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나라 복음화에 각별한 관심 갖길”
한국교회 큰 성장은 주님 은총의 증거…중국·북한선교 매진 필요
생명문화 건설 노력 고무적…이주노동자 위한 사랑실천에 관심을
신임 대한민국 주재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Osvaldo Padilla·66) 대주교가 한국에서의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하며, 한국 언론과의 첫 만남을 가졌다.
“평소 좋은 인상을 갖고 있던 한국에 부임하게 돼 마치 고향에 온 것처럼 행복합니다.”
7월 9일 오전 10시30분 서울 궁정동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 마련된 특별인터뷰 자리에서 파딜랴 대주교는 평안한 인사말로 말문을 열었다. 이날 인터뷰에는 교계언론을 비롯해 20여 개 일반언론 기자들도 함께 자리했다.
파딜랴 대주교는 지난 4월 교황 베네딕토 16세로부터 에밀 폴 체릭 대주교 후임 대한민국 주재 교황대사 겸 몽골 주재 교황대사로 임명됐다. 이후 6월 13일 입국, 6월 20~26일에는 몽골을 방문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으며 7월 18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신임장 제정 후 대사로서의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한국가톨릭교회는 평신도에 의해 세워졌고, 평신도의 헌신과 순교를 밑거름으로 발전했습니다. 한국교회의 이같은 역사는 세계 복음화의 좋은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는 한국교회 역사에 대해 높은 평가를 아끼지 않으며 인터뷰 서두를 풀어냈다.
이어 파딜랴 대주교는 “지난 몇 년간 한국교회가 큰 성장을 이룬 것은 한국교회에 대한 하느님의 은총이 보다 각별하다는 증거”라며 세계 복음화를 향한 한국교회 역할을 재차 강조했다.
“현재 100여 명의 한국 사제들이 세계 곳곳에서 선교활동을 펼치며 복음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교회가 이웃나라 선교에 더욱 큰 힘을 기울여주길 부탁합니다.”
파딜랴 대주교는 특히 “북한선교와 관련해서는 교황대사로서 한국 주교회의가 펼치는 장기적인 선교계획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히고 “앞으로 중국선교에도 보다 큰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대사회 안에서 교회 역할에 대해 언급하면서 파딜랴 대주교는 물질주의와 세속화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처럼 선진화하는 사회에서는 물질주의와 세속적 가치가 갈수록 크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생명훼손 또한 심각하게 나타납니다.”
이러한 면에서 파딜랴 대주교는 “한국교회가 투신하고 있는 ‘생명의 문화 건설’ 노력은 매우 고무적이며 타국가 교회에서도 모범으로 삼아 배우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고 역설했다. 특히 스스로도 교황대사로서 한국사회의 안녕과 복지 향상 등을 위해 폭넓게 활동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교황대사에게는 교황청과 각국 정부 간의 유대관계 발전에 기여함과 동시에 각 지역교회와 보편교회간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의 소임이 주어진다. 때문에 교황대사는 다른 국가 대사들과 달리 국가 간 경제적 이해관계에는 얽매이지 않고 각 국가의 안녕에 힘쓸 수 있다는 것이 파딜랴 대주교의 설명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전 세계, 특히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에 높은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교황대사로서 저 또한 각 분야를 초월해 평화와 화해를 향한 직무 수행에 힘쓸 것입니다.”
교황대사로서의 사목적 계획이 언급되자, 여전히 진행 중인 촛불집회와 이주노동자 문제 등 한국사회 현안에 대해서도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파딜랴 대주교는 “자신은 입국한 지 한달여 밖에 되지 않아 한국 실정에 그리 밝지 않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교회 큰 어른으로서 기본원칙에 대한 입장은 강력하게 표명했다.
“개인은 평화를 위해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아울러 미사는 하느님께 드리는 최고의 기도로서, 미사는 일치와 화해의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파딜랴 대주교는 “미사가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라고 이해해서는 안되며, 사회 일치에 기여하는 것으로 이해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필리핀 출신인 교황대사는 한국내 이주노동자 문제와 관련해 격려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선진 국가에서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주 문제는 서로 다른 문화가 교류하는 것으로 상호이해와 개방성이 요구됩니다. 특히 이주노동자들은 법적, 물질적, 종교적 모든 면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로 열린 마음으로 대해주길 바랍니다.”
한편 이날 인터뷰에서는 교황 방한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아직까지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아시아권 국가들은 한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 신자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교황의 한국 방문에 대한 바람은 더욱 큰 것이 현실. 파딜랴 대주교는 “한국은 교황의 방문을 기다리는 100여개 국가 중 하나”라며 “간절히 기도한다면 빠른 시간 안에 방한이 성사될 것”이라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또 파딜랴 대주교는 “교황께서 아시아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희망적인 메시지”라며 “교황께서는 아시아 가톨릭 신자들이 두려워하지 말고 평화와 복음을 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기자들과의 인터뷰가 환담 형식으로 이어지면서 파딜랴 대주교는 자신의 가족을 소개하고 묵주와 기념품도 전달하며 보다 밝은 모습을 보였다. 자신은 “아들 8명에 딸이 5명인 ‘빅 가톨릭 패밀리’에서 성장했다”고 소개한 파딜랴 대주교는 “형제 중 저와 남동생은 사제가 되었는데, 남동생은 필리핀교회가 배출한 세 번째 교황대사로 현재 파푸아뉴기니 주재 대사로 사목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파딜랴 대주교는 필리핀 출신 첫 교황대사이며, 영어와 이탈리아어 뿐 아니라 프랑스어와 에스파냐어 등에도 능통하다.
◎ 파딜랴 대주교 약력
·1942년 8월 5일 : 필리핀 출생
ㆍ1966년 2월 20일 : 필리핀 세부 대교구에서 사제 수품
ㆍ신학 석사와 교회법 박사 학위 취득
ㆍ1968년 : 교황청 외교관 학교 입학
ㆍ1972년 : 외교관 직무 시작
스리랑카, 아이티, 나이지리아, 아일랜드, 멕시코, 프랑스 교황대사
관의 서기관과 참사관 역임
ㆍ1990년 12월 17일 : 피아 명의 대주교, 파나마 주재 교황대사 임명
ㆍ1991년 1월 6일 : 대주교 수품
ㆍ1990년 12월 17일 ~ 1994년 : 파나마 주재 교황대사
ㆍ1994년 8월 20일 ~ 1998년 : 스리랑카 주재 교황대사
ㆍ1998년 8월 22일 ~ 2003년 : 나이지리아 주재 교황대사
ㆍ2003년 7월 31일 ~ 2008년 : 코스타리카 주재 교황대사
· 2008년 4월 12일 ~ : 대한민국 주재 교황대사
사진설명
신임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는 7월 9일 서울 궁정동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세계 복음화를 향한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해 재차 강조했다. 교황대사가 가톨릭신문 최근호를 보며 환하게 웃
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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