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봄,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아들 상우의 주일학교 덕분에 우리가족은 어린이 미사에 참례하곤 했다. 그러나 미사 참례만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나의 모습이 어딘가 부족해 보였다. 아들 상우를 위해서도 내 자신을 위해서도 무언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를 비롯한 여러 사람의 권유로 자폐 장애 학생들을 위한 은총교실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은총교실 학생들은 초등학생인 수철부터 서른 살이 넘은 인석씨까지 폭이 넓은 편이고 남학생 10명, 여학생 4명이다. 글을 읽고 말할 수 있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학생도 있다. 또 우리 천사들은 나름대로 모두들 자기주장이 있고, 특기가 있다.
은총교실의 공식 가수이자 매월 마지막 주일 가족미사 때 독서를 전담(?)하고 있는 정욱이, 기도문을 제일 잘 암송하는 우재, 쌍둥이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행동을 보이는 창환과 인환이, 과자를 보면 온몸을 던지지만 전기절약 정리정돈을 몸소 실천하는 재민이, 젊고 잘 생긴 남자를 잘도 알아보는 윤희, 아기 같은 뽀얀 피부를 간직하고 있는 맏언니 진나, 다 알면서도 이것저것 자꾸 물어보며 선생님을 찾는 정이 많은 재준이….
은총교실은 어린이 미사 1시간 전 모여 노래하기, 만들기, 그리기 등으로 수업을 진행한 후 오후 3시 미사에 참례한다. 교사인 봉사자는 학생 수의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대부분 여교사이고, 남교사는 이런저런 이유로 나 혼자이다. 지금은 건강상의 이유로 못 나오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 자매와 어머니가 교사로 있었고 캠프 때마다 아버지까지 오는 열정적인 아림 샘 가족. 은총교실 학생들을 위해 간식을 푸짐하게 준비하고 기도도 열심히 해 주는 미카엘라 교감 샘. 재수할 때부터 은총교실을 찾았다는 막내 경 샘. 아픈 몸을 이끌고도 교리준비에 열정적이신 문 샘. 군 복무중임에도 휴가 내서 여름캠프에 오겠다는 시몬,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내와 아들과 함께 하고 있는 우리 가족….
우리 은총교실 천사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기 위해 봉사자들은 주말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경제적 이익도 명예도 없지만 같이 손을 잡고 기도하면서, 우리 학생들을 조금 더 알게 되면서 자꾸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큰 사랑은 아닐지 모르지만 가까이에 있는 가족과 이웃에게 작은 사랑을 실천하는 봉사자들이야 말로 진정한 예수님의 제자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랑을 실천하는 길은 멀리 있지 않고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바쁘신 시간에도 매일 오셔서 강복을 주시는 작은 신부님, 캠프 때마다 마다하지 않고 동행해 주시는 학사님들, 은총교실을 위해 간식을 만들어 주시는 자모회 어머니들, 미사시간 천사들의 엉뚱하고 느닷없는, 그렇지만 아름다운 목소리를 이해해 주는 어린이들, 우리 은총교실을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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