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 망월동과 미사동에 걸쳐 있는 4만 평 규모의 골재 야적장의 사업 연장을 막기 위해 지난 3월 교우들과 함께 한강홍수통제소에 갔다. 미사리 골재 야적장의 문제는 경제적 이익 때문에 환경을 훼손, 오염시키고 있는 점, 이를 묵과하는 담당 기관의 문제, 그리고 그 피해자는 바로 우리라는 점이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인 미사리 우성산업 골재 야적장은 1998년 중부고속도로 건설과 관련하여 한시적으로 골재 야적, 파쇄, 선별 등 소위 비금속광물 제조업을 하는 곳으로 처음에는 2만6446m²정도의 규모로 시작 다섯 번의 사업 연장 허가를 통해 지금과 같이 13만2232m²(높이 40미터 정도)의 골리앗 야적장이 되었다. 여기서 발생하는 먼지와 소음, 진동으로 호흡기 질환 등 고통을 호소하는 마을 주민들과 본당의 어르신들이 마음에 걸려 하남시에 민원을 제기하게 되었는데 이를 점점 알아 갈수록 더 커다란 환경적, 사회적 문제점들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의 욕심과 사회적 부조리로 기업은 돈을 벌고 시는 세금을 거두지만 주민들은 먼지만 먹고 있었다. 경제논리로 자연은 파괴되고 사람들은 생존권이 침해당하는 현실에서 너무도 힘없고 소박한 어르신들의 모습을 사제로서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기에 본당 공동체와 지역 주민들이 함께 대처하며 환경에 대한 지식도 경험도 없이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남시의 90% 이상인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여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건축과 설치 등 행위에 대한 규제는 비록 작은 것이라도 모든 이들에게 엄격하게 적용됨에도 한강 본류와 300미터 정도, 마을과는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13만2232m²이나 되는 시설이 버젓이 들어서 있다.
야적장은 골재를 야적할 뿐 아니라 파쇄하고 선별하는 공작물도 있으며 여기서 생산된 석분과 모래 등을 판매하여 많은 이익을 얻는데 문제는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인 오니(슬러지)의 처리다. 제품으로 쓸 수 없는 미립자 오니(무기성 오니)는 화학약품 처리를 통해 응집하거나 다른 광물들과 혼합 아주 소량만 재활용되나 그 성질상 수분이 있으면 곤죽이 되고 마르면 딱딱하게 굳어져 분진이 날린다. 그렇기에 오니는 용기에 담아 놓아야 하고 90일 이상 보관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관규정도 있다. 그런데도 그 양을 알 수 없는 오니가 90일은 커녕 몇 년 동안 방치되어 토양을 오염시키고 비에 쓸려 한강 상수원으로 흘러 들어간다.
또 파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미세먼지)은 호흡기 뿐 아니라 혈관에 그대로 들어가 호흡기 질환과 뇌졸중, 기형아 출산의 위험이 있는 물질이며 농작물에 앉으면 광합성을 방해 생장을 저해한다. 이토록 사람과 식물들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기에 대기환경보전법에서는 비산먼지, 분진 등을 대기오염물질로 규정,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야적장은 방진망, 방진벽은 설치하지도 않고 방진덮개도 형식적 설치를 한 상태로 10년 동안 영업을 해 옴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호흡기 질환 원인이 되었다.
미사리에는 국가지정 문화유적 사적 제269호로 지정된 선사유적지가 있어 보호구역이 정해져 있다. 문화재보호법상 500미터 이내에서의 많은 행위들이 제한을 받고 있음에도 야적장은 바로 옆에서 버젓이 사업을 하고 있다. 재밌는 일은 근처에서 991.74m²정도 목재야적을 하려고 했던 이모씨는 문화재 주변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허가를 받지 못했다. 991.74m² 목재 야적은 안 되고 13만2232m² 골재 야적은 되는 것이다.
지금 작은 시골 구산마을 공동체는 자연과 사람의 건강을 지키고자 거대 기업과 맞닥뜨려 있다. 이는 정치적, 사상적인 것이 아닌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눈먼 물질주의에 대한 제동이며 신앙인으로서의 예언자적 사명을 수행하는 것일 뿐이다. 경제 지상주의로 말미암아 언제나 자연과 힘없는 사람들이 희생당한다. 그렇기에 환경 문제는 단순히 자연에 관한 문제가 아니고 병든 사회가 걸어가고 있는 잘못된 길에 관한 이야기다. 온갖 개발과 자연 파괴로 정신없는 경기도, 바로 수원교구의 이야기다. 도처의 환경 파괴 현장에서 교회마저도 문제들을 외면하고 무관심하다면 교회는 눈이 멀고 귀가 어두워져가고 있는 것이다.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며 환경을 위해 애쓰는 이들의 말과 행동은 시대를 일깨우는 살아있는 복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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