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고통 하느님께 맡깁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20년도 넘어 이제껏 아들 하나 믿고 살았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네요.”
김길자(요안나, 69, 의정부교구 원당본당)씨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아들 양우석(가밀로, 35)씨가 처음 쓰러진 건 지난해 겨울. 당시 주방보조 일을 하던 양씨는 의료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병원비를 충당할 여유가 없어 상대적으로 싼 한의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가벼운 뇌진탕이겠거니 싶어 그마저도 두세 번으로 치료를 중단했다.
초기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게 화근이 됐다. 양씨는 올 3월, 길을 가다 또다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두 번이나 쓰러진 경험이 있다 보니 어떤 문제가 언제 어떻게 발생했는지 진단조차 힘들었다. 거미막밑 출혈이 있고, 근위축증(루게릭병)이 의심된다는 것 외에는 정확한 발병 원인이나 병명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는 중에도 양씨의 증세는 악화됐다. 처음에는 팔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만 보였지만 지금은 온 몸이 무기력해져 혼자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고, 언어장애까지 와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다.
김씨는 의사의 질문에도 대답 없이 눈만 깜빡이는 아들을 보며 “서른 살도 넘은 아들이라 평소 건강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처음 쓰러졌을 때도 금방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김씨는 단 하나뿐인 금쪽같은 아들의 갑작스런 병치레에 그저 울고만 있을 수 없는 처지다. 오랜 생활고를 겪으면서 살던 집의 보증금을 다 까먹었고, 빚 독촉에 시달려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당장 끼니를 해결할 돈도 없어 거르기 십상이다.
칠순이 다 된 김씨는 어쩔 수 없이 나이까지 속여가며 파출부일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김씨 역시 노환에 류마티스관절염까지 있어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심한 우울증까지 앓고 있어 아들이 쓰러지지 않았다면 당장 김씨가 병원신세를 졌어야 할 판국이지만 진통제로 간신히 고통을 참고 있다.
다행히 양씨는 의료급여1종 수급권자로 판정받아 병원비의 일정부분을 지원지만 식사나 언어재활치료 등은 지원항목에서 제외돼 아직도 경제적 부담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집주인이 언제까지 보증금 없이 편리를 봐줄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언제라도 집을 비울 마음의 준비까지 해야 한다.
“이제는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겼어요. 하느님께서 데려가시든 제 곁에 더 있게 해주시든 뜻대로 하시겠죠. 그래도 도움 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은 걸 보면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결정하신 거겠죠? 이 애 가고 나면 하늘 아래 오직 나 하나뿐인데 아직은 아니겠죠, 아직은….”
※도움 주실 분 우리은행 702-04-107874 농협 703-01-360450,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기사입력일 : 2008-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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