사람들과 아이들에게 당신의 사랑을 심게 해 달라고….”
수녀님들이 아니다. 어머니다.
※후원 문의 031-959-9142
▨ 인보성체수도회
인보성체수도회는 1956년 윤을수 신부에 의해 경기도 소사읍에서 성체성사의 정신으로 이웃에게 인보(隣保)의 덕을 실천하는 사회사업, 그리고 복음선포로 하느님 나라 건설에 투신할 것을 사명으로 시작됐다. 1958년 6월 서울대교구장 노기남 대주교로부터 서울대교구 소속 수도회로 가인가를 받았고, 1960년 10월 합법적인 수도회로 공식 선포됐다.
1966년 2월 전주교구 소속 수도회로 변경, 명칭도 ‘성체회’로 개칭하고 목적도 본당사목을 중심으로 한 선교활동에 두고 있다. 이후 1970년대 부터 다시 사회복지사업을 재개했으며, 1985년 10월 6차 회헌 총회에서 수도회 명칭을 설립 당시 명칭인 ‘인보성체수도회’로 변경했다. 현재 본당, 농촌사목, 사회복지(장애인, 노인, 부랑인, 노숙자 시설), 군종, 가정사목(가정교리, 어머니 교실), 성경교실, 영성연구소, 가정교리연구소, 해외교포 등 국내 외 사도직 현장에서 50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사진설명
▲인보성체수도회 세 수녀들이 개구장이 공부방 아이들과 함께 떠난 파주 감악산에서 기념 촬영.
▲세 수녀들은 좀처럼 소풍가기 힘든 공부방 아이들을 위해 파주 감악산으로 함께 등산을 다녀 왔다.
기사입력일 : 2008-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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