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 보속으로 중독의 상처 치유”
“하루를 살아도 단주할 수 있다면/ 나는 그 길을 택하고 싶다/ 세상이 우리를 힘들게 하여도/ 단주 결심 변하지 않아/ 술을 마실 때보다 술을 끊었을 때가/ 내 마음을 철들게 했고/ 가족사랑 앞에 나는 술을 버렸다/ 거짓의 술을 던져버렸다”
‘사랑을 위하여’를 개사한 ‘단주를 위하여’를 노래한다. 7월 20일 오전 9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 꾸르실료 회관. 서울대교구 단중독사목위원회(위원장 허근 신부)가 여는 ‘중독으로부터의 회복여정’ 피정이 한창이다. ▶관련기사 20면
이번 피정이 특별한 것은 ‘진정한 참회와 보속을 위한 의식’이 있어서다. 중독을 끊지 못하는 나에게 스스로 벌을 주고, 가족을 괴롭힌 잘못에 대해 참회한다.
위원장 허근 신부는 “참회의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과 상처를 준 것에 대해 보속하는 기회”라고 말했다.
죄인의 이름들이 불려진다. 피정 참가자들은 전 시간, 술을 시작한 계기와 그동안 술로 탕진한 돈을 적은 자기 고백서를 제출한 채 멍석 위에 무릎을 꿇고 있다.
“김모 가브리엘. 대학 입학부터 술을 시작, 지난달 술로 낭비해온 돈은 5억 2140만원입니다.”
재판관인 허근 신부는 참가자가 깊이 참회하는 것을 감안해 태형 3대를 선고한다. 형식적인 의식이라 ‘육신의 아픔’은 전혀 없더라도 ‘마음의 울림’은 실로 크다. 참가자는 한동안 고개를 떨구며 가족과 자신에게 준 아픔을 반성했다.
“제 마음이 깨끗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참회의식은 그동안 가족에게 표현하지 못했던 제 미안한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식의 막바지. 위원장 허근 신부도 참회의식에 동참했다. 단주한지 이미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참가자들과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에서다. 참가자들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3대를 그에게 선고했다.
참가자들 중에는 알코올 중독뿐 아니라 도박중독에 빠진 참가자도 있었다. 지금까지 도박으로 잃은 돈은 총 2억. ‘신뢰’를 잃은 것까지 합하면 계산조차 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피정에는 중독자뿐 아니라 중독자 가족들도 참여했다. 중독에 빠져 괴로운 세월을 보내다가 이제는 중독을 딛고 일어선 선배들도 봉사자로 참석했다.
“중독자 자신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이번 피정이 은총의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참회의식을 마치고 그들은 일어나 손을 잡았다. ‘기쁜 날’을 합창한다. 오늘은 중독과 안녕을 고하는 ‘기쁜 날’이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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