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신문방송에는 좋은 소식보다는 그렇지 못한 내용으로 가득하고, 시내버스나 전철에 오르면 노약자석, 장애인석에는 관계없는 사람들이 눈을 감고 앉아 있고, 종교행사에서도 장애인이나 노약자가 올 때 재빨리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들을 보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아닐까?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의 교회가 일반사회나 다를 바 없는 모습이 되지 않기 위하여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우리 교회는 초기부터 참으로 좋은 모습,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이어져 왔다.
수녀원 안에서의 작고 평범한 일상생활을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실천하면서, 신체적인 고통을 남모르게 이겨내고 생활하시다가 20대의 젊은 나이로 돌아가신 예수아기의 데레사 성녀를 생각하면 지금의 생활에 충실함으로써 우리는 모두 행복해질 수 있고 하느님의 신성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교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감명을 받은 것은 김홍섭(바오로) 판사의 수상집이었다. 최고위 법관으로 매주 남모르게 남을 도와주고 전교하였고, 사형수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서 그들을 회개시킨 사형수들의 대부. 고무신을 신고 초라한 모습으로 서울 외곽에서 검문을 받고 신분증을 보여주셨다던 그의 모습이 젊은 나의 마음을 얼마나 뒤흔들었던가? 서거하신 후 매 10년 마다 그분의 법철학에 대한 세미나가 이어지고 있음은 우리에게 무엇을 생각하게 해 주는가?
70년대 후반 함양 한센인촌에 건설한 다리 준공식에 서 우리나라 한센인들을 위하여 일하던 오스트리아 출신 엠마 프라이싱거 여사를 만날 수 있었다. 낡은 스웨터에 환한 미소를 간직한 분. 침대도 없이 진료실 긴 의자에서 눈을 붙이시고 옷걸이에 걸린 몇 가지 옷으로 만족하며, 지저분하고 보기 흉한 환우들을 만나고 치료하면서 기쁨 속에 살고 있는 동정녀였다. 그분은 지금까지 변함없이 대구에서 정말 좋은 모습으로 계속 활동하고 계신다.
몇 년 전 바오로 사도의 전도여행지 순례 길에서 2천 년 전 그분의 정신과 수고를 체험할 수 있었다. 반기는 이 없는 미지의 세상을 향해 뛰어든 전도의 길. 때로는 굶주리고, 병고와 모함에, 어느 때는 감옥에서도 굴하지 않던 하느님을 향한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바오로 해가 시작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하느님의 목소리에, 성경 말씀에 귀를 기울이자. 각박한 세상에서는 보기 어려운 하느님의 문화 즉 가톨릭문화를 꽃 피우고 하느님께 성큼 다가가자. 우리들의 평범하고 작은 생활 속에서 아름다운 하느님의 모습으로 생각하고 일하면서 하느님의 세상을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불편한 사람은 앉히고 아픈 사람은 돌봐주고, 세상에 필요한 일을 묵묵히 실천하는 길이 바오로 해를 지내는 우리의 할 일이리라. 이 은총의 바오로 해에 하느님께서 주신 귀한 시간과 자연과 재물과 지혜를 이끼고 사랑하면서 가톨릭문화가 더욱 풍성하게 꽃 피우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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