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호주) 곽승한 기자
배려와 관심 속에 젊은 신앙 무르익다
청년들의 삶,신앙 고백한 ‘아름다운 청년들의 수다’ 인기
고국 청년들에 보여준 시드니 한인본당 친절 감동
인류의 복음화를 위한 전 세계 청년 그리스도인들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됐다. 7월 15일부터 20일까지 호주 시드니에서 펼쳐진 제23차 세계청년대회 ‘본 대회’는 각국 참가자들이 한데 어울려 일치와 화합을 이뤄낸 한 편의 드라마나 다름없었다.
○…7월 15일 개막미사가 봉헌된 달링하버 인근 바랑가루는 전 세계에서 찾아온 순례객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시드니대교구장 조지 펠 추기경은 미사 강론에서 “이번 세계청년대회를 통해 청년 그리스도인 모두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증거하는 사도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케빈 러드 호주 총리는 환영사에서 독일과 캐나다에 이어 우리나라를 세 번째로 언급해 한국 참가단의 환호를 받기도. 특히 이날 개막미사에서는 시드니 한인본당의 김나진(테레사), 김경은(로사)양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단상에 올라가 펠 추기경으로부터 직접 성체를 받아 모셔 모든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개막미사가 열린 바랑가루에는 한국어는 물론 영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한 김명수 신부(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가 아주 특별한(?) 고해소를 마련해 참가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신부는 또 개인 송출기를 이용, 라디오 주파수 대역을 임대해 19일 교황과 함께하는 전야제와 20일 폐막미사를 한국어로 동시통역 하는 등 한국 참가단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본 대회’를 앞두고 부산교구 참가단 중 이동헌(라파엘, 23)씨는 발목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더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샀다. 모두들 중도 포기를 예상했지만 이군은 발목 수술 후 깁스를 한 채 휠체어를 타고 호주에서의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해냈다. 그는 “개인 하나 때문에 전체가 큰 불편을 겪을까봐 ‘본 대회’의 참가가 망설여졌지만, 모든 이들의 따뜻한 배려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면서 “이 자리를 빌려 부산교구 참가단 모두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규만 주교(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를 비롯해 이한택 주교(의정부교구장)와 권혁주 주교(안동교구장)는 7월 16~18일 각각 시드니 한인성당과 테레사성당, 멜성당 등 세 곳에서 한국 참가단과 현지교민 등 1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교리교육시간을 가졌다. 교리교육에서는 또래 청년들이 자신의 삶과 신앙생활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자리인 ‘아름다운 청년들의 수다’가 마련돼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7월 16일 저녁 시드니 올림픽공원 야외 공연장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필리핀, 인도, 몽골,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지에서 온 수만 명의 아시아 청년들이 참석한 가운데 ‘아시아 청년축제(Asian youth Gathering)’가 열렸다. 이날 각국 참가자들은 노래와 춤, 전통공연 등을 선보이며 젊음의 열기를 한껏 뿜어냈다. 한국에서는 청주교구 참가단이 부채춤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국 참가단은 시드니 한인본당 공동체의 아낌없는 사랑에 큰 감동을 받았다. 시드니 한인본당 주임 윤성균 신부(대전교구)는 청년들을 위해 세계청년대회 기간 동안 성당 교육관과 식당을 숙소로 제공했으며, 염현자(미카엘라, 41)씨를 비롯한 봉사자들은 매일 같이 모여 한국 참가단의 점심 식사를 준비했다. 윤신부는 “고국 청년들에게 성심껏 봉사하다 보니 오히려 시드니 한인본당 교우들이 사랑으로 일치되는 기적을 체험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참가단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윤신부에게 십자고상을 선물했다.
“언어 피부색 다르지만 신앙 안에 우린 하나”
미국, 브라질, 뉴질랜드 등 해외 교포 참가 두드러져
각국 청년 한국 월드컵 박수 치며 ‘베~네딕토’ 외쳐
○…이번 대회에는 미국, 브라질, 뉴질랜드 등 해외 교포 청년들의 참가가 두드러졌다. 특히 150여 명 규모의 뉴질랜드 오클랜드 참가단은 눈에 띄는 밝은 오렌지 색 점퍼를 단체로 맞춰 입고 참가, 한국 참가단 사이에서 ‘오렌지 군단’이란 애칭으로 유명세를 탔다. 오클랜드에서 온 김다해(미카엘라, 18)양은 “고국 친구들의 신앙 열정을 직접 보고 느끼고 싶어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며 “특히 평소 존경해오던 교황님을 뵙고 그 분의 말씀을 들을 수 있어서 더욱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오는 법. 광주대교구 참가단은 교황 환영행사가 열린 7월 17일 교황 차량 행렬을 맞추기 위해 무려 7시간 동안 한 자리에서 기다리는 고통을 감수했다. 이들은 기다림의 지루함을 덜기 위해 거리에서 ‘꼭짓점 댄스’를 추는 등 외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즉석 공연을 펼치기도. 결국 교구 참가자 전원은 3m 거리에서 환하게 웃는 교황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7월 18일 ‘성 마리아성당’을 비롯해 ‘달링하버’, ‘오페라 하우스’ 등 시드니 시내 곳곳에서는 ‘십자가의 길’ 기도가 열렸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인파가 십자가 행렬에 몰리자,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나라별로 삼삼오오 모여 인근의 가까운 성당을 찾아가 개별적으로 ‘십자가의 길’에 참례했다.
○…대구대교구를 비롯해 광주, 부산, 마산, 안동교구 등 연합교구 참가자 180여 명은 19일 오전 10시30분 강진기 신부(대구대교구) 주례로 공동체 미사를 봉헌하고 지나온 여정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강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각기 다른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이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큰 은총”이라며 “참가자 모두가 서로의 친교 안에서 하나 됨을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청년 순례자들의 마지막 여정이 이어진 곳은 시드니 랜드위크 경마장. 7월 19일 참가자들은 ‘교황과 함께하는 전야제’에 참석하기 위해 센트럴 기차역에서 랜드위크 경마장으로 이어지는 수 킬로미터의 순례 길을 가득 메우는 장관을 연출했다. 한편 랜드위크 경마장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은 물론 의사와 간호사, 응급구조 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됐으며,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검색 부스가 설치돼 순례객들의 가방을 조사하기도 했다.
○…한국 참가단은 7월 19~20일 랜드위크 경마장 곳곳에서 마주치는 세계 각국의 청년들을 만나 기념품을 교환하며 친교를 나눴는데, 특히 태극문양의 부채와 열쇠고리, 핸드폰 줄 등은 각국 참가단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대회의 절정은 랜드위크 경마장에서 열린 밤샘기도 및 폐막미사. 각국 젊은이들은 잔디밭의 습기와 찬 이슬에도 아랑곳 않고 철야기도와 성체조배로 밤을 꼬박 새면서 장엄 폐막미사를 준비했다. 7월 20일 오전 9시30분 드디어 교황을 태운 차량이 나타나자 각국 청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일어나 한국의 월드컵 박수를 치면서 ‘베~네딕토’를 외치기 시작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폐막미사 후 차기 세계청년대회 개최지로 스페인 마드리드를 호명하자 스페인 참가단은 국기를 흔들며 크게 환호했다. 이들은 폐막미사 후 퇴장하는 각국 청년들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네고 기념품을 나눠주며 다음 대회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사진설명
▲16~18일 열린 교리교육시간에는 삶과 신앙에 관해 대화하는 ‘아름다운 청년들의 수다’시간이 열렸다.
▲시드니 한인본당 김나진(테레사), 김경은(로사)양이 개막미사에서 조지 펠 추기경으로부터 성체를 받아 모시고 있다.
▲시드니 한인본당 윤성균 주임신부가 한국 참가단으로부터 받은 십자고상 선물을 보이고 있다.
▲권혁주 주교가 7월 18일 교리교육 후 청년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한택 주교가 교리교육 후 한국 청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년대회 한국 참가단을 위해 매일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등 배려를 아끼지 않은 시드니 한인본당 신자들.
▲청주교구 참가단이 7월 16일 ‘아시아 청년축제(Asian youth Gethering)’에서 부채춤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7월 20일 장엄 폐막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랜드위크에서 열린 밤샘기도. 각국 젊은이들은 기도와 성체조배로 밤을 꼬박 새면서 장엄 폐막미사를 준비했다.
▲바랑가루에서 만난 한국 참가단.
▲한국 참가단이 태극기와 손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부산교구 참가단이 부상당한 이동헌군을 휠체어에 태워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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