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대륙이 청년 그리스도인의 물결로 뒤덮였다. 제23차 시드니 세계청년대회에 앞서 7월 10일부터 나흘간 호주와 뉴질랜드 전역에서 열린 지역별 ‘교구 대회’ 행사는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이 피부색과 언어,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어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7월 10일 새벽부터 호주 브리즈번 국제공항은 속속들이 도착하는 한국 참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브리즈번 국제공항에는 서울대교구 C그룹을 비롯해 대구, 광주, 부산, 마산, 안동, 수원, 제주교구 참가자 등 300여 명이 차례로 입국했다. 특히 ‘호주 ABC 라디오’는 공항까지 직접 찾아와 대규모 한국 참가단을 인터뷰하며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대구대교구와 광주대교구를 비롯한 부산, 마산, 안동, 수원, 제주교구 참가자들은 브리즈번대교구가 마련한 ‘교구 대회’ 참석을 위해 ‘호주가톨릭대학교 브리즈번 캠퍼스’를 찾았다.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이탈리아, 캐나다, 독일, 폴란드, 프랑스, 몽골, 동티모르 참가자들과 함께 감사미사를 봉헌하며 이번 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기를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10일 저녁 한국 참가단은 홈스테이 배정을 위해 브리즈번시 북쪽 외곽의 ‘성 윌리엄성당’으로 여정을 이어갔다. 성 윌리엄본당의 남녀노소 신자들은 성당 문 앞까지 나와 긴 여행에 지친 한국 청년들을 일일이 안아주며 환대했다.
특히 서영옥씨를 비롯한 브리즈번의 한국 교민들은 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성당을 찾아와 통역 봉사에 나서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성 윌리엄본당 공동체 모두가 손님맞이에 나섰다. 이들은 수개월 동안 기본적인 한국어 표현을 익히고 공부하며 한국 청년들과의 만남을 기다려왔다. 특히 홈스테이를 신청한 신자 가정들은 ‘Thank You-감사합니다-Kamsahamnida’ 등 한국어와 영어를 병행 표기한 메뉴얼을 마련, 한국 청년들을 감격시켰다. 첫날 환영식을 포함해 아침 전례, 주일 미사 등에는 평소보다 많은 신자들과 종교를 초월한 지역 주민들이 찾아와 앉을 자리가 모자랄 정도였다.
○…성 윌리엄본당 주임 프랭크 로리건 신부는 잘생긴 외모에 적당한 키, 몸에 배인 자연스러운 유머 감각으로 한국 참가단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매일 아침 전례 때마다 그 동안 틈틈이 익혀온 한국어 실력을 과시, 참가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로리건 신부는 “밝고 열정적인 한국 청년들과의 만남은 올해로 사제수품 40주년을 맞은 내게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큰 선물과 같다”며 “하느님 안에서 좋은 인연을 맺은 한국 참가단 모두가 성령의 힘을 받아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젊은이들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랑·친교·나눔 통해 일치 이뤘다”
○…한국 참가단은 11일 오전 성 윌리엄본당이 주최한 ‘사회봉사체험’(Act’s of Service)에 나섰다. 이 행사는 대회에 참가한 청년들에게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희생과 봉사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 참가단은 본당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벨뷰 케어 센터(Bellevue Care Centre) 등 지역 내 노인 복지시설을 방문, 독거노인의 말동무가 돼주며 한국인의 ‘따뜻한 정(情)’을 나눴다.
○…12일 브리즈번 시내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15개국 1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신앙축제(Heart of the City-Fiesta of Faith)’가 펼쳐졌다. ‘성 스테판 주교좌 대성당’에서 개막미사를 봉헌한 각국 참가자들은 국기를 흔들며 ‘로마 스트리트 파크랜드(Roma Street Parklands)’ 공원까지 행진, 축제 분위기를 한껏 드높였다.
브리즈번대교구장 존 베더스비 대주교는 이날 미사 강론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기 위해 호주를 찾아온 청년 신앙인 모두가 사랑과 친교와 나눔을 통해 뜻 깊은 결실을 맺길 바란다”고 전했다.
○…‘신앙축제(Heart of the City-Fiesta of Faith)’는 브리즈번대교구가 야심차게 준비한 ‘교구 대회’의 하이라이트.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 중 하나로 손꼽히는 ‘로마 스트리트 파크랜드’는 차량이 전면 통제된 가운데 참가자들을 위한 다양한 테마부스가 곳곳에 마련됐다.
특히 생활성가 축제를 비롯해 호주 동물 체험, 기도문 봉헌, 기념품 제작 부스 등은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몰린 곳.
이날 하루 참가자들에게는 브리즈번의 모든 열차와 버스, 유람선 탑승이 무료로 개방됐으며, 시내 곳곳은 청년들의 환호와 열정으로 들썩거렸다.
한국 참가단은 각 교구별, 또는 홈스테이 가족들과 함께 자유롭게 행사에 참가하며 축제를 즐겼다.
○…톡톡 튀고 눈에 띄는 이들은 어느 곳에나 있기 마련. 광주대교구 참가자들은 형광 분홍색 후드티를 단체로 맞춰와 모든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또 제주교구와 수원교구는 각각 특별 제작한 교구 깃발을 들고 브리즈번 시내 곳곳을 누벼 각국 언론사 사진기자 등 취재진의 관심을 받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6년 전에 막을 내렸지만, 4강 신화를 이룬 ‘대~한민국’ 열풍은 호주 대륙에서도 여전했다. ‘교구 대회’ 기간 내내 곳곳에서 만난 이탈리아, 독일, 캐나다 참가단 등은 한국 청년들임을 확인함과 동시에 박수를 치며 함께 ‘대~한민국’을 외쳐 눈길을 끌었다.
○…브리즈번 ‘교구 대회’ 일정을 마무리한 한국 참가단은 14일 세계적인 관광지로 유명한 ‘골드 코스트’ 등을 둘러본 뒤 각각 항공편과 버스를 이용해 시드니로 이동, ‘본 대회’에 참가했다.
○…한편 서울대교구를 비롯해 춘천교구, 원주교구, 전주교구, 살레시오회와 살레시오여고 참가단 200여 명은 멜번대교구가 마련한 ‘교구 대회’에 참가했다. 이들은 10일 멜번 시내 성 페트릭성당에서 열린 공식 환영 전례에 참석한 후, ‘멜번대교구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청년들이 주관한 ‘페더레이션 스퀘어 콘서트’를 관람했다.
아울러 11일에는 멜번대교구장 데니스 하트 대주교를 비롯해 각국 추기경과 주교, 사제단 공동 주례로 봉헌된 공식 개막미사에 참례했다.
멜번 ‘교구 대회’에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90여 개국 3만 여 명의 청년들이 참석했다. 이밖에도 의정부, 군종, 인천, 대전, 청주교구 등은 호주 캔버라와 골번대교구, 뉴질랜드 크리이스 처치 교구 등이 초청한 ‘교구 대회’에 참가했다.
사진설명
▲호주가톨릭대학교 브리즈번 캠퍼스가 세계 청년대회 참가단을 위해 환영 행사를 열고 있다.
▲서울 참가단이 성 페트릭성당에서 태극기를 들고 호주 청년과 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참가단이 사회봉사체험으로 노인 복지시설 방문해 호주 할머니에게 노래를 불러 주고 있다.
▲한국참가단 청년이 호주 ABC 라디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참가단이 사회봉사체험의 일환으로 노인 복지시설을 방문해 호주 할머니의 말동무가 되어 주고 있다.
▲부산교구 참가단 대표가 성 윌리엄본당 주임 프랭크 로리건 신부에게 ‘성모 마리아 상’을 선물하고 있다.
▲동티모르 참가단과 즐거운 그룹작업을 하고 있는 한국 참가단.
▲성 스테판 대성당 앞에서 분홍색 형광티를 입고 대~한민국을 외치는 광주 참가단.
▲페더레이션 광장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한 참가자가 무등을 탄 채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성 윌리엄본당 주임 프랭크 로리건 신부가 한국 참가단 각 교구 신부들과 공동으로 집전한 7월 13일 주일 미사에서 강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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