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솜씨로 봉사할 수 있어 기뻐요”
“일을 하면서 전국에 있는 수도원, 성당을 볼 수 있고 그곳에 계시는 주님도 만날 수 있는데, 이보다 행복한 직업이 또 있을까요?”
27년 동안 오로지 전례복 제작만을 해 온 ‘가톨릭 전례복’ 대표 허선숙(루치아.54.구 고산본당)씨를 만난 자리. 수작업이 적고 수요는 더 많은 ‘보통 옷’을 제작하는 게 전례복 제작보다 낫지 않냐는 기자의 우문에 허씨가 낸 현답이다. 수익을 생각한다면 전례복 제작은 그만두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난한 농부의 둘째딸로 태어나 다 자랄 때까지 새 옷 한번 입지 못한 것이 평생 한이었던 허씨는 결혼을 앞둔 20대 후반, ‘예쁜 옷을 마음껏 입기 위해’ 옷 제작을 배우기 시작했다. 옷을 만들어 파는 일은 생각조차 않던 무렵, 복사복이 없어 곤란을 겪고 있다는 한 성당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고 옷을 직접 제작해 봉헌한 것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봉헌한 옷을 본 본당 수녀님이 이 솜씨 살려서 남을 위해 봉사를 해보라고 하더라구요. 그때까지만 해도 봉사는 양로원, 고아원 같은 데 가는 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갖고 있는 솜씨로 전례복 같은 걸 만들어서 공소에 봉헌하는 것도 봉사가 된다는 걸 수녀님 덕분에 깨닫게 된 거죠.”
그 후 알음알음 알게 된 본당, 공소 등에 옷을 봉헌하며 시작한 활동이 점점 커져 지금은 직원까지 둔 어엿한 사업체가 됐다.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유럽·미국 등에서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주님을 위해 봉사하는 이들이 좀 더 아름답고 편한 옷을 입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어요. 사제, 복사, 합창단 등 주님 제단에 있는 이들이 입을 옷인데 쉽게 만들 수는 없지요. 부족한 제가 이런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주님께 늘 감사드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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